9월 검찰은 중간간부 인사와 맞물려 형사부서에 배당됐던 사건을 특수부로 옮겼다. 보수 야당은 이혁진 옵티머스자산운용 전 대표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아 출마한 경력이 있고, 문재인 대통령 행사에 동행한 이력도 있어 ‘권력실세로의 수사 확대’ 필요성을 제기한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실제 수사 방향도 정권 핵심보다는 전파진흥원과 옵티머스자산운용 사이의 투자 유치 과정 비리를 향하고 있다.
이미 기소가 이뤄졌지만 검찰은 이례적으로 옵티머스 자산운용 사건을 다른 부서로 재배당했다. 9월 검찰 인사와 맞물려, 형사부서인 조사1부에서 특수부 성격의 인지 수사부서인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로 사건을 옮겼다. 사진=최준필 기자
#이미 기소했지만, 다시 ‘특수부’에 배당
옵티머스자산운용 관련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 사건이 배당된 곳은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다. 수사팀은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와 펀드 기획자로 지목된 유 아무개 씨 등 펀드 운용에 관련된 주범 5명을 기소했다. 김 대표 등에게 적용한 혐의는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공공기관 발주 관급공사 매출채권(공사대금채권)에 투자하겠다고 속인 뒤 약 2900명의 피해자로부터 약 1조 2000억 원을 편취해 부실채권을 인수하고 펀드 돌려막기 등에 사용했다는 것이었다.
이미 기소가 이뤄졌지만 검찰은 이례적으로 나머지 사건을 다른 부서로 재배당했다. 9월 검찰 인사와 맞물려, 형사부서인 조사1부에서 특수부 성격의 인지수사 부서인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로 사건을 옮겼다. 부서 성격을 고려할 때 이례적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대목이다.
조사1부는 통상적으로 고소·고발 사건 중 굵직한 사건을 담당하지만 고소나 고발에 포함된 내용이 아닐 경우 수사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경제범죄형사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을 담당했던, 과거 특수부가 경제범죄에 집중하겠다며 이름을 바꾼 ‘인지수사’ 부서다. 또 조사1부에서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를 함께 경제범죄형사부로 이동시켜 수사를 계속 맡도록 했다. 수사 연속성을 고려함과 동시에, 수사 전선도 확대하겠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드러나기 시작한 추가 의혹들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건은 정치권에서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사안이다. 실제 국민의힘 등 야권을 중심으로 “이혁진 옵티머스자산운용 전 대표는 민주당 공천으로 출마 경력이 있고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 행사에도 동행한 이력도 있다”며 “권력실세가 연루된 비리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혁진 전 대표는 임종석 대통령외교안보특보와 대학 동기이고, 관련 서류 위조 혐의를 받고 있는 윤 아무개 변호사 부인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기도 하다. 이 전 대표는 2018년 3월 검찰 조사를 받다 홀연 출국해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 아랍에미리트 순방 장소에서 사진까지 남겼음에도 여태 소환되지 않았다.
이에 국민의힘 사모펀드 비리방지 및 피해구제 특별위위원회는 지난 7월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 사태에 관련해 “현 정권과 집권 여당이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검찰은 계획적으로 수사를 지연하고 있다”며 정권과의 연결 가능성을 수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2년 18대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정책특보를 맡아 선거운동을 한 이혁진 옵티머스자산운용 전 대표(오른쪽)와 정세균 국무총리. 정 총리는 최근 실세형 비리라는 의혹을 부인하며 검찰의 빠른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사진=박정훈 기자
#“검찰 재배당은 전파진흥원 수사 위해”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수사가 정권과의 연결고리까지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고 점친다. “이혁진 전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받은 적은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의 사진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 또 친문이라고도 볼 수 없는 인사”라는 게 지배적인 설명이다. 실제 수사 지연을 지적하는 국회 대정부 질문에 정세균 국무총리는 “청와대에서 모두 (해외 순방) 동행 인사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각급 단체, 협회에 추천을 받아 구성한다”며 실세형 비리라는 의혹을 부인하며 검찰의 빠른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정 총리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나 추미애 장관처럼 예민한 사안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끌어안고 가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수사해도 된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지 않느냐”며 “옵티머스 관련 사건이 정치권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수사팀은 실제 전파진흥원으로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과기부는 전파진흥원이 옵티머스에 740억 원가량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수상한 부분이 있다며 이를 주도한 직원들을 수사 의뢰했다. 해당 투자 이후 옵티머스자산운용은 다른 공기업 등으로부터 대대적인 투자 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다.
수사팀은 투자 유치 과정과 관련 “옵티머스 측이 전파진흥원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전파진흥원 고위 관계자를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관계자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파진흥원 쪽에 로비를 한 것으로 지목된 이와 전파진흥원 고위 관계자 등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하고 구체적인 로비 정황 확인에 착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 서울중앙지검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사건은 단연 옵티머스 사건이다. 사기로 볼 수 있을 법한 펀드 상품 판매로 투자자들 피해가 막대하고 지금과 같은 경제 상황에서 가진 의미도 크지 않냐”며 “서울중앙지검은 물론, 검찰 차원에서 우선순위에 놓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 곧 가시적인 수사 움직임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