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KBS 생로병사의 비밀
운동, 덜 먹기, 규칙적으로 생활하기는 모두 우리가 건강하기 위해 하는 노력들이다. 하지만 내가 24시간 호흡하는 공기 속에 1급 발암물질이 있다면? 면역체계를 망가뜨리고 전신질환을 일으키는 성분이 집 안을 떠다닌다면?
우리가 매일 쓰는 운동기구에서, 화장품에서, 유해화학물질이 나와 내 몸속으로 침투해 온다면? 알아차리지 못하면 방어할 수도 없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몸을 병들게 하는 유해 환경한계치를 넘은 우리 몸이 신호를 보내기 전까지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침묵의 환경성 질환.
건강을 위협하는 유해 환경을 알아보고 생활 속에서 유해화학물질을 줄이는 방법을 알아본다.
장점마을은 거주인구 90명이 채 안 되는 전북 익산의 작은 농촌마을이다. 이 작은 마을에서 암 확진을 받은 환자 무려 30명에 달한다.
맑은 공기 속에서 노후를 보내고자 했던 귀농 부부가 모두 암에 걸리고 같은 날 부부가 동시에 암으로 사망하기도 한 사건은 모두 이 작은 마을에서 일어났다.
환경부 역학조사에서 밝혀진 사실 비료공장에 그 원인이 있었다. 2001년 마을에 들어선 비료공장은 17년간 불법적으로 ‘연초박(담뱃잎 찌꺼기)’을 태워 비료를 만들었고 이 과정에서 나온 1급 발암물질은 그대로 주민들이 호흡하는 공기 속으로 퍼졌다.
마을 주민들은 17년간 하루 종일 간접흡연을 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주민들은 몰랐기 때문에 피할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과학고에 재직 중인 박성철 씨(가명)는 올해 3월 육종 진단을 받았다. 육종, 즉 뼈나 연부 조직에 발생하는 이 종양은 10만 명당 1~2명 발생하는 매우 희귀한 질환이다.
그런데 같은 학교에 재직하던 선생님이 이 희귀한 암에 걸려 사망하고 심지어 타 학교의 선생님 역시 육종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교육 목적으로 3D 프린터를 장시간 사용했다는 것.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실험 결과 3D 프린터의 소재로 쓰이는 합성수지 필라멘트가 가열되는 과정에서 암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이 다량 검출되었다.
필라멘트가 녹으면서 발암물질이 공기 중에 퍼지고 이 물질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건강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였다. 박성철 씨는 본인의 건강보다도 함께 3D프린터를 사용한 학생들의 건강이 걱정된다고 말한다.
교육의 현장인 학교,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이 발암물질과 생식독성작용물질로 위협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장시간 머무는 가정 내에서는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요즘 집안 소독에 더욱 신경 쓰고 있다는 주부 윤민영 씨의 집을 찾았다.
아이 방, 안방, 거실, 옷방 등 4곳의 공기 질을 측정하고 그 결과를 알아봤다. 과연, 공기 질을 저하시키고 가족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우리가 미처 알지도 못하는 각종 화학물질이 늘어나면서 화학물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화학물질 과민증 환자들 또한 늘어나고 있다.
이서현 씨(가명)도 그 중 하나. 회사 동료의 자극적인 향수 냄새에 반응한 것을 시작으로 이제는 각종 화학 향을 미세하게 맡기만 해도 호흡곤란이 오고 심하면 기절까지 한다.
화학물질 과민증. 특수한 병으로 보이지만 확인되지 않은 수천 종의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살아가는 현대에는 그 누구에게도 안심할 수 없는 병이다.
한 번 시작되면 일상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화학물질 과민증. 화학물질을 피해 자연 속에서 지내고 있는 이서현 씨의 일상을 찾아가 본다.
이렇듯 일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화학물질은 우리도 알지 못하는 새에 우리 몸에 쌓이고 있다. 그렇다면 유해화학물질을 피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최경호 교수와 함께 유해화학물질 회피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 8명은 3박 4일간 연구팀이 알려준 지침을 따라 행동했다. 일회용품, 즉석식품, 화장품, 세제 등을 멀리하고 집안 환기를 자주 하는 것이 주된 지침.
과연 참가자 8인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지 몸 속 유해화학물질을 줄이는 방법을 공개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