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조선호텔이 내년 상반기까지 호텔 5곳을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박정훈 기자
신세계조선호텔은 기존 호텔을 리모델링한 5성급 호텔 ‘그랜드 조선 제주’와 ‘그랜드 조선 부산’을 올해 오픈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내년 4월까지 신축 호텔인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명동’과 ‘그래비티 서울 판교, 오토그래프 컬렉션’,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호텔’ 론칭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호텔업계가 위축된 상황에서 신세계의 공격적인 행보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그리고 더 먼 미래에 대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위기가 언젠가 극복될 것으로 보고 그 전에 호텔사업을 확장해 침체된 면세점사업과 시너지를 증폭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코로나19의 종식을 기약하기 어려운 시기에 굳이 무리수를 둘 필요가 있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안윤영 세종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코로나19로 내국인 수요가 높아졌다고 하지만 이는 코로나19가 완화되면 다시 떨어질 것”이라며 “코로나19라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공격적인 시도를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지나치면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의 불안정한 모습도 우려를 키우는 데 한몫한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신세계의 호텔 객실 점유율(OCC)은 13% 정도에 머물렀다. 휴가철인 8월을 제외한 여름 기간 OCC는 30% 수준으로 파악됐으며, 지난 8월 15일을 기점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올해 1분기 327억 원, 2분기 18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매출이 하락세를 보여 왔다. 2016년 7114억 원이었던 신세계조선호텔의 매출은 이듬해인 2017년 5120억 원으로 떨어졌고, 2018년 1916억 원, 2019년 2089억 원을 기록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의 첫 독자 브랜드 호텔 ‘레스케이프’의 실적 부진도 뼈아프다. 신세계조선호텔은 2018년 7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야심작이라는 ‘레스케이프’를 오픈했지만 오픈 직후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레스케이프의 실적 부진을 이유로 들며 지난해 12월 신세계조선호텔의 단기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하향조정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신세계조선호텔이 운영하는 웨스틴조선호텔 서울과 웨스틴조선호텔 부산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각각 746억 원, 282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 레스케이프는 96억 원에 그쳐 기대 이하의 실적을 거뒀다. 신세계조선호텔 측은 “독자 브랜드이기 때문에 초반에 겪을 수 있는 결과”라며 “이후 실적이 안정됐고 지난해 연말에는 80~90% 객실이 찼다”고 설명했다.
호텔업계 관계자들은 신세계가 자랑하는 ‘독자 브랜드 운영 방식’이 오히려 레스케이프의 실적 악화의 요인 중 하나로 꼽는다. 독자 브랜드 호텔은 다른 브랜드와 제휴 대신 독자적인 브랜드 파워를 갖춰 사업을 확장할 수 있고 글로벌 호텔 체인 형태로 해외 진출도 노릴 수 있다. 운영 수수료를 지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상당하고 홍보와 마케팅에 어려움이 따르는 탓에 유의미한 실적을 거두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수수료를 내고 운영하는 위탁운영 방식은 초기 호텔 설립 비용 지출에 큰 부담이 없지만 레스케이프는 직접 지어 올린 독자 브랜드 호텔이기 때문에 부담이 상당했다”며 “이번에 리모델링하는 호텔도 5성급으로, 여기에 CAPEX(설비투자) 비용만 100억 원 가까이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이 오픈을 앞둔 5개 호텔 가운데 서울 강남의 ‘조선 팰리스’와 경기도 판교의 ‘그래비티’ 역시 레스케이프와 같은 독자 브랜드다. 한국호텔업협회 관계자는 “호텔롯데와 신라호텔 모두 자체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기에 신세계 역시 독자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이 오는 12월 독자 브랜드 ‘그래비티 서울 판교, 오토그래프 컬렉션’을 오픈한다. ‘그래비티 서울 판교, 오토그래프 컬렉션’ 조감도. 사진=신세계조선호텔 제공
신세계조선호텔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이 향후 모기업인 이마트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6년째 적자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신세계조선호텔은 지난 3월 25일 이마트로부터 유상증자를 통해 1000억 원(보통주 589만 주)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안진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를 통한) 새로운 운영자금은 신규 호텔사업 진출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신규 호텔사업이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신세계조선호텔 측은 “코로나19 사태가 예상보다 길어지긴 했지만 이후 장기적인 관점에서 호텔사업 확장을 결정했다”며 “웨스틴조선 호텔을 오래 운영하며 축적한 노하우로 독자 브랜드를 내놓았다. 고객의 니즈가 세분화되는 시점에서 이에 맞춘 독자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