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아르헨티나 대표팀 마라도나 감독(오른쪽)과 리오넬 메시가 남아공 베이스캠프 프리토리아에서 훈련 뒤 함께 산책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마라도나의 후예’ 혹은 ‘마라도나의 재림’이라고 불릴 만큼 어린 시절부터 마라도나에 곧잘 비유되곤 했던 메시가 등번호 10번을 달기 시작했던 것은 2008-09 시즌부터였다. 당시 팀 동료였던 FC 바르셀로나의 호나우지뉴가 팀을 떠나면서 물려받았던 것.
마라도나와 같은 10번을 달기 시작하면서 메시는 ‘메시도나(Messidona)’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만큼 점점 마라도나를 닮아갔다. 우선 작은 키부터 그렇다. 메시의 키는 169㎝, 그리고 마라도나는 이보다도 작은 165㎝다.
하지만 축구를 하는 데 있어서 이들에게 작은 키는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작은 키를 활용한 그들만의 빈틈없는 축구를 구사했다.
▲ 캐리커쳐=장영석 기자 |
하지만 메시는 마라도나로부터 닮지 말아야 할 것을 닮아 논란이 된 적도 있다. 바로 마라도나의 그 유명한 ‘신의 손’을 재연하고 만 것이다.
당시 19세였던 메시는 2006-07 프리메라리가 37라운드 에스파뇰과의 홈경기 도중 1 대 0으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동점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 골은 곧 상대팀 선수들로부터 ‘핸드볼’이라는 강한 항의를 받았다. 높이 솟은 볼을 향해 뛰어오른 메시가 손으로 살짝 공을 건드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골은 인정됐고, 이로써 메시는 마라도나가 1986년 월드컵 8강전에서 잉글랜드를 상대로 보여 주었던 ‘신의 손’을 그대로 재연하게 되고 말았다.
축구전문사이트인 ‘골닷컴(Goal.com)의 카를로 가르가네세가 아르헨티나의 두 천재인 마라도나와 메시를 전격 비교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정규 리그 성적을 보면 둘 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월등한 실력을 자랑한다. 메시는 2005-06년 18세 때 데뷔한 이래 ‘작은 마법사’라고 불리며 스페인 리그에서 세 차례 우승을 이끄는 등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기록을 갈아 치우면서 맹활약할지는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다.
마라도나는 1982년 유럽으로 건너오기 전까지 아르헨티나에서 6시즌 만에 143골을 쏟아 부었다. 또한 1982~84년 2년 동안 바르셀로나에서 38골을, 그리고 1984~1991년 나폴리에서는 ‘살아있는 신’으로 불리면서 1987년과 1990년 각각 세리에 A 우승을 이끌었다.
메시가 어린 나이에 이미 챔피언스리그에서 두 차례나 우승을 경험한 것과 달리 마라도나는 1986년 월드컵 우승을 제외한 메이저 대회에서는 다소 운이 나빴으며, 1989년 UEFA컵 우승이 유일했다.
선수 개인의 영광인 트로피는 어떨까. 메시는 프리메라리가 3회 우승, 챔피언스리그 2회 우승, 클럽 월드컵 우승 등과 더불어 지난해 발롱도르, FIFA 올해의 선수상 등을 모두 휩쓸었다.
마라도나는 1986년 월드컵 우승 및 아르헨티나 및 이탈리아 리그 우승 등과 함께 1986년 월드컵 최고의 선수, FIFA ‘세기의 골’ FIFA ‘세기의 선수’ 상 등을 수상했다. 하지만 발롱도르 같은 경우 마라도나가 현역이던 시절에는 비유럽 출신 선수에게는 수여하지 않았고, FIFA 올해의 선수상은 마라도나가 31세가 된 후에야 창설됐기 때문에 수상 기회가 없었다.
골 득점력에서는 둘 다 쟁쟁한 실력을 발휘한다. 메시는 지금까지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에서만 43경기에 출전해 13골(월드컵 1골)을 넣었으며, 바르셀로나에서는 207경기에서 119골을 넣었다. 경기당 득점률은 0.528.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 국가대표로 모두 91경기에 출전, 34골(월드컵 8골)을 넣은 것을 비롯해 클럽 리그 590경기에서 311골을 넣어 0.506의 득점률을 기록했다. 단 마라도나의 골은 페널티킥으로 얻은 것이 많았다.
경기 스타일이나 기술, 체력 면에서도 메시와 마라도나는 비슷한 면이 많다. 둘 다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한편, 왼발을 이용한 환상적인 드리블, 가속력, 균형감각, 골결정력 등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다.
약점도 비슷하다. 둘 다 오른발이 왼발에 비해 약한 편이고, 작은 키 때문에 공중볼 다툼도 여의치 않다. 하지만 메시는 지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헤딩슛으로 결승골을 성공시켜 팬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마라도나가 코너킥, 프리킥, 페널티킥 등 세트피스에 강한 반면 메시는 공격적인 플레이에 강하다. 현역 시절 마라도나의 프리킥 기술은 세계 최고였으며, 어느 거리에서건 공을 발로 차서 벽을 넘길 수 있는 실력을 발휘했다. 또한 힘으로 공의 방향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도 있었다. 하지만 메시는 아직 그 정도의 프리킥 실력은 연마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리더십에서 있어서도 마라도나가 한 수 위라는 평이 대세적이다. 마라도나는 경기장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팀 선수들에게 어떤 강팀도 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었다. 마라도나는 선수뿐만 아니라 전략가 역할도 겸했으며, 동료들의 포지션을 정하거나 용기를 북돋는 등 리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메시는 그보다는 조용한 ‘암살범’ 스타일이다. 마라도나가 20대 초반 상대팀 반칙에 폭발해 몸싸움을 벌이다가 퇴장당하거나 패싸움을 했던 것과 달리 메시는 23세라는 어린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조용한 스타일이다.
이렇게 붕어빵처럼 닮았음에도 불구하고 오래 전부터 둘 사이에 대한 소문은 끊이지 않았다. 서로 원수지간은 아니더라도 그렇다고 사이가 썩 좋은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항간에서는 마라도나가 메시를 질투하고 있다거나 마라도나가 팀의 영광보다는 개인의 영광을 더 중요시하고 있다며 수군댔다. 행여 메시가 자신을 뛰어넘는 아르헨티나의 국민적 영웅이 되진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소문은 ‘바르셀로나에서는 펄펄 나는 메시가 이상하게도 대표팀에서는 맥을 못 춘다’라는 의혹까지 낳게 만들었다. 실제로 메시는 월드컵 지역 예선 18경기를 모두 뛰었지만 골은 단 4차례밖에 못 넣었다. 프리메라리가 득점왕을 거머쥐었던 메시가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하자 사람들은 ‘과연 마라도나가 메시의 능력을 최대로 끌어낼 수 있을까?’라며 의심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서 사람들은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마라도나의 전략 및 전술 때문에 선수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하지만 이런 소문에 대해서 메시와 마라도나 양측은 모두 부인했다. 메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둘은 매우 가깝게 지냈고 있다”면서 “감독님은 지금까지 나에게 잘 대해주셨다. 국가대표 감독을 맡기 전부터도 그러셨고, 감독으로 오시고 난 후부터는 더욱 가까워졌다. 예전보다 나를 훨씬 더 믿어 주신다”고도 덧붙였다.
마라도나 역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메시 덕분에 우리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행복하다. 메시가 아르헨티나 출신이라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며 추켜세웠다. 또한 독일과의 친선경기를 마친 후 호텔방에서 단 둘이 2시간 동안 깊은 대화를 나눴다고 말한 마라도나는 “우리는 많은 문제들을 풀었다”면서 갈등 같은 것은 없다고 못 박았다. 또한 일부의 의혹과 달리 단 한 번이라도 메시를 대표팀에서 탈락시키려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 이런 점은 나이지리아전과 한국전에서 잘 드러났다. 온갖 소문과 예상을 뒤엎고 마라도나의 전술과 포메이션은 결코 이기적이지 않았다. 메시는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테베스, 이과인과 트리오를 이루면서 그라운드를 휘젓고 다니는 위력을 과시했다.
마라도나
Diego Armando Maradona
출생 1960년 10월 30일 신체 165cm 포지션 FW/MF 소속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 감독 데뷔 1976년 아르헨티노스 주니어스 입단 국가 대표팀 경력 1978 FIFA 월드컵, 1982 FIFA 월드컵, 1986 FIFA 월드컵, 1990 FIFA 월드컵, 1994 FIFA 월드컵
메시
Lionel Andres Messi
출생 1987년 6월 24일 신체 169cm 67kg 포지션 FW 소속 FC 바르셀로나 데뷔 2004년 FC 바르셀로나 입단 수상 2008-2009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 2009년 발롱도르상 국가 대표팀 경력 2006 FIFA 월드컵, 2008 베이징 올림픽, 2010 FIFA 월드컵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