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 소재 군 골프장인 처인 체력단련장 전경도. 사진=국군복지단 홈페이지 갈무리
30개 군 골프장 중 국방부가 운영하는 골프장은 5개다. 육군이 7개, 해군이 5개를 보유하고 있다. 공군은 군에서 가장 많은 13개 골프장을 운영한다. 공군이 가장 많은 골프장을 운영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군 골프장을 만들어진 계기 자체가 공군과 인연이 깊은 까닭이다.
전직 국군복지단 관계자는 “군 골프장은 공군 장교들의 여가생활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면서 “공군 파일럿 임무를 가진 장교들이 주말이나 휴일에 작전지역을 벗어나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골프장을 만든 것이 군 골프장의 시초”라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언제 비행에 나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군 파일럿들을 부대에 묶어놓음으로써 작전대비태세를 확립하는 것이 군 골프장을 만든 이유였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군 골프장은 서울·경기 지역에 밀집해 있다. 전체 3분의 1 정도인 11개다. 수도권 주요 군 골프장으론 태릉 체력단련장을 비롯해 남수원 체력단련장, 동여주 체력단련장, 용인 처인 체력단련장 등이 있다. 11개 중 5개는 국방부가 운영하는 골프장이며, 육군이 2개, 해군이 2개, 공군이 2개를 운영한다. 강원도엔 군 골프장이 3개(해군 1, 공군 2) 있고, 충청 지역엔 8개(육군 4, 공군 4)가 있다. 영남권엔 7개(육군 1 해군 2 공군 4), 호남권엔 하나의 군 골프장(공군 1)이 존재한다.
군 골프장은 평일 군 간부, 부사관, 병사 모두가 예약할 수 있는 시설이다. 그러나 현역 병사가 군 골프장에서 라운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평일 근무 중 현역 병사가 라운딩을 나가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전직 군 골프장 근무자 말에 따르면 프로 출신 골퍼가 군 골프장 잡무를 담당하는 복지병으로 배정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선수 출신 복지병이 골프장 방문 손님들의 레슨을 담당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중엔 골프 레슨을 하고 휴일에 출타를 신청한 뒤 민간인 신분으로 라운딩을 즐기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전직 군 관계자는 “군 병력 감축과 조직체계 개편에 따라 향후 복지병 역할을 하는 자원은 민간인으로 충원될 예정”이라면서 “골프 복지병이 라운딩을 즐기는 흔치 않은 풍경 역시 이제 옛일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그는 “비록 군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는 범위가 현역 병사까지지만, 현역 병사가 군복무 중 군 골프장을 이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했다.
국방부가 운영하는 동여주 체력단련장. 사진=국군복지단 홈페이지 갈무리
그렇다면 군 골프장 라운딩 비용은 어떨까. 복수 예비역 군 간부에 따르면 그린피(라운딩 비용)는 골프장마다 다르다. 민간인 기준 6만 5000원 선부터 19만 1000원 사이에 그린피가 형성된다. 그린피가 가장 비싼 군 골프장은 태릉 체력단련장, 가장 저렴한 곳은 포항 체력단련장(해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현역, 예비역, 민간인 등 신분에 따라 그린피에 차이가 있다.
20년 이상 복무한 전·현직 군인은 정회원, 10~20년 복무한 전·현직 군인은 준회원인데 이들은 민간인 그린피보다 싼 값에 군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다. 한 예비역 군 간부는 “군 골프장에서 군인만 골프를 칠 수 있는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평일 군 골프장 전체 티 가운데 20%는 민간인이 예약할 수 있는 몫“이라면서 ”오히려 라운딩하는 골퍼 비중을 살펴보면 예비역 군인보다 민간인 비중이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직 군 복지 관련업무 관계자는 “민간인들이 군 골프장을 많이 이용할수록 골프장 수익이 난다”면서 “민간인들이 지불하는 비용은 군 복지기금으로 활용된다”고 했다.
군 골프장에서 캐디비와 카트비는 신분에 상관없이 같은 가격을 적용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운딩 비용엔 입장할 때 신분에 따라 가격에 차이가 있지만, 캐디비와 카트비는 신분과 상관없이 같은 비용을 지불한다. 단 골프장마다 캐디비와 카트비에도 차이가 있다.
부킹 경쟁도 치열하다. 골프장마다 부킹 우대 시스템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육군이 운영하는 군 골프장에 육군 예비역 부킹 자리를 더 많이 마련해놓는 식이다. 전직 군 고위 관계자는 해병대가 운영하는 덕산대 체력단련장(경기 화성) 부킹 시스템을 예로 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덕산대 체력단련장의 경우 부킹할 수 있는 티가 40개 있다고 치면, 여기서 체력단련장 운영 주체인 해병대가 해병대 출신 전·현직 군인에게 부킹 혜택을 준다. 전체 티 가운데 해병대 몫을 60~70% 정도로 높게 책정하는 방식이다. 나머지 티는 육·해·공군에 나눠 배정한다. 통상적으로 보면 군별로 부킹 수요가 50~60팀 정도가 있다. 50~60개 팀이 얼마 안 되는 자리를 두고 경쟁을 하는 까닭에 부킹 경쟁이 상당히 치열해지기 마련이다.”
국군복지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국방부 운영 군 골프장 잔여티 현황.
복수 예비역 군 관계자에 따르면 국방부가 운영하는 군 골프장의 경우 ‘부동산 청약 방식’과 비슷한 부킹 시스템이 적용된다고 한다. 예약 횟수가 적으면 적을수록 부킹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스템이다. 2020년 군 골프장에서 한 번도 라운딩을 한 적이 없는 예비역 군인이 전·현직 군인에게 할당된 티를 부킹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셈이다.
과거 군 골프장 사장은 부킹 과정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군 골프장 사장은 통상적으로 예비역 중령 이상급 군인이 채용 과정을 거쳐 임명된다. 과거엔 군 골프장 사장이 자체적으로 배정할 수 있는 티가 몇 개씩 존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군 골프장 사장은 자신과 친분이 있는 인사나 식사를 함께한 인사에게 ‘부킹 청탁’을 받기 일쑤였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군 골프장에 노조가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이런 풍경이 사라졌다고 한다.
전직 장성급 군 관계자는 “과거엔 군 골프장 사장이 부킹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영역이 많았다”면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부킹과 관련해 아무 영향력도 발휘할 수 없는 현재의 군 골프장 사장은 바지사장이나 마찬가지”라면서 “군 골프장 사장이 큰소리치던 시절은 옛날 일이 됐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군 골프장도 눈치를 보면서 시설을 운영하는 경우가 잦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복수 군 관계자는 초창기 군 골프장이 늘어나던 시절 일화를 전해주기도 했다. 초창기 군 골프장은 ‘현역 병사 삽질(작업)이 만들어낸 기적의 산물’이었다고 한다. 군 골프장 신설 및 정비에 병사들의 작업이 없었다면 군 골프장이 유지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현역 병사들은 풀 뽑기, 돌 줍기, 제초 작업, 부러진 티 줍기 등 다양한 작업을 바탕으로 군 골프장을 지탱했다.
태릉 체력단련장 클럽하우스. 사진=국군복지단 홈페이지 갈무리
유신 시절 만들어진 태릉골프장의 경우엔 1번 홀은 1사단, 2번 홀은 2사단, 3번 홀은 3사단이 작업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전직 군 관계자는 “과거엔 홀마다 사단 이름이 별칭으로 붙어있을 정도였다”면서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노동력 착취로 군 골프장이 태어나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가 복무할 당시에도 군 골프장 인근 사령부급 부대에 근무하는 병사들이 점심시간이나 일과 후 시간을 이용해 골프장 정비 작업에 투입되는 경우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병사들 작업의 산물인 골프장도 있지만, 민간 골프장을 국방부가 인수해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국방부가 운영하는 용인 처인 체력단련장, 동여주 체력단련장이 대표적이다. 과거 국방부는 성남에 군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었다. 학생군사학교, 종합행정학교 등 군 교육기관을 비롯해 일부 특전사 부대가 위치하고 있던 곳에 자리잡고 있었던 군 골프장이었다.
그러나 성남에 위례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2008년을 전후로 성남 소재 군부대는 다른 지역으로 뿔뿔히 흩어지게 됐다. 그러면서 국방부가 운영하던 성남 체력단련장 역시 자연스레 사라졌다고 한다(2020년 기준 공군이 운영하는 성남 체력단련장이 존재한다). 현재 위례신도시엔 국방부가 운영하는 밀리토피아 골프연습장이 있다.
국방부가 운영하던 성남 체력단련장이 없어진 뒤 국방부는 민간 운영 골프장 2개를 매입했다. 기존에 만들어졌지만 여타 이유로 더 이상 운영하지 않던 민간 골프장 시설을 구입해 군 골프장으로 새단장한 것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군 골프장이 앞서 언급한 용인 처인-동여주 체력단련장이다. 두 골프장은 태릉 체력단련장, 남수원 체력단련장과 더불어 ‘군 골프장 사천왕’으로 꼽힌다. 그 가운데 동여주 체력단련장은 잭 니클라우스가 코스를 설계한 수준급 골프장으로 명성이 높다.
한 안보단체 관계자는 “아직 군 골프장에 대해 잘 모르는 민간인이 많다”면서 “군이 적극적으로 골프를 즐기는 민간인을 군 골프장으로 끌어당길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군 골프장이 단순히 예비역들의 놀이터가 돼선 안 된다”면서 “민간인을 많이 끌어모을수록 군 복지기금이 모인다. 민간인이 예약할 수 있는 티 비중을 늘릴 필요성이 있다. 군 골프장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활성화한다면, 군 전반에 걸친 복리후생 증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