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성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가수 정준영이 대법에서 징역 5년형을 최종 확정 받았다. 사진=이오이미지
이들은 2016년 1월 강원도 홍천, 3월 대구 등지에서 술에 취한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이들의 범행 사실이 알려진 것은 2019년 3월, 전 빅뱅의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30)에서 촉발된 ‘버닝썬 게이트’를 통해서였다. 당시 승리와 그 일당의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한 남성 연예인이 불법 촬영된 성관계 영상을 유포한 사실이 밝혀진 것. 이 남성이 정준영으로 지목돼 논란이 일자, 정준영은 결국 자신의 모든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연예 활동 중단 계획을 밝혔다.
이후 경찰 수사에서 정준영이 2015년 말 연예인들이 참여한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다수의 여성들과 성관계한 사실을 밝히며 몰래 촬영한 불법 촬영물을 전송하는 등 총 11차례에 걸쳐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준영의 이 같은 성범죄는 승리의 버닝썬 게이트와는 또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기에 ‘정준영 게이트’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이런 ‘정준영 게이트’에 이름을 올린 또 다른 연예인이 최종훈이다. 앞서 최종훈은 그의 음주운전 무마 및 경찰 청탁 사건과 관련한 수사를 받던 중,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자신이 직접 촬영한 영상물 1건과 다른 사람으로부터 전달 받은 불법촬영물 5건 등 총 6건을 유포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후에는 정준영 등과 마찬가지로 집단 성폭행과 불법 촬영에 관여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결국 정준영과 나란히 법정에 서게 됐다.
2심에서 최종훈은 피해자들과 합의를 이유로, 정준영은 합의엔 이르지 못했으나 진지한 반성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각각 2년 6월과 5년형으로 감형됐다. 사진=이오이미지
2심에서도 이들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긴 했으나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최종훈의 형량을 2년6월로 대폭 감형했다. 이 과정에서 정준영의 형량도 징역 5년으로 감형됐는데, 당시 2심 재판부는 “피해자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으나, 피고인이 공소사실 자체는 부인하면서도 사실적인 측면에서의 본인 행위는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는 취지의 자료를 낸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피해자가 인정하지 않은 가해자의 반성을 재판부가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감형 사유로 삼았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상고심은 정준영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대한 ‘위법 증거 수집’ 판단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파악돼 왔다. 앞서 정준영은 과거 휴대폰을 맡겼던 디지털 포렌식 업체 직원이 자신의 카카오톡 대화를 복원해 보관하고 있다가 방정현 변호사에게 넘겼다는 점을 지적하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위법 증거 수집을 주장해 왔다. 형사소송법상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소송에 있어 증거로 쓰일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대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 직접 판단을 내리는 대신, 정준영 측이 이 같은 주장을 항소심이 아닌 상고심에서 제기한 것에 대해 “적법한 상고 이유가 아니”라고 판단해 배척했다.
대법원은 “정 씨의 위법 증거 수집 관련 법리 오해 주장은 정 씨가 항소 이유로 삼거나 원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지 않은 것을 상고심에 이르러 비로소 주장한 것으로 적법한 상고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