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명 여배우 다케우치 유코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위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컷, 아래는 인스타그램 사진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자살자 수 증가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도쿄대학의 세키야 나오야 교수(사회학)는 이렇게 분석했다. 자살자 수와 사회 상황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1990년대 후반 버블경제가 붕괴했을 때도 자살자 수가 급증했었다.
쓰쿠바대학 다치가와 히로카즈 교수(정신의학과) 또한 “코로나19 사태가 자살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혼자서 끙끙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주변인의 관심이 매우 중요한데, 사회적 거리두기 탓에 사람을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이를 알아차리기가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유명인의 극단적 선택과 그에 대한 모방 효과, 즉 “베르테르 효과가 자살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다치가와 교수는 경종을 울렸다. 코로나 우울감으로 불안이 확산된 상황에서 유명인의 사망 사건이 생기면, 대중들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게 된다.
일례로 1986년 오카타 유키코 사망 사건을 들 수 있다. 오카타 유키코는 빼어난 외모와 청순한 이미지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가수였다. 그랬던 그녀가 데뷔 2년 만에 돌연 투신자살하자 열도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유키코가 자살한 뒤 2주 동안 31명의 청소년들이 동조 자살하는 참극까지 빚어졌다.
또한 록밴드 엑스재팬(X-JAPAN)의 멤버 히데가 1998년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을 때에는 3명의 팬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장례식에서 120여 명의 팬들이 실신해 병원으로 이송되는 등 큰 소동이 일어났다. 당시 엑스재팬 멤버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팬들이 자살하면 가장 슬퍼할 사람은 히데”라면서 “자살하지 말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 동안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184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1명, 16% 늘어난 수치다. 남성은 지난해보다 6% 늘었지만, 여성의 경우 40%나 늘었다. 30대 이하 여성으로 범위를 좁히면 증가율은 무려 74%에 이른다. 8월 일본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273명.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코로나 사망자 수보다 7배 가까이 많은 셈이다.
이례적으로 자살자 수가 급증한 것을 두고, 츄오대학 인문과학연구소의 다카하시 사토미 연구원은 “코로나 불황 속에 경제적 타격을 입은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실업률과 자살률은 비례적 관계를 보인다”고 한다.
예컨대 “실업률이 1%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자살자 수가 4000명 정도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실업 상태로 수입이 끊기면 사회에서의 고립이 깊어진다. 앞날에 절망하고 고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대개 실업률과 자살률은 6개월 정도의 시차가 있다”고 말한다.
일본의 실업률은 올해 2월만 해도 2.4%였다. 그러던 것이 8월 3.0%로 올라 실업자 수는 206만 명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쇼크로 올 연말까지 실업률이 4%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일본종합연구소의 마쓰무라 히데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실업률이 4%까지 오르면 30~60대의 현역 세대를 중심으로 자살자가 연간 2000명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986년 가수 오카타 유키코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일본 청소년들이 동조 자살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그동안 “경기 침체로 인한 자살률 상승은 남성에게 영향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가령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리먼 쇼크’는 대기업과 제조업, 건설업 등이 타격을 입었으며, 남성 실업자가 크게 증가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여성 고용이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코로나 쇼크’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먼저 해고됐는데, 여성 비율이 높았던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한 관광업이나 숙박업, 요식업 등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은 업종에 여성 직원이 많았다는 점도 관련 있어 보인다.
전문가들은 “젊은 여성의 자살 수 증가는 코로나 영향도 있지만, 특수한 환경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츄오대학 인문과학연구소의 다카하시 사토미 연구원은 “여성의 경우 스트레스를 받아도 육아나 가사 등으로 자택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 상담하기 어렵다”면서 “이러한 상황이 젊은 여성 자살자 수가 증가하는 배경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신과의사 와다 히데키는 “고령자들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외출 자제가 고령자의 심리적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연령대가 상승할수록 계속 높아진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나이가 들면서 ‘행복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의 분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하는 지름길은 아침에 햇살을 받고, 자주 걸으며, 낮에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이다. 반대로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면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어 자살 위험이 커지게 된다. 만일 술을 좋아하는 고령자라면 더욱 요주의 대상이다. 외출자제로 집에서 술을 마실 경우 마음이 느슨해져 과음이나 폭음으로 이어지기 십상. 자칫 알코올의존증이 되어 자살 위험률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 참고로 알코올의존증 환자는 일반인보다 자살 시도율이 8~10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자살이 사회문제로 대두할 조짐을 보이자, 일본 정부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후생노동성은 ‘마음을 지키자’ 캠페인을 열어 “혼자 고민하지 말고 상의할 사람이 없을 때는 자치단체의 상담 창구 등에 괴로움 마음을 전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아울러 “자살상담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8억 7000만 엔(약 95억 원)을 추가 보정예산으로 편성했다”고 한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