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6000억 원 환매 중단 사태를 맞은 라임과 라임의 전주로 알려진 김봉현 회장 행적을 알 수 있는 키맨으로 유 아무개 씨가 지목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예상 피해액이 1조 6000억 원에 달하는 라임 사태 주범은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 지목된다. 현재 김 전 회장은 수백억 원대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 나가 있던 친구 김 아무개 금융감독원 팀장으로부터 라임의 사전 조사서를 받아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남다른 로비 실력으로 ‘라임을 살릴 회장님’으로 통했던 김 전 회장이 무엇을 노리고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곳은 그가 회장으로 있던 스타모빌리티다. 김 전 회장은 12개 상장사 실제 오너라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실소유했다고 확인되는 상장사는 스타모빌리티가 유일하다. 2019년 4월 김 전 회장은 코스닥 상장사 인터불스를 인수한 뒤 스타모빌리티로 사명을 변경했다.
김 전 회장은 수원여객 회사 자금 241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수사 당국은 김 전 회장이 수원여객 횡령 자금 가운데 일부가 스타모빌리티 인수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라임에서도 약 1000억 원 자금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김 전 회장은 인터불스 인수 직후 공유경제와 모빌리티를 표방했다. 그 후 김 전 회장은 고향 친구 장 아무개 씨가 대표로 있는 스타렌터카 인수 계획을 세운다. 회사 이름도 인수할 회사에 맞춰 인터불스에서 스타모빌리티로 바꾼다. 김 전 회장은 “제주도 렌터카 업계를 싹 쓸어버리자”는 복안을 주변에 말했다고 전해진다.
이런 포부와는 달리 실제로 김 전 회장의 목적은 주가 부양과 함께 돈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유 씨의 사기행각이 주목을 받고 있다. 유 씨는 스타렌터카 대표 장 씨와 연결돼 스타렌터카에 80억 원을 투자한 인물이다. 이 돈은 스타렌터카가 스타모빌리티에 인수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실탄 역할을 하기로 했다. 유 씨 역시 김 전 회장이 라임에서 대대적인 투자받는 것을 전제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유 씨가 투자한 80억 원은 그 혼자 만든 돈이 아니다. 유 씨는 이 돈을 김 아무개 M 병원 원장에게 지급보증을 받아 만들었다. 유 씨는 김 원장에게 “100억 원을 지급보증해주면 이 가운데 80억 원을 스타렌터카에 투자하면 된다. 스타렌터카는 곧 스타모빌리티가 인수할 거고 이때 80억 원 투자금을 100억 원으로 가져갈 것이다. 이 수익을 나누면 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 원장이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어쨌든 2019년 8월 김 원장은 알펜루트에 자신이 지급보증을 하고 유 씨가 소유한 유모터스라는 법인에 100억 원 대출을 실행시킨다. 유 씨는 이 100억 원 가운데 20억 원을 김 원장에게 보내고 80억 원은 스타렌터카에 입금한다.
2020년 7월 알펜루트는 뒤늦게 투자금 100억 원이 증발됐다면서 화제가 됐다. 이 돈은 현재 알펜루트 펀드 환매 연기 사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당시 알펜루트는 중고자동차 매매업체에 투자했다가 돈을 못 받았다고 보도됐는데 이 업체가 바로 유모터스였다. 유모터스는 처음 중고자동차 매매업으로 시작했다가 이때 대출을 받는 법인으로 활용된 것이다.
김 원장이 지급보증을 하고 알펜루트에서 유모터스를 거쳐 돈을 받은 스타렌터카는 자사 소유 5개 법인을 유모터스에 담보로 내준다. 스타모빌리티가 스타렌터카를 인수할 때 담보로 잡은 5개 법인을 100억 원에 인수하겠다는 조건이었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유 씨는 김 원장 몰래 이익을 챙기기도 한다.
유 씨는 이자와 영업비 등을 명목으로 스타렌터카에서 매달 투자금의 10% 가까이를 이율로 챙겨갔다고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본래 투자자인 김 원장에게는 ‘약 1%만 이율을 받는다’고 축소해 말하고 나머지를 본인이 챙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 씨도 주위에 “유 씨가 투자금의 이자와 영업비 명목으로 매달 약 10% 이율을 챙겨갔다”고 말했다는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그렇게 3개월 동안 챙겨간 돈이 3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장 씨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그건 유 씨 주장일 뿐”이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투자를 받을 당시 유 씨 주장에 따르면 스타모빌리티는 스타렌터카를 인수하며 유 씨와 얽힌 5개의 법인 역시 애초 투자금(80억 원)에 웃돈 20억 원까지 주며 인수하려 했다는 얘기가 된다. 게다가 스타렌터카는 이를 위해 스타모빌리티에 인수되기 전까지 유 씨에게 거액의 이자와 영업비를 챙겨주고 있었다.
유 씨에게 투자했던 A 씨도 “유 씨가 김 전 회장이 스타렌터카만 인수하면 스타렌터카 대표도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했다”면서 “회사가 다른 회사를 왜 비싼 값에 사주겠나. 자신들 돈 아니니까 라임 돈이 망가지든 말든 관심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런 까닭에 김 전 회장이 라임 돈을 이용해 고향 친구가 대표로 있는 스타렌터카를 인수한 뒤 그 돈을 현금화해 챙기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스타모빌리티의 스타렌터카 인수 작업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발생했다. 2019년 7월 22일 한국경제가 라임의 ‘수익률 돌려막기’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가 나오면서 고객들의 환매 요청이 이어졌다. 보도 직후인 8월 유 씨는 스타렌터카에 80억 원을 입금했지만 보도 이후 라임이 급격히 무너지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김 전 회장도 라임에서 지원받기로 한 1000억 원 가운데 상당수가 묶이게 됐고 신사업도 더 이상 진척되지 못하면서 인수는 물 건너가게 된다.
이렇게 되자 인수 작업만 바라보던 사람들의 시선도 변하게 된다. 유 씨가 호언장담하며 끌어왔던 김 원장 돈도 언제 돌려줄 수 있을지 기약이 없게 된다. 인수가 미뤄지면서 스타렌터카도 유 씨에게 지급하던 10% 이율을 3개월 정도 지급하다 더 이상 주지 못하게 된다.
장 씨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최근 스타렌터카와 스타모빌리티 사이를 억측하는 보도가 너무 많이 나오고 있다”며 “유 씨는 스타모빌리티의 스타렌터카 인수 거래 사이에 관련이 없다. 두 회사 거래가 깨진 뒤 유 씨는 스타렌터카하고 계약을 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 씨 말과 달리 최근 일요신문이 입수한 스타모빌리티와 유 씨가 인수한 5개 법인 사이 계약서에 따르면 2020년 1월 2일 스타모빌리티가 5개 회사를 인수하기로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일요신문은 유 씨가 담보로 잡은 5개 법인과 스타모빌리티 사이 인수협약을 맺은 계약서를 입수했다.
더군다나 유 씨는 김 원장을 통해 100억 원 대출 실행 전에도 다른 사람들을 통해 수십억 원의 대출을 받아낸 이력이 있었다. 2018년 유 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법인만 있다면 P2P 업체를 통해 대출을 일으킬 수 있고 이 돈을 나에게 투자하면 수익을 주겠다’고 권유했다. 유 씨는 박 아무개 씨에게 5억 원, 김 아무개 씨에게 약 15억 원을 대출받게 했다. 유 씨는 이 돈을 당초 말한 투자가 아닌 돌려막기에 사용했다.
빌린 돈을 갚으라는 종용에 유 씨는 ‘스타렌터카만 인수되면 큰돈을 벌고 100억 원은 물론 그 이전에 빌렸던 돈도 다 해결해 줄 수 있다’고 했지만 지키지 못한 약속이 됐다. 돈을 빌려줬던 박 씨는 “2018년 대출해 준 돈을 상환하라고 지속적으로 얘기했지만 상환이 안 됐고 결국 스타렌터카 인수도 무산되면서 상환을 더욱 강도 높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결국 이뤄지지 않았고 지난 2월 김 씨와 함께 서울중앙지검에 사기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대략 지난 4월부터 유 씨는 도주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100억 원에 매각된다고 들었던 스타렌터카 자회사 5개는 이제 60억 원 혹은 그 이하로 팔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팔게 되면 유 씨는 20억 원을 김 원장에게 손해 입히게 되고, 과거 돌려막기에 쓴 박 씨, 김 씨 돈까지 막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유 씨는 유모터스 법인으로 담보를 잡은 스타렌터카 자회사 5개 가운데 일부 법인은 매각하고 일부 법인에 속한 렌터카를 판매해 돈을 마련했다. 또한 유 씨는 마지막 도주 직전 법인에 속한 약 60대 차량을 추가로 판매했고, 이미 팔린 차량 일부를 다시 대포차량으로 판매하면서 도주 자금을 만들었다.
지난 6월 17일 유 씨는 미국으로 도주했다. 피해자들은 유 씨가 법인과 차량 판매 대금 외에도 80억 원의 10% 이율로 다달이 받은 돈 30억 원을 포함해 약 60억 원의 도주 자금을 만들었다고 파악하고 있다. 스타모빌리티와 스타렌터카 사이에서 돈을 만들어 보려던 유 씨는 결국 알펜루트에 부채 80억 원, 김 씨 명의로 받은 대출 잔액 8억 원, 박 씨 돈이 포함된 P2P 대출 15억 원 등 100억 원이 넘는 빚을 남기게 됐다.
김 씨는 “유 씨는 스타렌터카, 스타모빌리티에다 김 전 회장까지 등장하는 큰 판에서 돈을 벌 수 있다며 여러 사람을 끌어들였고 결국 많은 피해자를 나오게 했다. 유 씨 지인들 사이에서 알려진 것과 남아 있는 녹취만으로도 스타렌터카와 김 전 회장 사이를 상당 부분 유추할 수 있다. 유 씨가 잡힌다면 이 둘 사이가 어떤 관계였는지 더 자세히 밝혀질 것이다”라면서 조속한 유 씨 신병 확보를 촉구했다.
김 원장은 현재 유 씨, 유 씨 담보였던 5개 법인의 관계인 3명, 스타렌터카 대표 장 씨 등을 고소한 상태라고 전해졌다. 이 외에도 김 원장은 알펜루트 직원이 대출 내용도 보지 않고 대출을 실행시켰다는 이유로 유 씨와 연결해 준 보험회사 지점장 등도 같이 고소했다고 알려졌다. 김 원장은 지급보증을 한 만큼 100억 원을 상환해야 할 상황으로 보인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