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모산에서 바라본 대치동·개포동 아파트 일대. 사진=박정훈 기자
#주춤해진 집값…뜨거워지는 임대시장
집값은 최근 상승흐름이 주춤해지며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있다. 정부의 임대사업자 등록말소 유도로 시장 매물이 늘어난 데다, 3기 신도시 사전청약으로 기존 주택에 대한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민간임대주택특별법 개정으로 지난 8월 18일부터 의무임대기간이 경과한 4년 단기임대와 아파트 장기임대 주택 40만 가구가 등록이 말소됐다. 지난 6월 말 기준 전체 등록임대주택 160만 7000가구의 약 25%에 달하는 물량이다. 정부는 연말까지 6만 8000가구가 추가로 자동 말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약 47만 가구가 매물로 나오는 셈이다.
약 17만 가구 규모의 3기 신도시 청약도 2021~2022년 사전청약, 2023년 본청약, 2025년 첫 입주 순으로 진행된다.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청약은 가격이 아닌 자격 경쟁이다. 9월 초까지 이른바 3040세대의 ‘영끌’ 대출로 서울에서 6억 원 이하 주택은 사실상 동이 난 상황이다. 신용대출이 금융당국의 요주의 대상이 되면서 이를 통한 주택마련도 예전보다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임대차보호법 통과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의 관심은 오히려 임대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임차인과 임대인의 갈등이 핵심이다. 다만 새로운 규제 도입에 앞서 전월세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숨고르기일 뿐…전문가들 “다시 오른다”
전월세 가격 상승은 갭 투자를 용이하게 만들어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쉽다. 정부의 공급 대책도 수요 우위 구조를 바꿀 정도의 위력은 없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임대주택 매물도 대부분이 다세대나 다가구 주택으로 추정된다. 서울지역 아파트는 4만 가구로 10%도 채 되지 않고, 수도권까지 포함해도 7만 가구에 그칠 전망이다. 재산세와 종부세 부과 기준 시점인 내년 6월 전이어서 아직 시간이 있다. 수요가 높은 지역의 아파트라면 1년 치 세 부담 아끼려고 급매로 내놓을 유인도 적다. 신도시 청약도 입주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만큼 집값 안정을 단언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주택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주택도시금융 수요실태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부동산 시장 전문가 200명 중 74.5%가 올해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문가들이 꼽은 상승 전망 이유로는 ‘시중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한 투기 수요 증가’(64.4%)가 가장 많았다. 이어 ‘새 아파트 선호 증가 및 신규주택 공급 부족 인식’(58.4%), ‘주택가격 상승 우려에 따른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 증가’(49.7%), ‘기준금리 인하 등 경기 부양 정책’(19.8%), ‘정부의 지방 부동산 규제 완화’(4.7%) 순이었다.
전문가 중 79.0%는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도 지속해서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유로는 ‘신규주택 입주물량 감소’가 60.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집주인의 월세 선호로 인한 전세 물량 감소’가 48.7%, ‘기존주택 멸실에 따른 이주수요 증가’가 30.4%, ‘매매가격 안정에 따른 전세 잔류 수요 증가’는 27.8%, ‘전월세상한제 도입 가능성’은 22.8% 순으로 집계됐다.
#증시 유동성 쟁탈전…기관들 차익실현 vs 개인매수
미국 연준은 상당기간 기준금리를 동결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이후 추가 양적완화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없으면 경제회복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경고만 내놨다.
미국 의회는 대선을 앞두고 공화·민주당 간 정쟁으로 경기부양안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연방정부 폐쇄를 막기 위한 임시부양책만 통과시켰다. 대선 이후로 공을 넘긴 셈으로 사실상 10월 중에는 시장에 추가로 대규모 유동성이 풀릴 가능성이 낮아졌다. 유동성 환경이 악화되면서 그간 주가가 많이 오른 기술주 가치에 대한 의심이 커졌고, 차익실현이 쏟아지고 있다. 니콜라와 나녹스 관련된 논란, 테슬라의 ‘배터리데이’에 대한 실망 등도 기술주 낙폭을 키우는 요인이다.
국내 증시에서도 기관들의 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한 차익실현 물량이 쏟아지면서 상승세에 급제동이 걸렸다. 최근 주가 상승으로 포트폴리오 내 주식 비중이 높아지면서 이를 재조정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화 강세로 신흥국 자산 편입이 유리해진 외국인 투자자들도 위험자산에 대한 경계가 높아지면서 주식보다 채권매입 자금만 유입되는 모습이다. 개인은 강력한 매수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주요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한도가 꽉 차면서 추가차입 여력은 제한적이다. 9월 초 63조 원을 넘었던 고객예탁금은 55조 원대로 줄었고, 신용융자 잔고도 지난 7월 18조 원 돌파에 실패한 이후 내리막이다.
분수령은 10월 초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이다. 60조 원 이상의 자금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실제 공모주를 받을 자금은 1조 원 안팎에 그칠 전망이다. 나머지 자금이 과연 증시로 얼마나 유입될지가 관건이다. 정부의 신용대출 통제로 이후 차입환경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증시 전망이 양호하다면 차입한 자금을 투자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10월 초부터 이뤄지는 기업들의 3분기 실적발표가 중요하다.
최근 유가와 급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유가·금, 달러 약세여야 유리
부동산과 주식만큼은 아니지만 유가와 금에 투자한 이들도 적지 않다. 두 자산 모두 최근 가격이 내리막이다. 유가는 이미 글로벌 경기회복 둔화로 수요부분에서의 재료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금값도 비슷하다. 최근의 금값 하락은 미국의 현금 살포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달러 약세가 강세로 반전된 결과다. 그간 금값이 주가와 비교적 동행했던 이유다. 미국이 다시 돈 풀기에 나선다면 주식과 함께 금값도 반등할 수 있다.
유가는 신재생 에너지 친화정책을 펼칠 미국 민주당 바이든 후보의 대선 승패 여부가 중요하다. 바이든이 당선된다면 악재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기존의 정책을 유지하고,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유가에 우호적이다.
한편 미국은 대선과 함께 의회 선거도 치러진다. 2년 임기의 하원 전원을 다시 뽑고, 상원의 3분의 1을 선출한다. 현재 상원(정원 100명)은 공화당(53명), 하원(정원 435명)은 민주당(232명)이 다수당이다. 미국은 대통령 권한이 막강하지만, 재정과 관련된 권한은 의회에 있다. 상·하원 모두 다수당이 바뀔 수도 있다. 여당과 다수당, 상·하원의 다수당이 다를 수도 있다. 관심은 현재 여론 지지도가 높은 민주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모두 장악할지 여부다. 상원은 2014년 이후 줄곧 공화당이 1당이다. 하원은 2018년 민주당이 10년 만에 1당을 탈환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