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이 공개한 다큐멘터리 영상 ‘경기 부양을 위한 한국의 보편적 기본소득 실험’에 등장한 이재명 경기지사. 사진=WSJ 홈페이지 캡처.
[일요신문] 경기도의 기본소득 실험에 외신이 관심을 보였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월 9일 ‘South Korea’s Universal Basic Income Experiment to Boost the Economy(경기 부양을 위한 한국의 보편적 기본소득 실험)’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온라인 비디오 섹션에 공개했다.
영상은 경기도 주민 중 약 20만 명이 급진적 실험에 참여하고 있다는 설명으로 시작된다. 이 20만 명은 청년 기본소득을 지급받고 있는 만 24세의 경기도 청년을 의미한다. 현재 경기도는 분기별 25만 원씩 연 10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경기페이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며 경기페이가 보편적 기본소득 개념에 기반한 현금 보조금이라는 설명이 곁들여진다. 이어 미국 대통령 선거에 민주당 경선 후보로 참가했던 앤드루 양의 ‘모든 성인 미국인에게 매달 1000달러를 지급하는 자유 배당금(Freedom dividend)’ 발언이 지나가며 기본소득과 자유 배당금이 같은 맥락으로 이뤄졌음을 영상은 암시한다.
WSJ은 코로나 펜데믹 기간 경기페이가 1300만 도민에게 지급됐고 경기페이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자신의 거주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기본소득 자체에 대한 실험이 주를 이루던 유럽의 케이스에 익숙한 외신에 지역 경제 활성화를 겸한 경기도의 기본소득은 신선한 이슈가 아닐 수 없다. 이 부분을 설명하며 서울의 광장시장 영상이 활용됐다.
청년 기본소득(경기페이)을 받는 24세의 이명아 씨는 기본소득을 통해 여러 개의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대학 졸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맥도날드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경기페이를 사용할 수 없기에 이 씨의 소비는 전통 수산시장 같은 곳에 낙수효과를 일으킨다고 WSJ은 진단했다.
수산물 상인인 이충환 씨는 경기페이로 “20~30대 청년 손님들이 많이 늘었다”며 “코로나가 유행하던 3월에는 손님이 적어서 힘들었고 어떤 곳은 매출이 90%까지 떨어진 곳도 있었지만 지역화폐(경기페이)가 매출에 도움을 됐다”고 했다. 이어 경기페이를 취급하는 가게의 매출이 약 45%가량 상승했다는 경기연구원의 리서치가 뒤따른다.
경기페이로 이뤄지는 각각의 거래 정보는 경기도청으로 보내지고 도청 직원들은 지출액을 10원 단위까지 살펴본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사업의 세부 조정을 위해서 정보 수집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지사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액수는 크지 않지만 골목상권, 영세 자영업자들의 매출을 늘려주면서 특히 전통시장 같은 곳이 부활하는 실적을 낸 일이 있다”고 말했다.
WSJ은 영상에서 이재명 지사가 경기페이의 성공을 2022년 대선의 구호로 삼고 있으며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조명한다. 이 지사가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로 경제가 위기에 처하지 않도록 전 국민에게 매달 약 430달러를 주겠다는 제안을 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 계획은 개인적이며 이는 이 지사가 도지사로 있는 경기도가 한국의 주요 제조업 중심지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이 계획(기본소득)에는 1년의 약 2500억 달러(약 286조 원)가 소요될 것이며 기본적으로 생산을 자동화한 공장들에 부과하는 ‘로봇세’를 통해 부분적인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영상은 말한다. 이러한 정부 정책에 일부 반대자들은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부자들)에게 돈을 줘서는 안 된다고 반대하지만 이재명 지사는 세금을 내는 모든 시민이 포함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은 복지 정책이 아니라 경제 정책”이라는 발언이 뒤따르고, 한국인의 거의 50%가 보편적 기본소득 프로그램에 찬성하고 있다는 지난 6월 조사가 언급되며 이들이 다음 대선에 정부에 메시지를 보낼 기회가 있을 것(They will have a chance to send a message to the government during the next presidential election)이라는 의미심장한 멘트와 함께 영상은 마무리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번 다큐멘터리가 도의 요청이 아닌 WSJ의 자체 기획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한편 보수·자유주의 성향이 강한 월스트리트저널이 경기도 기본소득에 주목한 것을 두고 이미 미국이 기본소득을 경제정책, 경기부양책 중 하나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