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신세계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지난 20세기부터 시작된다. 신세계는 1984년과 1985년 두 차례 전환사채(CB)의 전환권 행사로 106만 주의 보통주가 발행된다. 그 결과 이명희 회장이 6만 주, 남편 정재은 명예회장 100만 주를 더 보유하게 된다. 1999년 이명희 회장은 정용진 신세계 상무에게 50만 주를 증여한다. 당시 정 상무는 19만 주,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는 11만 9440주를 보유 중이었다.
이후에도 이 회장은 보유중이던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꿔 지분율을 회복한다. 정용진·유진 남매는 현금상속과 근로소득, 금융소득 등으로 마련한 자금으로 신세계 주식을 차근차근 매입한다. 2006년에는 정재은 명예회장이 보유지분 전량인 147만여 주를 두 남매에 증여한다. 정용진 84만 주, 정유경 63만여 주다. 당시 주가 39만 원으로 추정하면 무려 5750억 원 규모다. 세율 60%를 적용하면 증여세액은 약 3500억 원이다. 두 남매는 증여받은 주식 가운데 66만여 주를 증여세 납부에 쓴다.
2011년 신세계와 이마트가 인적분할 되고, 2016년 두 남매간 지분교환으로 정용진은 이마트, 정유경은 신세계의 단독 2대주주가 된다. 이미 불과 5년 만에 천문학적 수준의 증여세를 완납한 이후 두 남매는 차근차근 지분을 늘려간다. 외부 차입도 하지 않아 상당한 자금력을 과시한다.
지난 9월 28일 이 회장은 자신이 가진 이마트 지분 중 8.22%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에게, 신세계 지분 중 8.22%를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 사장에게 증여했다. 증여액은 이날 종가 기준으로 이마트(14만 1500원)는 3244억 원, 신세계(20만 8500원)는 1688억 원이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증여액이 30억 원이 넘으면 최고 세율 50%가 적용된다. 최대주주 보유주식은 할증률이 20%가 붙는다. 이를 적용하면 정 부회장의 납세액은 1946억 원, 정 사장의 납세액은 1012억 원이다. 여기에 증여 금액이 30억 원 이상일 때 적용받는 누진공제 4억 6000만 원을 빼면 각각 1942억 원, 1007억 원이다. 두 남매 합계 납세액은 2949억 원이다.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부문 총괄사장. 사진=일요신문DB
보유현금으로 부족하다면 주식을 팔아도 된다. 신세계와 이마트가 그룹 지배구조 정점을 이루는 만큼 두 남매가 보유한 다른 계열사 지분은 매각해도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일찌감치 증여를 통한 경영 승계를 해온 신세계그룹은 오래 전부터 지금과 같은 상황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정용진 부회장은 광주신세계 지분 52%, 정유경 사장은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 15%를 보유 중이다. 현재 가치는 각각 1300억 원, 1500억 원에 달한다. 정 부회장은 광주신세계 설립 때부터 대주주로 참여했다. 신계계그룹에서 광주만 신세계와 이마트가 별도 법인이었고, 상장까지 한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은 신세계백화점 해외사업부에서 1980년 분리돼 1996년 이름을 바꾼다. 2011년 상장되고 정 사장은 2018년 부친인 정 명예회장에게 150만 주를 증여 받았다. 시가 1900억 원 상당의 지분을 증여받기 위해 정 사장은 보유지분을 담보로 돈을 빌렸고, 지난해 30만 주를 매각해 이를 모두 해소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