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무감사가 끝난 뒤 당협위원장이 대거 교체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의 칼날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사진=박은숙 기자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9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당무 감사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국민 눈높이에서 평가항목 및 방법이 논의돼야 한다”는 이양희 당무감사위원장 발언을 전했다. 당무감사위원회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평가항목을 만들기 위해 감사 실시에 앞서 원내외 당협위원장과 국회의원 보좌진, 당비를 내는 책임당원의 의견을 취합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당협이 자체 평가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선거 전후로 부적절한 언행을 했거나 공개적으로 극우 행보를 보인 당협위원장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고위 관계자는 “21대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내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어수선한 분위기로 인해 21대 총선 결과에 대한 반성을 아직 하지 않았지만 곧 이와 관련된 깊은 논의가 오갈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 등에 따르면 비례대표 득표율에서 중도정당과 군소정당 등을 제외한 거대 양당 표심을 기준으로 지역의 세를 추출하면 보수적인 도시와 진보적인 도시가 뚜렷하게 구분된다고 한다. 지난 총선에선 지역구 253석 가운데 93곳이 보수세가 5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술적으론 국민의힘이 93곳을 이겨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지역구 84석에 그쳤다.
보수세가 50% 이상인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는 것은 보수 유권자가 국민의힘 후보자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전략 공천이었다면 공천 자체가 지역민 마음을 사기에 부족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선 서울에선 보수 지지율 51.75%를 기록한 송파구병의 김근식 후보가 43.22% 득표율을 기록했다. 총선 전 당 일각에선 김 후보가 과거 다른 당 후보로 선거에 출마하려 했던 점을 이유로 공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부산은 전 지역에 걸쳐 보수세가 강하게 나타났다. 모든 의석을 싹쓸이할 수 있었지만 3곳을 놓쳤다. 남구을 이언주 후보와 북구강서구갑 박민식 후보, 사하구갑 김척수 후보가 보수세가 더 센 지역에서 패배했다. 남구을과 북구강서구갑, 사하구갑의 보수세는 각각 57.12%, 54.98%, 54.97%였지만 세 후보 득표율은 각각 48.74%, 48.58%, 45.03%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후보가 일부 보수 유권자로부터 선택받지 못한 셈이다.
경기 성남시분당구을 김민수 후보, 강원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갑 김진태 후보, 충북 청주시 상당구 윤갑근 후보, 충남 논산시계룡시금산군 박우석 후보, 경남 양산시을 나동연 후보도 보수세가 더 강한 지역이지만 지역 주민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얻지 못한 선거구라고 나타났다.
정당 득표율에서 후보 득표율을 뺐을 때 양수가 나오면 보수적인 지역민에게 어필하지 못했던 후보라는 결론이 나온다. 승리한 후보들 중에서도 이런 사례가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후보는 대구 북구갑 양금희 의원이었다. 대구 북구갑에서 국민의힘 득표율은 53.54%였지만 후보 득표율은 49.82%였다. 대구에서 유일하게 50% 이하를 기록했다. 20대 국회의원이었던 정태옥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 나오면서 표가 분산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주시 김석기 의원과 안동시예천군 김형동 의원도 당 득표율에 비해 후보로서 받은 득표율이 더 낮았다. 박형수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가운데 영주시와 봉화군에서 당 득표율에 비해 더 낮은 표를 받았다. 임이자 의원에게 내려진 숙제는 문경시에서 자신의 인기를 좀 더 올리는 일이다.
대구 동구을 강대식 의원과 서구 김상훈 의원도 보수세에 비해 10%포인트(p) 이상 낮은 득표율로 당선됐다. 주호영 의원과 김승수 의원도 10%p 이상 차이가 났지만 각각 민주당 소속 거물급으로 분류되는 김부겸 전 의원과 홍의락 전 의원을 꺾었기에 정상참작이 되는 모양새다.
구미시을 김영식 의원, 영천시청도군 이만희 의원, 경산시 윤두현 의원, 고령군성주군칠곡군 정희용 의원 등도 보수세에 비해 약 10%p 이상씩 지지율이 떨어지는 후보였다고 나타났다. 정희용 의원실 관계자는 “정 의원 지지세가 적었던 게 아니다.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김현기 전 경북도 행정부지사는 전직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이 아니었지만 득표율이 12%를 넘길 정도로 정치신인이 아니었기에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했다.
울산 동구에서 당선된 권명호 의원도 보수세가 50.86%인 지역에서 38.37%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경남에서는 창원시성산구 강기윤 의원이 보수세에 비해 10%p 이상 낮은 득표율을 보였다.
서울 강남구을 박진 의원도 비슷했다. 강남구을 보수세는 63.21%였지만 박 의원이 얻은 득표율은 50.95%였다. 12.26%p 차이였다. 서울 송파구병 김근식 후보도 이 지역 비례대표 지지율 51.75%보다 낮은 43.22% 득표했다.
정당 득표율보다 훨씬 높은 개인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패배한 후보도 여럿 있었다. 서울에서는 오세훈 오신환 이준석 김선동 지상욱 후보 순으로 정당 득표율에 비해 개인 득표율이 크게 앞섰다. 인천에서는 유정복 이학재 정유섭 후보가, 대전에서는 이장우 정용기 이은권 후보 순이었다. 세종에서는 김병준 후보가 좋은 개인 성적표를 받았다.
경기에서는 함진규 최영근 주광덕 박용호 김현아 후보 순으로 개인 역량이 당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충청에서는 신범철 김수민 경대수 후보가 인기가 좋았다. 제주에선 강경필 부상일 후보가 선전했다는 평을 들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