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수염을 기른 이유는 지난 3월 자신이 키우는 애완견에게 입술과 얼굴을 물린 후 생긴 상처를 가리기 위해서였다. 당시 그는 10바늘을 꿰매는 등 다소 큰 상처를 입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마라도나의 양쪽 손목에 각각 시계가 하나씩 채워져 있는 모습도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시계를 두 개씩 차는 것은 마라도나의 오래 된 습관이다. 여행 중에는 항상 시계를 두 개씩 차는데 하나는 여행지의 시간에 맞춰져 있고, 다른 하나는 고향인 아르헨티나의 시간에 맞춰져 있다. 현재 차고 있는 시계는 스위스 명품 브랜드인 ‘위블로’이며, 양팔을 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새겨진 스페셜 에디션이다. 그 전에는 롤렉스시계를 두 개 차고 다니다가 이탈리아 입국 시 세금 미납으로 압수당한 바 있다.
감독석에서의 마라도나의 요란한 행동과 과장스런 몸짓은 TV 카메라에 자주 잡히곤 한다. 초조한 듯 사이드라인 바깥에서 성큼성큼 걸어 다니거나 심판 판정에 항의할 때나 아까운 슛이 터질 때마다 과장된 몸짓을 보인다. 나이지리아전에서는 에인세의 헤딩골이 터졌을 때에는 양팔을 벌리고 환호하는 등 요란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하지만 그의 요란한 세리머니는 페루와의 지역예선 경기에서 보여줬던 ‘다이빙 세리머니’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당시 후반전 추가 시간에 드라마틱한 결승골이 터지자 광분했던 마라도나는 터치라인 끝까지 달려 나가서는 비에 젖은 경기장에 배를 깔고 다이빙하는 다소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마라도나는 이미 월드컵 우승을 대비해서도 기행 하나를 약속해두기도 했다. 월드컵 전 가진 캐나다와의 마지막 친선경기를 마친 후 가진 한 라디오쇼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아르헨티나가 월드컵에서 우승하면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내 한복판을 벌거벗고 뛰어다니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감독직 수락과 관련해서는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어 골치다. 월드컵 개막 하루 전날에는 알피오 바실레 전 대표팀 감독 측이 주장한 ‘협박설’에 휘말렸다. 바실레의 아들은 “아버지가 경질되도록 마라도나가 여론을 주도하고 주변 인물들을 위협했다”고 말하면서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마라도나는 서면을 통해 “아르헨티나 축구협회가 감독직을 제안했을 때에는 이미 바실레는 사임한 후였다. 모두 사실이 아니다. 나 역시 마음이 아프고 실망스럽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아르헨티나인들은 여전히 마라도나를 숭배하고 신뢰한다. ‘인간 마라도나’는 몰라도 팀과 아르헨티나에 동기 부여를 하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상징적 존재라는 것이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