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 국정감사 최고 스타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다. 21대 총선 당시부터 이슈를 몰고 다닌 그는 ‘삼성 저격수 본색’을 드러냈다. 정의당 한 당직자는 “류 의원이 한 건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 개원 전만 해도 류호정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의정활동을 하면서 ‘류호정 존재감’이 살아나고 있다”고 전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10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특허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종민 삼성전자 상무를 상대로 질의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류 의원은 국감 첫날인 10월 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 임원의 국회 출입기자 등록증 소지 의혹을 폭로했다.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국회 개원 이후 삼성전자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민원이 의원실로 접수됐다. 류 의원은 사실 확인 차 삼성전자 부사장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후 삼성전자 임원 A 씨가 하루도 빠짐없이 의원실을 찾았다.
통상적으로 외부인이 국회의원실 방문 땐 해당 의원실의 확인 절차를 거친다. 하지만 A 씨는 의원실에 사전 통보 없이 국회를 드나들었다. 류 의원은 “출입 경위를 알아보니 한 언론사의 기자출입증을 가지고 들어왔다”고 밝혔다. A 씨는 19대와 20대 국회의 교체기였던 2016년부터 국회 출입등록 기자로 등록했다.
이 과정에서 A 씨가 유령 언론사를 차렸다는 의혹까지 일면서 삼성전자는 궁지에 몰렸다. A 씨가 2017년부터 1년간 서울 여의도 소재 상가를 임차한 곳은 일반 음식점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적인 기업이 국회 로비를 위해 ‘페이퍼 언론사’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사측은 논란이 일파만파로 일자, 10월 13일 “책임자를 포함한 관련자 전원을 징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류 의원은 다음 날 국회 의원총회에서 삼성·거대양당·국회를 싸잡아 “이런 것을 카르텔이라고 부른다”고 꼬집었다.
류 의원이 화제에 오른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회 개원 직후인 6월 9일 홍콩 민주화 시위를 주도하는 데모시토스당 조슈아 웡 비서장 등과 화상 회의를 진행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둘러싸고 미투(나도 당했다) 의혹이 일자, “조문을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 8월에는 ‘분홍 원피스’를 입고 국회 본회의에 출석했다. 당시 정의당 대표였던 심상정 의원은 “원피스가 입고 싶은 아침”이라고 응원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안민석·이원욱·고민정 의원 등이 지지를 보냈다. 보수정당인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조차 “의상을 문제 삼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후 류 의원은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포함, 성범죄 처벌 강화를 위한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 젠더 문제를 공론화했다. 류 의원은 10월 15일 현재 본회의를 비롯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윤리특별위원회 등에서 ‘100% 출석률’을 기록하고 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