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잠겨 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박은숙 기자
동교동계가 민주당과 결별한 것은 2016년이다. 동교동계는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의 전신)이 야당이던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당시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며 친문계와 갈등을 빚었다. 결국 집단 탈당해 옛 국민의당에 합류,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가 패하고 국민의당이 사분오열하는 과정에서 동교동계는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정치권을 겉돌았다.
동교동계는 지난 4·15 총선 직전에도 한 차례 복당을 타진했으나, 당내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후 8월 29일 전당대회에서 이낙연 대표가 선출되자 민주당에 복당하자는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낙연 대표는 신문기자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과 동교동계를 담당했다. 그 인연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공천을 받아 정계에 입문했다. 정대철 전 고문이 2003년 새천년민주당 당대표를 할 때 비서실장을 맡기도 했다. 이낙연 대표는 이듬해 열린우리당 창당에도 합류하지 않고 새천년민주당에 남아, 구민주계로 분류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국무총리 재임 시절과, 종로구 출마 여부를 결정할 때도 정대철 전 고문에 조언을 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동교동계 복당 가능성이 알려지자 친문 세력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거세졌다. 친문 세력은 동교동계가 중요한 순간 배신하고 탈당해 민주당과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입장이다.
‘친문’ 정청래 의원은 10월 11일 자신의 SNS에 “한 번 배신한 자 또 배신하지 말라는 법 없다. 이분들이 복당해 얻는 이득은 없고 오히려 구태청치 당내 분란만 일으킬 것이 명약관화하다”며 “설마 복당 노크할 정도로 염치없는 분들은 아니리라 본다. 하지만 만약 복당을 시도한다면 당헌당규를 들고 강력하게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당내에서 논란이 커지자 이낙연 대표가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10월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동교동계 원로들은 당 바깥에서 원로다운 방식으로 민주당을 도와주시리라 믿고 있다”고 당부했다. 사실상 동교동계의 복당에 대해 선을 그은 것이다. 민주당도 기자들에게 “전혀 사실무근이며 앞으로도 계획이 없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PK(부산·울산·경남) 친문그룹이자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자신과 주변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공당을 이용하려는 의도는 구태정치”라며 “온갖 험담을 쏟아 부으며 당을 떠난 이후, 다른 당 대선후보의 당선에 매진하며 사실상 정권교체를 거부했던 것을 우리 당원들은 기억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대철 씨의 복당 추진은 자가발전”이라며 “민주당에 관심 갖지 말아 달라. 우리 당과 지도부의 복당 추진 사실이 없음을 잘 알면서도 논의가 있는 것처럼 언론에 흘리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동교동계 인사 등이 탈당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더불어민주당이 하나로 뭉쳐 지난 4년간 선거에서 연이은 승리를 할 수 있었다”며 “비록 원외 인사들이 대부분이지만 원로들이 다시 돌아온다면 당내에서 어떤 분란을 만들어낼지 장담할 수 없다. 현 시점에서 동교동계 복당 문제로 당내 논란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동교동계 안팎에서도 민주당으로 복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대철 전 고문과 가까운 한 원로 인사는 “정대철 전 고문과 이낙연 대표는 워낙 가깝게 지내며 여러 현안을 상의하고 있다. 정 전 고문도 이낙연 대표가 대권을 잡도록 돕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낙연 대표로서는 복당이 아니라도 원로로서 정 전 고문을 지근거리에 두고 도움을 받고 싶다는 입장인데, 복당으로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 동교동계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정계에서 물러난 원로들이 이제 당으로 돌아가 안에서 무슨 일을 하겠느냐”고 설명했다.
이낙연 대표가 동교동계 복당과 관련해 마지막까지 전략적 모호성을 선택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일각에서 ‘호남 껴안기’를 위해 동교동계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이 나올 수 있지만 결정하기 쉽지 않을 거라 본다. 친문진영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이낙연 대표에게 최우선순위는 친문진영의 확고한 대선후보로 인식되는 것이다. 대세론을 형성해 대선주자로 결정되면, 국민 대통합 필요성에 따라 동교동계를 끌어들이면 된다.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 이 대표는 당분간 어중간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라고 전했다.
4월 총선을 앞둔 4월 3일 정대철 전 고문(가운데) 등 동교동계 정치 원로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복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동교동계 복당설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의원의 당 제명과 시기가 겹치는 것을 두고도 관심을 모았다. 민주당은 9월 18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어 김홍걸 의원에 대한 제명을 결정했다. 김홍걸 의원에 대해 부동산 투기 및 허위 재산신고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 김홍걸 의원은 10월 10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권상대)에 출석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김홍걸 의원은 동교동계 원로들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입당하면서 “민주당이야말로 김대중 정신과 노무현 정신이 합쳐진 60년 민주당의 정통 본류”라며 “더 이상 돌아가신 아버지의 이름을 호남 분열과 갈등의 수단으로 삼아서도 안 된다”고 민주당 탈당파를 겨냥했다.
최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부부가 생전 머물던 서울 동교동 사저(감정가액 32억여 원)와 김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상금 8억여 원을 두고 김 전 대통령 2남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및 김대중기념사업회와 법적분쟁을 벌이고 있다. 김대중기념사업회 이사장은 동교동계 원로인 권노갑 전 의원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김홍걸 의원의 제명은 당의 정책 취지에 부합하지 않은 의혹과 감찰 업무 불성실한 협조 등에 따른 여론 악화를 막기 위해 신속히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김 의원과 동교동계 사이의 관계와 이낙연 대표의 제명 결정을 연관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