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추석의 주인공은 ‘가황(歌皇)’ 나훈아였다. KBS에서 방영한 나훈아 콘서트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무려 29.0%의 전국시청률을 기록했다. 게다가 방송에서 그가 한 발언 하나하나가 정치권에서 화제가 됐고 신곡 ‘테스형’까지 돌풍을 불러 일으켰다.
KBS에서 방영한 나훈아 콘서트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무려 29.0%의 전국시청률을 기록했다. 방송에서 그가 한 발언 하나하나가 정치권에서 화제가 됐고 신곡 ‘테스형’까지 돌풍을 불러 일으켰다.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29.0% 대 22.4%. 대한민국 트롯 100년을 총 망라하는 특집 방송으로 마련된 ‘2020 트롯 어워즈’는 결국 나훈아 한 명을 넘지 못했다. 그렇게 나훈아는 무려 15년 만에 방송에 복귀했음에도 화려한 컴백을 일궈냈다. 게스트도 없이 2시간 30여 분의 공연을 홀로 이끌어 간 나훈아의 저력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다시보기와 재방송 없는 단회 생방송으로 준비된 나훈아 콘서트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언택트 추석으로 고향도 마음 놓고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에게 큰 위로가 됐다(관련기사 추석 트롯대전, ‘무대 위’ 나훈아·임영웅 ‘무대 뒤’ 김호중 모두 한가위 같았다).
게다가 이날 방송에서 나훈아가 했던 발언들이 며칠 동안 화제를 양산했다. “살아오는 동안에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 “이 나라를 누가 지켰냐 하면, 바로 여러분이다”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 없다” “KBS가 국민을 위한 방송이 되면 좋겠다” 등의 발언인데 정치권이 가장 뜨겁게 반응했다.
특히 야권에서 나훈아의 발언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등 정치적인 해석이 이어졌다. 이를 두고 여권에선 야권이 나훈아의 발언을 아전인수 식으로 해석한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게다가 일부 정치인이 나훈아 열풍에 편승해 대중의 관심을 사려 하기도 했다. 한 명의 가수가 방송을 통해 콘서트 무대를 선보였을 뿐인데 시청자들은 열광했고 정치권은 그 열풍에 편승하려 기웃거렸다. 이게 바로 2020년 한국 사회에서 나훈아라는 가수의 저력이다.
가요 관계자들은 나훈아의 발언을 정치적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고 설명한다. 나훈아가 평소 전혀 정치적인 발언을 하지 않던 인물인 데다 측근들에게조차 정치적인 견해나 소신을 얘기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한 원로 가요 관계자는 “나훈아는 부산 출신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호남 출신 남진과 라이벌 관계를 이뤘던 시기도 있었지만 오랜 기간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아온 가수이며 평소 정치색은 전혀 없었다”라며 “나훈아는 오로지 가수이고 싶고 음악인이고 싶어 하는 사람인데 그가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한 몇몇 얘기를 이상하게 해석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번 나훈아의 발언이 앞으로도 정치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나훈아는 이번 공연에서도 짧게 자신이 부산 초량동 출신이라는 얘기를 했을 만큼 잘 알려진 부산 사나이다. 시청률이 부산에서 38%를 기록했을 만큼 부산시민들의 나훈아 사랑은 대단하다. 정치권에선 2021년 4월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 없다” 등 나훈아의 발언이 선거 운동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나훈아는 8월 20일 새 앨범 ‘2020 나훈아의 아홉 이야기’를 발표했다. 9곡이 수록됐는데 대부분의 곡이 나훈아가 직접 작사, 작곡한 신곡들이다. 이번 공연에서도 이 앨범에 실린 신곡을 불렀는데 특히 ‘테스형’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한편 세 번의 결혼과 이혼을 거쳤고 특히 세 번째 이혼은 두 번이나 이혼 소송을 거쳤다. 이처럼 나훈아는 가족과 관련된 부분에서 늘 화제를 양산하곤 했다. 그리고 최근에도 새로운 가족(?) 때문에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바로 ‘형’인데 그 이름이 소크라테스다.
나훈아는 8월 20일 새 앨범 ‘2020 나훈아의 아홉 이야기’를 발표했다. 9곡이 수록됐는데 대부분의 곡이 나훈아가 직접 작사 작곡한 신곡들이다. 이번 공연에서도 이 앨범에 실린 신곡을 불렀고 특히 ‘테스형’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후렴구 가사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 /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 대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테스형은 바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다. 추석 연휴 내내 나훈아가 화제의 중심에 서면서 신곡 ‘테스형’까지 돌풍을 불어 일으키다 보니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백과’의 나훈아 기본 정보 가족 란에 소크라테스가 의형제로 등록됐을 정도다.
신곡 ‘테스형’을 비롯해 새 앨범 ‘2020 나훈아의 아홉 이야기’ 수록곡들은 비교적 트롯 색채가 옅고 발라드나 팝 느낌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기존 나훈아 팬이 아닌 젊은 층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0여 년 동안 활동을 중단했다가 2017년 가요계로 돌아와 이번 추석 연휴에 15년 만에 방송에 컴백한 나훈아는 이렇게 새로운 히트곡까지 하나 더 추가하게 됐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