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7일 북한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대사대리의 가족 안위를 위해 노출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주영 북한 대사관 공사 출신인 태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성길 이탈리아 주재 임시대리 대사 관련 입장문’을 통해 이처럼 밝혔다.
태 의원은 조 전 대사대리가 2018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관을 탈출했다는 소식을 접한 직후 자신이 조 전 대사대리를 우리나라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운동을 펼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조 전 대사대리 딸을 평양으로 강제 귀환시키자 태 의원은 이같은 행동을 멈췄다. 북으로 돌아간 딸에게 불리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태 의원은 “내가 북한 외무성 유럽국 부국장으로 있었던 시절, 조성길은 같은 국 5과 이탈리아 담당 부원으로 있었다. 나는 그와 20년 지기다. 전직 북한 외교관이며 조성길과 오랜 기간 함께 했던 사람으로서 조성길 본인의 동의 없이 관련 사실이 언론을 통해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것에 대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사들은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보도하지만, 북한에 친혈육과 자식을 두고 온 북한 외교관들에, 본인들의 소식 공개는 그 혈육과 자식의 운명과 관련된 아주 중요한 인도적 사안”이라며 “북한의 경우에는 탈북한 외교관들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북에 두고 온 가족들에게 가해지는 대우나 처벌 수위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일 탈북 외교관들이 북한 대사관에서 탈출해 상주하고 있던 현지 국가에서 조용히 체류하고 있을 경우, 북한에서는 그들을 도주자, 이탈자로 분류한다”며 “하지만 만약 대한민국으로 망명하면 그들을 배신자, 변절자라고 규정한다”고 했다.
아울러 “도주자, 이탈자로 분류된 탈북 외교관들의 북한 가족들에게 가해지는 불이익 중 가장 가혹한 처벌은 지방농촌으로의 추방”이라면서 “정치범 수용소에 보내는 등의 극단적인 처벌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변절자 배신자의 가족에게 어떤 처벌이 내려질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만일 탈북 외교관들이 대한민국에 와서 북한 김정은 정권에 반대하는 활동과 해를 가하는 발언 등을 하는 경우, 북한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는다. 없는 범죄 사실도 만들어서 뒤집어 씌우고, 심지어 테러 위협까지 가한다. 두 경우의 수위는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태 의원은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에 와있는 대부분의 전직 북한 외교관들은 북에 두고 온 자식들과 일가 친척들의 안위를 생각해서 조용한 삶을 이어가고 있고, 우리 정부도 인도적 차원에서 신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나는 조성길이 만약 대한민국에 와 있다면, 딸을 북에 두고 온 아버지의 심정을 헤아려 우리 언론이 집중조명과 노출을 자제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오늘 외교부에 대한 국감을 실시하지만 나는 조성길 관련 질의는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