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불이 꺼져 있던 유흥업계가 다시 간판에 불을 켜고 손님을 받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실제 유흥업계의 분위기는 그리 밝지 않았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하다. 사진=박은숙 기자
#식당으로 가는 접대여성들
“흐름이 완전히 달라졌다. 정상적인 유흥업소들이 문 닫고 쉬는 동안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를 내고 불법 운영하는 업소들이 완전히 주류가 됐고 앞으로도 천하무적이다. 영업이 재개됐지만 우리는 여전히 고위험시설이라 이런저런 제약이 많고 단속도 이어질 분위기다. 그런데 불법 업소들은 QR코드를 비롯한 방역 관련 규제도 없고 단속도 없다. 8월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와 2단계를 거치는 동안 유흥업계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강남에서 대규모 룸살롱을 운영 중인 한 업주의 하소연 섞인 요즘 분위기에 대한 설명이다. 유흥업소가 잘나가면 관련 업종도 함께 얽힌다. 접대 여성을 대주는 보도방 업체부터 카드깡을 해주는 업체들까지 다양한 세력이 유흥업소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밤의 문화가 완성된다. 정상적으로 허가를 받고 영업했던 유흥업소들이 영업을 중단한 사이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를 받고 불법 영업을 해 온 룸살롱에 완연히 밀리기 시작했다는 게 유흥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보도방에서 접대 여성을 원활하게 공급받는 것 자체가 힘겨워졌다고 토로하는 이들도 있다. 다음은 강북 도심에서 룸살롱을 운영하는 한 업주의 설명이다.
“보도방에 연락하면 당장이라도 접대 여성은 온다. 문제는 어떤 친구들이 오느냐다. 에이스급이 많이 와야 손님들이 좋아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졌다. 영업중단이 지속되는 동안 몰래 불법 영업을 한 룸살롱으로 에이스급은 다 가고 있다. 그나마 정부에서 재난지원금 200만 원을 준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그거 포기하고 불법 영업을 한 룸살롱은 아예 돈방석에 앉았다. 룸살롱에서 일하던 아가씨(접대여성)들도 대거 일반 식당으로 일자리를 옮겼다. 그렇다고 진짜 식당에 나가 서빙을 하는 게 아니다. 그들이 하는 일은 접대로 똑같고 ‘2차’를 나가는 일이 더 많아졌다. 그들이 요즘 일하는 업소가 허가만 일반음식점으로 받은 불법 룸살롱이다.”
#양주는 서비스
불법 룸살롱이라고 일반 룸살롱과 다른 점은 없다. 일반 손님 입장에서는 아무런 차이점도 느낄 수 없다. 서비스가 더 좋아진 측면도 있다. 앞서의 강남 소재 룸살롱 업주의 설명이다.
“접대여성들이 더 서비스를 잘해주는 데다 마담은 족발이나 통닭 등의 안주를 공짜로 공급해줘 아예 1차로 (불법) 룸살롱을 가는 경우도 생겨나는 판이다. 심지어 홍어를 내주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 과일이나 마른안주 등이 전부인 기존 룸살롱에 비해 안주가 풍성해졌는데 대부분 배달시키는 거라 인근 상인들도 좋아한다더라.”
접대 여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폐쇄됐던 강남의 한 유흥업소. 사진=일요신문DB
물론 손님들이 느끼는 확연한 차이점도 있다. 영수증이 다르다. 분명 룸살롱에서 놀았는데 영수증은 일반음식점으로 발급된다. 일반음식점 허가를 받고 불법으로 운영되는 룸살롱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이를 두고 기존 유흥업계에선 “양주 파는 가게가 라면 한 그릇을 20만 원씩 받고 파는 식당을 이길 재간이 없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요즘 일부 룸살롱이 족발 등의 안주를 제공해주기도 하지만 대개의 룸살롱에서 공급되는 일반 음식은 술자리가 마무리 될 즈음에 나오는 라면이 전부다. 영수증만 보면, 라면 한 그릇을 20만 원에 먹은 셈이다.
업무 상 룸살롱을 자주 찾는 한 사업가는 “계산을 마치고 나오면서 우스갯소리로 ‘오늘도 20만 원짜리 라면 잘 먹었다’는 얘길 하곤 한다. 영수증이 유흥업소가 아닌 일반음식점이면 우리도 편하다. 누가 봐도 당당하고 경비 처리도 용의하다. 룸살롱이 대개 1인당 20만 원 정도 들기 때문에 라면 한 그릇에 20만 원이라고 농담하는 것이다. 라면을 시키면 엽차 대신 양주가 서비스로 나온다. 또 소화가 잘 안 되는 이들을 위해 노래 부르며 소화시키라고 노래방 기계도 있다.”
유흥업소들이 요즘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방역 수칙과 단속이다. 자칫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단속을 당해 다시 영업정지를 맞을 경우 망할 수도 있다는 공포감 때문이다. 그런데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를 낸 룸살롱은 이런 우려도 없다. 유흥업소 단속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