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디지털 장의사가 온라인 흥신소 역할로 변질되고 있다고 한다. 이미지컷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이종현 기자
디지털 장의사들의 세계는 어떨까.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자격증이 없는 직업이기 때문에 각자 처한 상황과 실력도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또한 1세대와 2세대 사이의 차이가 많다는 말도 있다. 1세대는 ‘서부개척시대’처럼 어느 정도 불법적인 일과 결탁한 사람도 일부 있었지만 최근 업계로 진입한 2세대는 좀 더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최근 박사방 추적으로 화제가 된 박형진 이지컴즈 대표도 1세대로 분류된다. 박형진 대표는 2018년 국내 최대 음란 사이트에 배너 광고료 600만 원을 건네면서 ‘삭제 업무를 독점하게 해달라’는 제안을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박 대표는 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한 디지털 장의사는 “아직 직업의 정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만큼 업체들도 난립하고 있고 퀄리티도 제각각이다. 최근 이슈를 타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시장 진입자도 늘어나는 만큼 어느 정도 자격증화 혹은 법제화 될 필요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초 디지털 장의사는 잊힐 권리에서 출발했다.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생전에 인터넷에 남긴 흔적을 지워주기 때문에 디지털 장의사라 불린다. 그런데 최근에는 고인의 기록보다는 불법촬영물을 온라인에서 삭제해주는 역할로 더욱 알려졌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의뢰인에게 삭제할 영상, 사진 등을 의뢰 받아 온라인에 퍼져 있는 기록을 지워나간다. 의뢰인이 할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자신이 그 자료를 하나하나 찾아 해당 사이트에 삭제 요청하는 것이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기 때문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들에게 위임장을 받아 삭제를 대리한다. 또한 온라인 특성상 데이터가 남아 있는 곳을 전부 없애야 하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부분도 있다.
그런데 디지털 장의사가 불법 촬영물 같은 피해자의 호소가 아닌 정당한 비판 기록도 삭제시켜 공론화를 막는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어 상품이 잘못됐다고 평가하는 리뷰를 자영업자 의뢰를 받고 삭제해준다거나 판매 정보를 사기에 가깝게 적어두고 이를 지적하면 해당 글이나 영상을 삭제해버리는 것이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A 씨도 최근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토로했다. A 씨는 “최근 한 학원강사의 거짓 이력을 고발하는 영상을 만들었는데 별별 공격이 다 들어왔다. 그 공격을 한 게 디지털 장의사였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면서 “먼저 유튜브에 프라이버시 침해로 신고했다. 또한 이들은 블로그를 만들어두고 과거 작성한 글을 수정해 여기에 내가 올린 영상을 올렸다. 과거 작성한 글에 영상이 올라가 있어 시간상 먼저 올린 것처럼 보이게 해 내가 올린 영상이 저작권 침해했다며 신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마지막으로 채널에 쓴 로고, 상표까지 등록해 상표권을 어겼다며 공격했다. 결국 이런 공격에 영상이 내려갔고 나도 글을 올리지 않고 그 쪽도 공격하지 않는 선에서 무마할 수밖에 없었다”며 “디지털 장의사의 무서움을 이때 느꼈다. 온라인 흥신소나 마찬가지였다”고 밝혔다. 온라인 세상에서 디지털 장의사가 의뢰받은 업체의 비판 글은 삭제하고 긍정 글과 영상만 남기는 방법으로 여론을 왜곡시킬 수 있는 만큼 법제화가 일부나마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