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렛대학교 도서관. 사진=나사렛대학교
천안의 나사렛대학교 태권도학과 소속 교수진이 재학생을 대상으로 미등록 불법 자격증을 발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태권도 학과 학과장 A 씨를 포함한 교수 3인은 불법 자격증을 학생들에게 발급함으로써 자격기본법을 위반한 혐의로 7월 30일 기소돼 벌금형의 약식명령이 내려졌다.
검찰은 이들이 학생들의 취업에 사용하기 위한 각종 자격증 발급을 위해 2008년 1월 학과장 A 교수의 친형인 B 씨가 회장, 태권도학과 C 교수가 부회장, 그리고 또 다른 D 교수를 상임이사로 하는 사단법인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A 교수는 이 사단법인의 감사직을 맡았다. A 교수의 친형인 B 씨는 당시 수원시의회 의원 신분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들이 다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불법 자격증을 발급했다고 봤다. 현행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다른 법령에서 금지하는 행위와 관련된 분야의 민간자격을 신설하거나 관리, 운영하여서는 아니 되고, 스포츠마사지사 자격은 의료법, 안마사에 관한 규칙에 규정된 안마사의 직무와 관련되는 분야로 민간자격의 신설이 금지된다. 현행법에 따르면 스포츠마사지사 자격은 시각장애인에 한해서만 부여되나 이들 교수진은 사단법인 회장 명의의 자격증을 제작해 학생들에게 발급했다. 즉, 학생들에게 불법 자격증을 판매한 셈이다. 자격증 한 장을 발급받는 데 필요한 비용은 6만~8만 원이었다.
공소장 내용에 따르면 A 교수는 자신의 친형이자 사단법인 회장인 B 씨에게 자격증 발급을 요청하였고 B 씨는 이를 승낙했다. 이후 A 교수는 D 교수에게 판촉물 업체 의뢰를 알아보도록 시킨 뒤 신청 학생의 명단을 업체에 넘겨 자격증을 제작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발급된 자격증은 스포츠마사지사 2급 자격증으로 2015년과 2016년에만 97개나 된다.
‘민간자격정보서비스’에서는 정식 등록된 민간자격증을 검색해 볼 수 있다. 스포츠마사지 관련 자격증은 민간 자격 발급이 금지되어 있다. 사진=민간자격정보서비스 홈페이지 캡처
한편 스포츠마사지 자격증뿐만 아니라 ‘레크리에이션’ 등 다른 종목에서도 자격증이 발급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역시 당시에는 미등록 자격증이었다. 민간자격증을 발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무관청에 등록을 하도록 되어있는데 2015년 당시 사단법인은 이 절차를 밟지 않았다. 사단법인에서 발급한 자격증은 취업시장에서 어떤 효력도 없었던 셈이다. 다만 현재는 일부 종목에 대해서 민간자격증 등록을 완료한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재학생 및 졸업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자격증을 발급 받는 방법은 간단했다. 특정 과목을 수강한 학생 가운데 B 학점 이상을 받은 학생 혹은 기말고사를 정상적으로 치른 학생 등 누구나 쉽게 해당 과목의 자격증을 발급받을 수 있는 자격을 부여했다.
졸업한 뒤 취업에 나서야 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전공 관련 자격증은 취업시장에 도움이 되는 스펙이었기에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재학 당시 학교에서 스포츠마사지사 자격증을 구매했다는 한 태권도학과 졸업생은 “당시 교수님께서 ‘B 학점 이상을 받은 학생이면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고 하셨다. 졸업하고 관련 자격증이 있으면 나쁠 것이 없기에 8만 원 정도를 내고 신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몇 년 뒤 학교에서 ‘자격증이 잘못되었으니 발급 비용을 환불 받으라’는 공지가 내려와 환불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불법 자격증이 논란이 되자 학교 측에서 부랴부랴 조치를 취한 것이다.
실제 발급된 불법 자격증이 공소장에 적힌 97개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당시 발급 업무에 공모했다는 한 학교 관계자는 불법 자격증이 2015년이 아닌 2010년부터 발급됐다고도 증언했다. 이 관계자는 “본교뿐만 아니라 성신여대, 호서대 등 타 학교 학생들에게도 자격증을 발급했다. 2010년부터 약 6년 정도였는데 외부 학생들의 경우 타 학교로 강의를 나가는 시간강사로 하여금 자격증 발급 사실을 알리도록 했다”고 말했다. 다만 전 수원시의원이자 사단법인 회장이었던 B 씨에 대해서는 “이름을 빌려줬을 뿐 주도적으로 해당 업무에 관여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편 대전지방검찰청은 나사렛대학교 태권도학과 교수 3명과 사단법인 회장을 자격기본법위반 혐의로 기소해 7월 30일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해 학과장인 A 교수는 7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자격증 발급 관련) 자격이나 절차를 알았으면 그렇게 했겠나. 사단법인 실무자가 아니라 정확히는 모르지만 현재는 자격증 발급을 하지 않는다. 이 일로 교수진도 학생도 모두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한편 D 교수는 “당시에는 자격증 등록 절차에 대해 알지 못해 2~3년 동안 해당 업무를 했으나 이후 잘못된 것임을 인지하고 그만두었다. 다른 사람이 업무를 계속해서 했다”고 말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