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개 주인인 B 씨의 말이 가관이었다. B 씨는 “우리 개가 원래 장난삼아 집안 식구들도 자주 물어요. 처음에 좀 따끔거리다 말아요. 벌레 물린 거랑 비슷하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냥 후OO 바르면 돼요”라며 별일 아닌 일로 치부했다. 알고 지내던 동네주민이라 그냥 넘어가려던 A 씨는 재발방지를 위해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개물림 사고로 경찰에 신고했다.
개물림 사고에 대해 민·형사 소송이 모두 가능하며 목줄을 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피해가 위중할 경우 형사고소도 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견주 과실치상죄 성립
이런 경우 작은 상처라도 상해가 발생한 것이므로 과실치상죄에 해당한다. 형법 제266조(과실치상)에 “과실로 인하여 사람의 신체를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공원 산책 도중 행인을 물어 상해를 입혔을 경우 개 주인의 관리 소홀로 형사처벌을 받은 판례도 있다.
형사상으로 보면 견주는 개가 낯선 사람을 물거나 피해를 줄 위험이 있으므로 이를 방지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누군가 개에게 물렸을 경우 이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 되어 과실치상죄가 될 수 있다. 목줄 등 안전조치의 의무를 다하였다 하더라도 균의 잠복기에 의한 각종 감염증이 발생할 수 있는 개물림 사고에 대해서는 형법상 과실치상죄가 성립된다. 피해자가 경찰에 고소하면 견주는 수사기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아야 한다.
또 민법 제759조(동물의 점유자의 책임)에 “동물의 점유자는 그 동물이 타인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동물의 종류와 성질에 따라 그 보관에 상당한 주의를 해태(책임을 다하지 아니함)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조항이 있다.
민사상으로 견주는 개가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지 못하도록 관리할 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며 여기에는 치료비 및 위자료가 포함된다. 다만 민사소송을 제기할 경우 치료비 영수증 등 객관적인 증거가 있어야 청구가 가능하며 손해배상액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증명을 해야 한다.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치료비, 후유장애, 휴업손해 및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등을 모두 합산해 청구할 수 있다. 변호사를 선임하고 피해가 확실하게 입증된다면 상대방에게 변호사비까지 청구할 수 있다.
물린 상처에 대해 제대로 치료비 등의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개에게 물린 상황에서 증인을 확보해 두고 영상, 사진, 상대방과의 대화, 통화녹취, 문자 내역 등 최대한의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 개물림 사건 전문 변호사는 “위 사건의 경우 견주 B 씨의 말을 통해 평소 자신의 개가 사람을 무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것을 직접 시인한 것이 되므로 이를 증명해 줄 사람이나 녹취 등을 통해 관리를 소홀히 한 견주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향후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만약 피해자에게 신체장애가 발생한다면 노동능력상실률에 따라 성인이 되는 때부터 가동연한까지의 수입상실 손해 등의 배상도 받을 수 있다. 신체장애가 남아 노동능력상실률이 인정될 경우 배상액이 많아진다”고 덧붙였다.
판례로 입마개가 채워져 있지 않은 개가 만 6세 어린이의 가슴과 얼굴 등을 물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사건에서 법원은 견주에게 “이미 지급된 치료비는 물론 성형술 등 미래의 치료비와 위자료 3000만 원을 포함해 모두 53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사례도 있다. 이 견주는 과실치상죄로 벌금 50만 원의 약식명령도 선고 받았다.
결국 개물림 사고에 대해 민·형사 소송이 모두 가능하며 목줄을 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피해가 위중할 경우 형사고소까지 가능하다.
#작은 상처라도 병원 가야
사실 광견병보다는 파상풍이나 기타 감염에 걸릴 위험이 더 높기 때문에 병원에 방문해 파상풍 예방 주사도 맞아야 한다. 소형견에게 물린 작은 상처라도 상처의 크기나 경중에 상관 없이 직접 감염은 물론 외부에서 2차 감염으로 자칫 사망까지 이르게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슈퍼주니어 출신의 최시원이나 배우 김민교의 개가 동네주민을 물어 사망하게 한 사건처럼 개물림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며 경미하게 생각할 일도 아니다.
2017년 최시원의 개에 물린 김 아무개 씨는 바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음에도 5일 뒤 몸살 기운을 느끼다가 갑자기 다음 날 사망했다. 병원의 사망 소견은 개에 의한 녹농균 감염이었다. 최 씨의 개는 프렌치 불도그라는 소형견이었다. 실제로 사람을 물어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었던 프렌치 불도그는 법적으로 입마개 착용 의무도 없다. 최 씨 측은 동물보호법 위반(외출시 목줄을 할 의무 위반)으로 5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을 뿐이다. 지난 7월 김민교의 반려견은 갑자기 담장을 뛰어넘어 인근에서 나물을 캐고 있던 80대 주민을 물어 2개월의 치료 끝에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
개 물림 사고는 반려견 천만인 시대가 되며 매년 증가추세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119구급대가 개물림 사고로 병원에 이송한 환자는 2016~2018년에만 6883명에 이르며 하루 평균 6명 이상의 개물림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한 동물병원 수의사는 “작은 개물림 사고에도 사람에게 균이 감염될 수 있는데 물린 부분이 경미할 경우 이를 소홀히 여기는 경우가 많다. 개의 구강 내에 서식하는 균이 전신성 감염, 파종성 혈액응고, 신부전 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물린 부위를 통해 각종 세균이 침투해 봉와직염이나 패혈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개에 물렸다면 작은 상처라도 꼭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집에서 키우는 개라도 각종 전염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광견병균을 보균한 개에게 물려 광견병에 감염된 경우에는 치사율은 100%다. 광견병은 사람과 동물 간 교상 등을 통해 전파되는 인수공통전염병으로 동물보호법 제2조에 따라 생후 3개월 이상의 개나 고양이는 연 1회 이상 반드시 광견병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관련법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된다. 주인의 관리소홀로 균이 잠복하고 있을 수 있으므로 아주 조그마한 상처라도 물린 즉시 병원을 찾아 외상 및 감염에 대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사람을 문 개는 시·군 축산과 등 해당 관할청에 신고해 수의사의 판단 하에 약 10일 내외의 관찰기간을 두고 광견병 증세 관찰을 요구할 수도 있다.
개물림 사고는 반려견 1000만 시대가 되며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로 인해 손해배상 사건도 많아지고 있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119구급대가 개물림 사고로 병원에 이송한 환자는 2016~2018년에만 6883명에 이르며 하루 평균 6명 이상이 개물림 사고를 당하고 있다. 동물보호법은 맹견의 범위를 특정하고 이에 대해 입마개를 의무적으로 착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는 도사견과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등 5종뿐이며 전체 반려견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99%의 반려견은 무방비 상태라고 볼 수도 있다.
견주는 개를 데리고 산책할 때 견종에 따라 입마개를 하고 목줄을 단단히 잡아 개가 다른 사람을 물지 않도록 예방할 주의의무가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목줄을 하고 있는 개에게도 물리는 경우가 허다하며 입마개를 하도록 되어 있는 맹견에게 입마개를 채우지 않는 경우도 많다.
태생적으로 공격성이 강한 견종은 물론 집안에서 키우는 순한 견종이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개물림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노약자나 어린이는 개물림 사고에 의한 감염에 더 취약하다. 견주의 적극적인 주의는 물론 일반인의 경각심이 필요한 이유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