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품질에 비해 비싼 요금제로 비난받던 5G가 21대 국회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10월 7일 국정감사 중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최기영 장관 모습. 사진=이종현 기자
국내 이동전화 전체 가입자 회선 7000만 개 가운데 현재 5G 가입자는 865만 명에 이른다. 5G 가입자 규모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다. 하지만 국내에서 5G폰을 사용하는 고객들은 “제대로 된 5G 성능을 이용하지도 못하면서 비싼 요금을 지불하고 있다”며 불만이 거센 상황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5G 서비스를 시작한 지난해 4월부터 현재까지 5G 서비스를 사용하다 LTE(4G)로 돌아간 가입자만 56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5G 스마트폰을 쓰면서 편법으로 LTE 망에 접속하고 있다. 5G 요금제에 그대로 남아 있는 사용자들은 “5G 스마트폰을 쓰지만 속도가 그만큼 빠르지 않고 연결도 잘 안 된다. 스마트폰은 5G인데 전송 속도는 여전히 LTE”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또 “구현되는 성능에 비해 5G의 요금제의 종류도 다양하지 않아서 비싼 요금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5G는 최대 속도가 LTE 대비 20배 빠르고 처리 용량 또한 100배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초연결성을 통해 휴대폰 통신을 넘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가상현실,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스마트 팩토리, 원격의료, 무인배달 등의 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과기부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 국가를 선포하고 5G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진 바로는 28GHz 대역 망은 아직 단 1대도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용빈 의원실의 2020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통신 3사는 2019년부터 3년 안에 사업자별로 각 1만 5000대 이상의 28GHz 대역 망을 구축하기로 했지만 실제 대역 망 구축 의무사항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과기부는 또 4월 8일 ‘제3차 범부처 민‧관 합동 5G+전략위원회‘에서 연내에 28GHz 대역 망 구축을 통해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의 5G 특성을 온전히 구현해 혁신적인 융합서비스 개발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 바 있지만 이 역시 말뿐이었다.
이동통신 3사는 통신망에 대한 투자와 함께 5G가 가능한 28GHz 대역 망 기지국을 충분히 갖춘 뒤 소비자에 서비스를 시작해야 하는데도 “28GHz 대역은 장애물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 많은 기지국을 세워야 해서 비용 부담이 높다”는 이유로 이를 미뤄왔다. 과기부가 8월에 발표한 5G 품질평가에서도 3.5GHz 주파수를 이용하는 현재 5G 서비스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LTE 속도보다 약 4배 정도 빠른 수준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국내에서 5G 서비스를 시작한 2019년 4월부터 현재까지 5G 서비스를 사용하다 LTE로 돌아간 가입자만 56만 명에 달한다. 5G 이용자 불만 사례 캡처.
이런 상황에서도 SK텔레콤은 지난해 2월 제출한 5G 이용약관 신청 서류에서 “5G는 LTE 대비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성 등의 특징을 지닌 프리미엄 무선데이터 서비스이며 기존 LTE와 차별화된 서비스와 콘텐츠 제공이 가능하다”며 이를 토대로 LTE보다 2만~3만 원 비싼 요금제를 인가 받았다. 다른 통신사들 역시 ‘초시대’, ‘초능력’ 같은 표현들을 써가며 비싼 요금제로 5G 서비스 가입자를 유치해 왔다.
또 변재일 의원실에서 제공한 과기부 통계에 따르면 통신 3사는 2020년 상반기 설비투자에 4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했으나 실제 약 3.4조 원 투자하는 데 그쳐 올 상반기에 설치한 5G 기지국은 2019년 동기간 대비 43.7% 수준에 불과하다. 미흡한 5G 서비스 질 개선을 위한 기지국 설치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한계가 분명한 상태로 서비스를 개시하고 개선을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고가의 통신요금을 받고 있는 것은 문제다.
참여연대는 “최 장관의 발언은 5G 상용화 초기부터 LTE 대비 20배 빠른 속도라고 홍보하며 가입자를 유치해온 통신 3사와 이를 지속적으로 두둔해온 정부가 이제와 ’진짜 5G‘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고, 그동안의 광고가 허위·과장이었음을 자인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표시광고법을 위반하고 허위·과장광고를 한 이동통신 3사의 5G 광고를 신고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조형수 변호사는 “5G 상용화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28GHz 전국망 구축 계획이 없다는 것은 그동안 정부를 믿고 기다렸던 5G 이용자 700만여 명과 앞으로 이용할 국민들을 기만한 것에 다름 아니다”며 “현재도 가입자 가운데 대다수는 여전히 안 터지는 ‘불통 5G’를 이용하며 매 순간 피해를 경험하고 있다. 그동안 5G 이용자가 납부했던 요금도 LTE 수준으로 감면해 반환하고, 5G 이용 요금을 인하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