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골프꿈나무대잔치 제17회 한국초등학교골프연맹회장배 전국학생골프대회가 군산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에는 250여명의 선수들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사진=임준선 기자
10월 7일과 8일, 양일간 전라북도 군산컨트리클럽에 250여 명의 초등 골프 꿈나무들이 모였다. 이들은 프로 못지않은 열정으로 그간 갈고닦은 실력을 필드 위에서 유감없이 뽐냈다.
선수들로선 대회 개최가 반가운 상황이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자체 등에서 개최하는 크고 작은 대회들이 취소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회 참가자 백승화 군(천안용암초, 향룡부 준우승자)은 “한동안 대회가 열리지 못해 감각이나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에 이날 대회에는 이례적으로 많은 250명이라는 대규모 인원이 모였다. 지난 16회 대회보다 100명이 늘어난 규모가 됐다.
대회를 주최한 일요신문 김원양 대표는 “골프 꿈나무들의 화려한 경연이 펼쳐진 이번 대회를 개최하게 돼서 기쁘다”라며 “꾸준한 연습만이 훌륭한 선수로 성장하는 길이다. 최근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 우승한 이창우 프로도 ‘연습만이 살길’이라는 말을 남겼다”고 말했다. 강전항 한국초등학교골프연맹 회장은 대회장을 함께 찾은 부모들을 향해 “칭찬의 말을 앞세워 늘 아이들을 격려해주길 바란다”고 독려했다.
초등학생다운 천진난만함을 보이던 학생들이었지만 경기가 시작되자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프로 못지않은 진지함으로 대회에 임했다. 대회 일정을 마치자 다시 영락없는 초등학생으로 돌아왔다. 경기 2일 차인 8일, 군산 지역은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마음처럼 성적이 나오지 않자 일부 학생들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불새부 우승자 최승희 양은 “아니카 소렌스탐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사진=임준선 기자
지난해에는 안 군의 누나 안연주 양이 불새부(여자 5~6학년)에서 우승해 남매가 동반 우승을 거둔 바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여동생 안윤주 양이 청학부(여자 1~4학년) 준우승을 차지했다. 안 군은 “내년에는 동생과 동반 우승을 했으면 좋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안윤주 양은 약 1개월 전 열린 초등 대회에서 홀인원과 함께 생애 첫 우승을 기록해 이번 대회 첫날 참가자들에게 기념 떡을 돌리기도 했다. ‘골프 3남매’를 기르고 있는 어머니 강미영 씨는 “아이들이 좋은 성적을 내주니 당연히 보람이 있다. 우리 집 아이들이 4남매인데 6살 막내가 자기도 골프를 하겠다고 해서 곧 ‘골프 4남매’가 될지도 모르겠다”라며 웃었다.
불새부 우승자 최승희 양(안성공도초)은 “그동안 초등연맹회장배에서는 우승을 못 했었는데 오늘 드디어 우승해서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향후 골프 선수로서 목표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 진출해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선수가 되고 싶다”면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롤모델이다. 내가 어리기 때문에 소렌스탐이 잘하던 시절 경기를 보지는 못했지만 책으로 그 선수의 대단함에 대해 많이 읽었다. 연습 때도 항상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점을 닮고 싶다”고 말했다.
청학부 우승을 차지한 양아연 양(대전원평초)은 “전체적으로 코스가 무난했지만 기록이 좋지는 않았는데 우승을 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트로피가 생각보다 무겁다. 디자인도 멋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더 잘 쳐서 계속 우승하고 싶다”며 웃었다.
기린부(남자 1~4학년) 우승자 손제이 군(부산가동초)은 “어제는 샷이 잘 안됐는데 오늘은 정신을 차렸다. 우승할 줄은 몰랐다. 어제까지 4타차로 2등이었다. 2위라도 지키자는 생각이었는데 쇼트게임이 잘 돼서 우승할 수 있었다”는 소감을 남겼다. 청학부 양아연 양과 함께한 우승이 손 군에게는 더 뜻깊었다. 둘은 “1학년 때부터 친한 친구다. 가족들도 친하게 지낸다. 같이 우승해서 더 기분 좋다”며 입을 모았다. 이들은 무겁다던 우승 트로피를 케이스에 넣지도 않고 손에 쥔 채로 대회장을 떠났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이전과는 다른 진행 방식으로 눈길을 끌었다. 감염 방지를 위해 클럽하우스 주변 지역을 제외하면 학부모들의 경기장 출입이 제한됐다. 경기 장면을 지켜보고 싶은 한 학부모는 먼발치에서 망원경으로 자녀를 찾기도 했다.
대회 일정 마무리 이후 시상식에서 이어지던 축제 같은 분위기도 이번 대회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 참가자들이 함께 둘러앉아 웃음꽃을 피우던 행사는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 탓에 이뤄지지 못했다. 시상식은 수상자들에게 트로피와 상품을 전달하는 선에서 간소화됐다.
반면 처음으로 도입된 온라인 생중계는 호평을 받았다. 이번 대회는 주최사 일요신문의 유튜브 채널 ‘일요신문U’를 통해 생중계됐다. 이를 지켜보던 경기 감독관은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부모님들이 자녀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없는 상황인데 이런 온라인 생중계는 부모님들에게 좋은 환경이다”라고 말했다. 경기를 마치고 스코어카드를 내던 한 선수는 자신이 경기하는 모습이 스크린에 나오자 신기해하면서도 실수 장면이 이어지자 “하필 저게 나온다”라며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수상자 명단(성적 순) ▲항룡부(남자 5~6학년) 안성현(용인나산초), 백승화(천안용암초), 정지원(인천송명초), 이승표(서울목동초), 장진우(화성다원초) ▲불새부(여자 5~6학년) 최승희(안성공도초), 양윤서(인천삼목초), 박서진(서울언북초), 김연서(진주교대부설초), 이효송(창원무학초) ▲기린부(남자 1~4학년) 손제이(부산가동초), 최창빈(남양주화봉초), 장원영(안양범계초), 조우진(용인성복초), 오유찬(창원상남초) ▲청학부(여자 1~4학년) 양아연(대전원평초), 안윤주(용인나산초), 김규리(인천중산초), 서채영(서울숭신초), 김가은(목포하당초) |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