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일요신문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는 ‘소방관 출신 1호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 사진=이종현 기자
―교통사고 현장에서 119구조대가 오기 전 신속한 응급처치로 피해자를 도운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한 달이 지난 일이 뒤늦게 알려져 처음엔 무슨 일인지 기억도 안 나 한참을 생각했다. 당시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했다. 구급차나 경찰차 도착 전이었다. 바로 차를 세우고 트렁크에 소방관 시절부터 항상 싣고 다니던 응급처치 가방을 들고 뛰어가 환자상태를 봤다. 신체와 감각 이상, 통증 등을 평가했다. 피해자가 크게 다치지 않아 천만다행이었다. 저뿐 아니라 주변 시민들도 다 같이 교통안전 통제하고 도움을 줬다. 누구라도 했을 일인데 저만 국회의원 신분이라 주목받는 게 쑥스럽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응급처치 도구를 평소에 갖고 다니는지.
“저는 1급 응급구조사 자격도 있고, 환자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항상 차에 넣고 다녔다. 그런 것을 일반 국민들에게 기본으로 보급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거즈 붕대 사용도 기초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시민들은 사고가 났을 때 119에 신속히 신고하고, 상황설명 해주고, 환자나 주변 상황을 안전히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국회 등원한 지 100일이 지났다. 직접 경험해보니 어떤가.
“소방관을 할 당시에는 국회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일반 국민들이 국회에 갖는 ‘일은 안하고 매일 싸우기만 하는’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선거 과정에서, 당선 이후에도 ‘국회의원들이 정말 일 열심히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달라 싸울 수는 있어도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법안 발의, 상임위 회의, 토론회 등 하루 종일 너무나도 바빴다. 또한 국민의 대표로서 짊어지는 막중한 책임의 무게로 사명감이 필요한 일이구나 느끼고 있다.”
―소방관 출신 첫 국회의원이다. 정치에 참여할 생각이 있었나.
“2008년 의무소방에 이어 2010년 소방관으로 합격한 이후 12년 가까이 사람을 구하는 현장에 있었다. 국민들은 소방관이 사람을 구하고 지키는 멋진 모습만 생각한다. 하지만 살리는 사람보다, 그러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구할 수 없는 이미 늦어버린 상황에 마주하고, 내 눈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걸 봐야 하는 참담한 직업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피할 수 없는 사고도 있지만, 일부는 법과 제도가 조금만 달랐다면 사각지대를 없애 막을 수 있었다는 사고도 있었다.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다. 결국 더 많은 시민들을 지키려면 정치가 움직여야 하더라. 법과 제도를 바꾸고, 예산을 투입해야 했다. 현장에 대해 잘 아는 전문성을 가진 의원이 없었다. 누군가 한 명쯤 국회에서 그 일을 해주길 바랐다. 제가 그 일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총선에 출마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제가 눈앞에서 지키지 못한 사람들을 더 구하려면 변화가 필요하다며 정치에 관심을 가지던 차에 박근혜 정부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해경과 소방방재청을 해체했다. 말도 안 되는 행정조직을 만들어 현장출동 조직을 다 넣어 지휘한다는, 현장과 반대로 가는 정책을 만들었다. 이에 반대해 1인 시위를 한다는 말을 듣고, 저도 개인적으로 준비해 참여했다. 1인 시위하면서 방송과 인터뷰가 많이 들어와 소방관 국가직 전환과 독립 소방청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또 개인적으로 글을 써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 2015년에 책을 한 편(어느 소방관의 기도) 냈다. 현장의 소방관 생각을 열심히 이야기했을 뿐인데, 정치권에서 사회를 더 낫게 변화시키기 위한 하나의 활동으로 눈에 띄었나보더라. 그래서 제안이 왔다.”
―총선에 나간다고 했을 때 주변 동료나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
“민주당 영입 발표 직전까지 아내(김자인 선수) 말고는 아무도 몰랐다. 부모님께도 발표 당일 아침에 전화로 알려드렸다. 민주당에서 비밀을 철저히 지켜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민주당 영입 발표 이후 ‘소방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달라’ ‘사람을 더 많이 구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 달라’ 많은 응원을 받았다.”
―지난해 법안 통과로 숙원이던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이 이뤄졌다.
“제가 소방관으로 있을 때 국가직 전환을 주장했지만, 국가직 전환이 소방관 처우 개선과 큰 상관이 없었다. 인력 더 많이 뽑는다고 소방관 월급이 올라가거나, 장비가 좋아지는 것 아니었다. 오히려 소방 조직 내 일부에서는 ‘국가직 전환 왜 해야 하느냐, 서울이나 경기도 지역 인력 장비 충분한데 국가직 전환으로 하향평준화 된다’고 반대 목소리도 있었다. 그럼에도 국가직 전환은 국민을 더 많이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고 봤다. 장비와 인력에 있어 서울과 지방에 차이가 나지 않도록, 국민의 안전에 대한 권리가 공평하게 보호되고자 하는 의미다.”
―소방관 국가직 전환은 됐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하던데.
“현 정부의 노력으로 소방관이 국가직으로 전환해 지방에 부족한 소방관 인력이 일부 충원됐지만, 여전히 인건비를 걱정해야 되는 상황이다. 신분은 국가직인데, 예산은 지자체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 이에 현재는 소방관 특별교부세에 의존해 인건비를 감당하고 있다. 몇 년이나 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근본적으로 예산도 독립 회계로 둬야 한다. 또한 독립 소방청이 됐지만 조직이 워낙 협소하고 인원이 적어 전국적 소방정책을 총괄하기에는 부족하다. 이에 조직개편이 필요하고 더 안전한 정책이 나와야 한다. 법적인 문제들은 제가 앞으로 입법 활동을 많이 할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선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하고, 설득 많이 해야 한다.”
―소방관의 처우 개선 필요 목소리도 높다.
“소방관은 직업상 유독물질에 수없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 문제로 인해 특이질환, 특히 희귀암 등에 걸렸을 때 위험직 순직 및 공상이 당연히 인정돼야 함에도, 여태까지 입증 책임이 병에 걸린 직원과 그 가족이 재판을 통해 증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20대 국회에서도 표창원 의원이 순직 소방공무원 순직 공상에 관한 법률 개정을 위해 노력 많이 했는데 결국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 부분은 분명히 개선되어야 한다.”
민주당 재해대책특별위원장에 임명된 오영환 의원은 “이제는 우리 재난관리시스템 자체가 기후 위기에 맞춰 개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의료진뿐만 아니라 구급대원들도 보호복을 입고 구조 활동을 하는 것이 정말 힘들다. 저도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구급대원으로 보호복을 입고 출동했었다. 6월이었는데도 덥고 지쳐서 정말 죽을 뻔했다. 신체적으로 힘들면 정신적으로도 타격이 오기 때문에 충분한 휴식이 주어져야 하는데, 그럴 만한 인력이 없다. 비상상황에 대비해 시스템을 갖춰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구급대원들도 감염병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게, 질병관리청으로부터 감염병 환자나 의심환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 받고 관리하는 체계를 잡아야 한다. 이번 법안 소위에서 119 구조 구급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넘겼다.”
―1호 법안으로 ‘이천 물류창고 화재 방지 법안’을 발의했다. 이번 정기국회 대정부질의에서도 위험한 건축자재에 따른 대형 참사 위험성을 경고했다.
“‘생명존중 안전한 일터 3법’이라고 부른다. 지난 4월 이천 냉동 물류창고에서 화재 참사가 발생했을 때 정말 화가 나고 원망스러웠다. 과거부터 수없이 반복된 화재였기 때문이다. 40명이 사망한 2008년 이천 창고 화재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사람들이 화재에 취약한 우레탄폼 등 단열재로 인한 폭발적인 연소 확대와 유독가스 질식 등 같은 원인으로 사망했다. 그때마다 당시 정부에서는 법령을 개선하고 대책을 마련한 것처럼 했지만, 결과적으로 계속 반복됐다는 건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에 화재에 치명적인 자재는 공장과 창고, 다중이용시설 등에 쓰지 못하게 하는 건축법 관련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한 위험물질 취급과 용접 등 위험한 작업을 동시에 진행될 수 없게 하고, 사고가 났을 때 궁극적 책임을 이러한 환경을 통해서 수익을 얻는 사업주가 지게 해 책임을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도 냈다. 또한 공사 중인 건물에도 최소한 임시 소방시설을 설치하게 해 공사 중에도 보호할 수 있는 소방시설법 개정도 준비했다.”
―재해대책특위 위원장에 임명됐다.
“소방관 출신 최초의 국회의원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던 것 같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현재 기후위기로 인해 자연재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번 집중호우와 장마를 보며 기존 시스템의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판단한다. 이제는 우리 재난관리시스템 자체가 기후위기에 맞춰 개편이 필요하다. 화재 안전뿐 아니라 자연재난, 생활안전 분야 등의 분과를 만든다든지 전문가들 그룹을 만들어서 끊임없이 토론해 개혁 작업 준비를 해보려고 한다.”
―최근 민주당은 젊은 의원들 모임이 활발해 보인다.
“기존 정치에 몸담고 있던 분도 있지만, 특히 이번에 영입되고 입당하신 분들은 각자 본인의 전문분야에서 활동한 이력을 가진 분들이 많다. 그래서 모두가 각각 국회 내에서 하고 싶은 분야에 있어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재밌다. 서로 생각이 다른 부분도 있지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도 있다.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을 추진할 때 ‘각자 전문분야를 잘 살려서 도와 달라, 힘을 실어 달라’고 부탁하고 서로 응원한다. 개인적으로 힘든 순간에는 같은 입장에 있는 동료로서 위로도 나눈다. 크게 특별한 이야기는 없는 것 같다. 개혁에 대해 주도해서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는데, 각자 관심사가 달라서 만나면 본인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 그건 젊은 의원, 경륜 있는 의원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