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대법원에서 승소 취지의 판결을 받은 유승준은 이후 파기환송심을 거쳐 올해 3월 대법원에서 승소가 최종 결정됐다. 이에 따라 유승준은 LA총영사관에 비자를 신청했지만 7월 2일 또 발급을 거부당했다. 사진=연합뉴스TV 방송 화면 캡처
‘대한민국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 공공복리에 저해가 될 수 있다’는 재외동포법이 정부의 유승준 비자 발급 거부 근거가 됐다.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승소 취지의 판결을 받은 유승준은 이후 파기환송심을 거쳐 지난 3월 대법원에서 승소가 최종 결정됐다. 이에 따라 유승준은 LA총영사관에 비자를 신청했지만 7월 2일 또 발급을 거부당했다. 5년여의 소송과 대법원 승소 판결에도 불구하고 유승준은 2015년과 같은 상황에 처해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에 LA총영사를 상대로 여권·사증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낸 것.
2015년 제기한 소송은 1심과 2심이 정부의 비자 발급 거부가 적법하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비자 발급 거부처분을 취소하라는 취지의 파기 환송을 결정했다. 총영사관이 유승준이 비자 발급 거부 대상인지를 따져보지도 않고 과거 법무부 장관의 결정만으로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은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아 잘못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인기 가수였던 유승준은 2002년 미국 국적을 취득하며 군 입대를 하지 않게 됐다. 병역 회피 논란이 일면서 비난 여론이 뜨거웠고 당시 정부는 유승준의 입국을 금지했다. 대법원이 언급한 과거 법무부의 결정이 바로 이것이다. 그리고 13년이 지난 2015년 유승준은 한국 LA총영사관에 비자 발급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해 소송을 제기했었다.
2020년에도 정부는 유승준의 비자 발급 신청을 거부했다. 대법원의 지적에 따라 이번에는 유승준이 비자 발급 대상인지 여부를 따져보는 재량권을 행사했고 그 결과 ‘대한민국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 공공복리에 저해가 될 수 있다’는 재외동포법을 근거로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외교부는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사증발급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은 LA총영사가 관련 법령과 규정, 제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적법한 재량권 행사를 통해 사증발급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재외동포에 대한 사증발급이 행정청의 재량행위에 속하는 것으로 이에 따라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는 의미다. 당시 대법원에서 지적한 ‘재량권 미행사’ 부분이 이번엔 문제될 게 없다는 취지다.
2019년 11월 서울고등법원 별관에서 열린 가수 유승준 비자 발급 거부취소 파기환송심 선고가 끝난 뒤 유승준 측 법률대리인인 김형수 변호사(가운데)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연히 유승준 측은 크게 반발했다. 유승준의 대리인단은 “평생 동안 입국을 거부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하루 속히 부당한 상황이 시정되기를 간곡히 바란다”며 “대법원 판결이 있었음에도 계속적으로 정부가 그 취지를 이행하지 않기 때문에 그걸 바로잡기 위해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다시 소송을 제기하게 된 취지를 설명했다. 소장을 통해 “유승준의 입국을 이제 허용하더라도 대한민국에는 아무런 위기도 혼란도 초래되지 않는다. 유승준은 테러리스트도 아니고 정치인이나 재벌도 아닌, 약 20년 전에 인기가 있던 일개 연예인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부가 유승준의 비자 발급을 여전히 거부하고 유승준이 이에 반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다시 기나긴 소송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2라운드가 본격 시작된 셈이다. 1라운드는 정부의 재량권 미행사라는 절차적인 부분이 문제가 돼 대법원이 유승준의 손을 들어줬다면 이번 2라운드는 과연 유승준이 정부의 설명처럼 재외동포법에 따른 ‘대한민국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 공공복리에 저해가 될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유승준 변호인단의 설명처럼 테러리스트나 정치인, 재벌은 아니지만 사회적 영향력이 큰 연예인이었으며 병역 문제가 한국 사회에서 그리 가벼운 사안은 아니다.
법조계에선 지난해 판결에서 대법원이 언급한 ‘비례의 원칙’이 이번 소송에서 주된 쟁점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당시 대법원은 “출입국관리법상 금고형 이상의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도 5년 동안 입국을 제한할 뿐이다. 재외동포에 대한 무기한의 입국금지조치는 법령에 근거가 없는 한 신중해야 한다”면서 “유승준의 위반 내용(병역 의무)과 제재(무기한 입국 금지) 사이에 비례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유승준의 변호인단 역시 “정부의 비자 발급 거부는 유승준의 입국금지가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 과도한 처벌이란 대법원 판결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밝혔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