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친문(친문재인)그룹을 보는 시선은 이중적이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도를 떠받치는 핵심 지지층이다. 한 여론조사 분석가는 “이른바 ‘조국 정국’ 때부터 여권이 지지층을 위한 정치에 매몰된 것도 ‘30%의 묻지마식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친문 핵심 인사들의 친목모임이었던 ‘부엉이 모임’ 결성을 주도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문제는 부작용이다. 일각에선 친문계 의원이나 문파(문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들의 매파 본색은 조바심의 다른 이름이라고 지적한다. 최악 땐 선거 승리 방정식인 중도층 포섭 전략을 무력화시킨다. 이들의 강경 일변도가 승리 대신 자칫 ‘역풍의 전주곡’을 안길 수도 있다.
앞서 팬덤을 형성했던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도 친노(친노무현)나 친박(친박근혜) 기반이 독으로 작용, 국민 통합은커녕 정권 내내 분열과 갈등의 단초가 됐다. 노무현·박근혜 정부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재인 정부도 팬덤 정치를 둘러싼 악습의 고리를 끊어내지는 못했다. 검찰 개혁 사수전 때 전·현직 법무부 장관인 ‘조국·추미애’ 홍위병으로 나선 친문계의 행태가 대표적이다. 당 지도부에 입성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연일 ‘내가 추미애다’를 외치며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
부엉이모임의 핵심 멤버였던 황희 민주당 의원은 9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복무 특혜 의혹의 최초 제보자인 당직사병의 실명을 거론했다. 그는 “산에서 놀던 철부지의 불장난으로 온 산을 태워 먹었다”고 힐난했다. 황 의원은 내부 고발자를 단독범으로 몰아붙였다가 적잖은 홍역을 치렀다.
부엉이모임은 전해철 의원 주도로 만들어진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 초재선 모임이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를 “친문 하나회”라고 잘라 말했다.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 당시 육군 사관학교 출신들이 만든 사조직에 빗대 친문계를 비판한 것이다.
친문 패권주의는 원외에도 있다. 문파들은 야권의 ‘#내가 당직사병이다’에 맞서 ‘#우리가 추미애다’ 해시태그 캠페인을 전개하며 온라인 전쟁을 주도했다. 이들은 “병역은 국민의 역린”이라고 추 장관을 비판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을 향해 “변절자는 국민의힘으로 가라”며 직격했다.
박 의원은 20대 국회 때도 친문 성향 지지층의 표적인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 중 한 명이었다. 이에 여권 한 의원은 “친문 성향 지지층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야권 한 관계자는 “민주당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반복되는 것도 친문 강성 지지층”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여권이 중도층을 넓히는 산토끼(비지지층) 잡기 대신 손쉬운 집토끼(지지층) 지키기에만 혈안이 되면서 설화 논란에 휩싸이지 않았나. 차기 대선 국면이었다면, 바로 자책골”이라고 말했다. 추미애 정국에서 여당은 추 장관의 아들을 안중근 의사에 비유한 공식 논평을 냈다. 내부에서도 ‘도 넘은 추미애 비호’ 논란이 일자, 결국 사과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