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9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외교안보특위위원 긴급간담회에서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해 성명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김 위원장 비토 세력은 당 지지율이 다시 하락하고 있다며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이들이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안철수 대표는 9월 23일 “김종인 위원장 취임 때 (국민의힘) 지지율이 17~18%였는데, 지난주는 19~20%였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김 위원장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김종인 대망론’이 불거진 시점과 맞물린다. 안철수 유승민 홍준표 등 보수 진영에서 거론되는 차기 주자들에 대해 김 위원장이 비판을 이어가자 직접 출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7년 4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일주일 만에 철회한 바 있다.
그러자 김 위원장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주호영 원내대표와의 신경전도 감지됐다. 차기주자군과 가까운 국민의힘 의원들은 비대위 체제를 조기에 종료하고 전대를 열어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와 2022년 대통령선거를 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곽에선 홍준표 무소속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이 김 위원장을 때렸다. 이들은 ‘소방수’로 데리고 온 김 위원장이 과연 당을 위기에서 구해냈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국민의힘 현재 지지율을 가리키고 있다.
김 위원장은 5월 27일 취임했다. 취임 첫 주를 조사한 6월 2주차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7.9%였다. 42.3%였던 민주당과는 14.4%포인트(p) 차이였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에 비해 0.4%p 상승한 수치였다. 김 위원장 취임 효과가 크게 나타나진 않은 셈이다.
6월 3주차 국민의힘 지지율은 1.2%p 오른 29.1%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1.7%p 내린 40.6%였다. 두 당은 원 구성으로 첨예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김 위원장은 “차라리 모든 상임위를 내주자”고 했고, 실제 그렇게 됐다. 6월 18일 북한이 개성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게 지지율 명암을 갈랐다는 분석이었다. 6월 4주차 역시 북한 및 국회 원구성이 주요 이슈였다. 국민의힘은 28.1%로 1.0%p 떨어졌고, 민주당은 41.2%로 소폭 상승했다.
민주당 상임위 독식으로 원구성이 마무리된 후 조사한 7월 1주차 국민의힘 지지율은 30.1%였다. 전주보다 2.0%p 올랐다. 민주당은 38.3%였다. 국민의힘이 30%대를 기록한 것은 총선 직전이던 3월 4주차 이후 14주 만이다. 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한 자릿수로 좁혀진 것 역시 15주 만이다.
이를 놓고 당 안팎에선 김 위원장 진가가 발휘되고 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김 위원장은 6월 30일 전국 지방의회 연수에 참석, “(총선 패배) 진단을 완료했다”면서 “당을 같이 쇄신하고 변화시키면 다음 대선에서 우리가 다시 집권할 수 있다”고 했다. 7월 2일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부동산은 이 정부가 틀림없이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을 어떻게 입증할지 다시 한 번 입장을 표명해 달라”면서 부동산 문제를 공략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8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7월 2주차부턴 부동산 문제가 본격적으로 올라왔다. 국민의힘은 총공세 채비로 들어갔고, 민주당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김종인 위원장은 7월 7일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은 완전한 실패”라고 했다. 그로부터 3일 뒤인 7월 10일 정부는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같은 날 박원순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도 일어났다. 전반적으로 국민의힘에 유리한 주였지만 지지율은 29.7%로 0.4%p 떨어졌다. 민주당은 39.7%로 다시 40%대 진입을 눈앞에 뒀다.
7월 3주차 지지율 조사 발표 후 국민의힘 내부에선 환호가 나왔다. 지지율이 1.3%p 오르며 31.0%를 기록했는데, 민주당과의 차이는 불과 4.3%p였다. 2020년 2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창당 이후 가장 좁은 격차였다. 이를 두고 당 내부에선 부동산 문제를 집중 공격한 김종인의 진가가 발휘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지지당이 없는 무당층이 전주보다 2.1%p 상승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반박도 있었다. 민주당의 떨어진 지지율(4.4%p)이 국민의힘 쪽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김종인이 잘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이 못해서 격차가 줄어들었던 것이다. 상대 실책을 기회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7월 4주차 역시 부동산 문제가 ‘뜨거운 감자’였지만 지지율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31.7%, 민주당은 37.5%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0.7%p 오르는 데 그친 반면, 민주당은 2.2%p 상승하면서 양당 격차는 다시 벌어졌다. 7월 5주차 국민의힘 지지율은 변동이 없었고, 민주당은 38.3%였다.
8월 1주차 지지율은 크게 요동쳤다. 7월 30일 윤희숙 국민의힘 초선 의원이 정부의 임대차3법 등을 비판했던 이른바 ‘5분 연설’이 결정타였다.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2주택 논란도 기름을 부었다. 민주당은 3.2%p 내린 35.1%, 미래통합당은 2.9%p 오른 34.6%였다. 양당의 차이는 불과 0.5%p였다.
8월 2주차 국민의힘이 드디어 민주당을 앞섰다. 국민의힘은 1.7%p 오른 36.3%로 34.8%의 민주당을 제치고 정당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이긴 것은 2016년 10월 3주 차 이후 3년 10개월 만의 일이었다. 부동산 후폭풍과 함께 ‘박근혜 탄핵 사과’ ‘광주 방문’ 등 김종인 위원장 행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김 위원장을 향해 제기됐던 비판들이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일주 천하’였다. 8월 3주차 국민의힘 지지율은 1.2%p 내린 35.1%를 기록했고, 민주당 지지율은 39.7%로 상승했다. ‘전광훈 리스크’가 결정타였다.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가운데 8월 15일 열린 광화문 집회는 국민의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8월 4주차엔 양당 차이가 더 벌어졌다. 민주당은 다시 40%대(40.4%)로 진입했고, 국민의힘은 30.1%로 간신히 30%대를 유지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에 비해 5.0%p 빠진 수치다.
9월 1주차 최대 이슈는 의료계 파업이었다. 이를 놓고 국민의힘은 정부 여당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지만 지지율은 0.9%p 오르는 데 그쳤다. 31.0%. 민주당은 2.6%p 내린 37.8%를 기록했다.
9월 2주차 양당의 차이는 다시 줄어들었다. 이번엔 민주당이 이른바 ‘추미애 리스크’로 직격탄을 맞았다. 윤영찬 의원이 보좌관에게 보낸 부적절한 메시지, 김홍걸 재산 논란 등 악재들이 쏟아졌다. 민주당은 4.4%p 내린 33.4%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은 32.7%로 민주당을 불과 0.7%p 차로 추격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9월 3주차 여권이 적극적으로 ‘추미애 엄호’에 나서고 이에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민주당 지지율은 35.2%로 상승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29.3%로 다시 20%대로 하락했다. 지금은 무소속인 박덕흠 의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쏟아진 게 타격이었다.
지지율만 놓고 봤을 때 김 위원장 취임 직후와 지금은 크게 차이가 없긴 하다. 6월 2주차 27.9%에서 9월 3주차 29.3%로 1.4%p 소폭 올랐을 뿐이다. 이 기간 민주당 지지율은 42.3%에서 35.2%로 떨어졌다. 앞서의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민주당이 7.1%p 떨어진 동안 우리는 1.4%p 올랐다. 이는 김 위원장 영입이 크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을 나타낸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 측으로 꼽히는 한 초선 의원은 이렇게 반박했다.
“두 명의 전직 대통령 구속으로 바닥으로 갔던 당이다. 가깝게는 지난 4월 총선을 떠올려보라. 더군다나 전광훈, 박덕흠 등 위기가 숱하게 있었다. 민주당이 이렇게 떨어지는 동안 우리는 그래도 올랐다. 한때 지지율 역전을 했을 때 얼마나 김 위원장을 높게 평가했느냐. 김 위원장 취임 후 양당 격차가 10%p대에서 5.9%p로 줄어든 것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은 김 위원장을 흔들 때가 아니라 그의 개혁 작업을 적극 지원해야 할 때다.”
한편, 지지율과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