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무고객 경마마저 중단, 올해 경마는 사실상 끝났다고 보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번 시간에는 2020년 씨수말 순위(10월 4일 현재)를 정리해 본다. 올해는 어떤 씨수말이 챔피언에 올랐는지,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며 순위가 급상승했는지 살펴본다.
올해 씨수말 1위는 한센으로, 자마들이 상금 25억 7885만 원을 벌어들였다.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1위 한센
2020년 씨수말 1위는 한센이 차지했다. 우승 44회, 준우승 46회를 기록하며 총상금(씨수말순위는 총상금으로 결정) 25억 7885만 원을 벌어 최고 자리에 올랐다. 대부분의 전문가가 예견했던 일이다. 2018년 7위에서 지난해에 2위로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2016년에 씨수말로 데뷔했으니, 불과 4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정상에 오른 쾌거다. 한센에 대해서는 앞서 몇 번 소개한 바 있기에 간략하게 특징만 정리해 본다.
지금도 북미 최고의 씨수말로 평가받는 ‘태핏’(교배료 30만 달러)의 자마로 태어나, 현역 시절 2세마 챔피언에 오를 정도로 뛰어난 경주력을 발휘했다. 한센의 자마들은 대부분 순발력이 뛰어난 편이라, 선행이나 선입으로 많은 입상을 기록했다. 거리적성도 비교적 긴 편이라 중장거리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으며, 메니피처럼 조숙형이 아니기에 4세나 5세 때에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리는 효자마(?)라는 평가도 받는다. 또한 누적 상금 1위마가 암말인 ‘신의명령(5세)’이고, 1군에 오른 4두 중 2두가 암말이란 점에서 어느 한쪽에 편중되지 않고 암수 모두 잘 뛰는 유형으로 분류된다.
한센 자마 중 올해 가장 많은 상금을 기록한 자마는 화이트퀸(모:빛의여왕)이었다. 지난 7월 트리플 티아라의 첫 관문인 루나스테이크스(1600m)를 제패한 암말로, 우승 2회와 준우승 1회를 기록하며 총 2억 1945만 원을 벌어들였다. 이 외에 톱데이, 최강터치, 검포 등 많은 수의 3세마들이 선전하며 한센의 1위 등극에 힘을 보탠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에 폐사한 메니피는 씨수말 순위 2위를 차지했다. 사진=연합뉴스
#2위 메니피
2020년 씨수말 2위는 지난해 챔피언 메니피(지난해 6월 폐사)였다. 우승 31회와 준우승 33회를 기록했고, 총상금은 24억 6950만 원이었다. 우승 횟수를 비교해볼 때 한센과 무려 13승이라는 큰 차이가 났음에도 상금에서는 불과 1억 원밖에 차이가 안 난 이유는 ‘세이브더월드’ 때문이다. 화이트퀸과 마찬가지로 2승을 올렸는데, 그중 하나가 8월에 펼쳐진 코리안더비였다. 당시에 ‘돌아온영웅’ 페로비치 기수와 찰떡궁합을 보이며 우승, 한방에 4억 4000만 원의 거액을 챙긴 것이 결정적이었다.
메니피는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경마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씨수말이라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간략하게 특징만 정리해 본다. 메니피 자마는 대부분 뛰어난 스피드와 우수한 체격 조건을 타고나 경주마로서는 이상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메니피의 현역 평균 우승 거리 1500m가 말해주듯 거리적성도 비교적 긴 편이고, 암수 모두 잘 뛰는 유형이다. 다만, 대형마는 암말에서 많이 나왔다는 점이 특이사항이다. 예전의 ‘우승터치’나 ‘스피드퍼스트’가 대표 케이스다. 굳이 단점을 찾자면 조숙형이라 2세나 3세 때는 좋은 성적을 올리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입상률이 현격히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3위 테스타마타
3위는 의외의 씨수말 ‘테스타마타’가 차지했다. 2018년 14위에서 지난해에 8위로 뛰어올라 어느 정도 선전은 예상됐지만, 3위까지 오를 줄은 몰랐다. 우승 25회 준우승 15회로 4위를 기록한 컬러즈플라잉은 물론, 5위와 6위보다 훨씬 적은 우승으로 3위를 기록했는데, 여기에는 ‘터치스타맨’과 ‘우아륭’ 두 남매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모마가 ‘우승터치’인 터치스타맨은 코리안더비에서 5위에 그쳤지만, KRA컵 마일과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를 석권하며 무려 7억 3550만 원의 엄청난 상금을 벌었다. 우아륭도 코리안오크스 우승을 비롯해 3승을 거두며 4억 4000만 원의 상금을 보태 테스타마타를 3위에 올려놨다.
테스타마타는 부마가 태핏으로 한센과 같다. 태어난 곳 역시 미국이지만 곧바로 일본으로 수입돼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G1(1600m) 우승 포함 블랙타입에서 6승 및 2위 4회와 3위 7회를 거두며 약 4억 엔의 상금을 벌었고, 2014년 개별 수입으로 국내에 들어와 씨수말 생활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자마들의 특징을 보면 선행마는 거의 없었다. 부마를 닮은 듯 힘이 좋은 추입형 또는 선입형이 대부분이다. 거리적성도 상당히 길어 장거리에서 더욱 유리하며, 조숙형과 상반되는 완숙형이라는 점도 장점이다.
#4위 컬러즈플라잉
4위는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컬러즈플라잉이 차지했다. 우승 35회 준우승 46회로 3위 테스타마타보다 월등하게 앞선 성적을 올리고도 4위에 그쳤다. 이유는 대형마가 없었기 때문이다.
상금이 많이 걸린 대상 경주나 1군 경주에서 우승하는 것이 씨수말 순위를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이지만, 컬러즈플라잉의 자마들은 대부분이 중하위군 경주에서 우승과 입상을 기록했던 것이다.
컬러즈플라잉 자마들의 특징은 질주 습성이 자유롭다는 점이다. 선행, 선입, 추입형 마필들이 고르게 섞여 있다. 또한 거리적성이 상당히 긴 편이다. 현역 시절에도 평균 우승 거리(1600m)에서는 메니피나 한센보다 길었다. 개인적인 시각에서 단점을 꼽자면 암말보다는 수말이나 거세마의 성적이 월등히 좋았고, 걸출한 대형마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야구에 비유하자면 홈런 타자는 없고 대부분 똑딱이다.
#5위 엑톤파크
마지막으로 씨수말 순위 5위를 기록한 마필은 엑톤파크다. 우승 32회 준우승 38회를 거두며 4위 컬러즈플라잉에게 약 4억 원 차이로 5위를 기록했다. 2015년 2위에 오르며 메니피에 이어 꾸준히 ‘넘버2’를 이어가다 2018년에 드디어 챔피언에 등극했으나, 고령(24세)으로 인한 노쇠화와 현격히 떨어지는 수태율로 이제는 5위라는 처참한(?) 성적을 기록하고 말았다. 이미 지난해에 3위로 내려앉으며 하향세가 뚜렷했다. 이제 은퇴해야 한다고 본다.
자마 중에서 가장 많은 상금을 기록한 마필은 월드데이(12전 9승)의 전형제마인 월드투데이였다. 일반경주에서 3승과 2위 1회를 거두며 1억 6910만 원의 상금을 벌었다.
#‘올드패션드’와 ‘머스킷맨’ 상승세 뚜렷
올드패션드는 우승 32회와 준우승 23회를 거두며 6위에 올랐는데, 지난해(16위)보다 무려 10계단이나 뛰어오르며 수직상승했다. 특히 복승률 29.6%로 당당히 전체 1위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머스킷맨의 상승세도 눈에 띈다. 씨수말 데뷔 첫해인 지난해 34위를 기록하며 이목을 집중시켰고, 올해는 15위로 껑충 뛰어오르며 순위권 진입을 노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 승률 1위(19.1%)였는데, 올해도 18.4%로 1위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지난번에도 밝혔듯이 올드패션드와 머스킷맨 자마들은 데뷔전부터 특별히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