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채납 이행각서. 사진=최훈민 기자
문제는 사업 구조다. 오산시와 오산버드파크는 기부채납 이행각서를 썼는데 여기엔 ‘재산 무상사용 및 수익허가 조건으로 오산시에 기부할 것을 확약’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조건이 붙었는데 기부라고 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행정안전부 원칙과도 맞지 않는다. 2016년 행정안전부가 고시한 ‘지방자치단체 공유재산 운영기준’에 따르면 기부자가 시설 전체 운영권을 갖는 것을 ‘조건부 기부채납’으로 규정해 금지하고 있다. 기부를 빌미로 전체 공공시설 운영권을 민간이 갖는 것을 막으려는 장치다.
오산시 관계자는 “이 사업은 공유재산법에 따라 기부채납 받는 방식”이라며 “공유재산법에 따르면 기부하는 가액만큼 무상사용 및 수익허가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법에 다 맞게 돼 있어서 문제가 전혀 없다”고 했다. 이어 “무상사용 및 수익허가 조건은 (법에서 언급된) ‘조건’이 아니다. 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행정안전부 입장은 다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와 같은 공유재산법 관련 사건의 핵심은 공공기관이 기부 받는 시설의 추후 관리 여부다. 기부되는 시설이 장기적으로 공공기관 관리를 받아 유지될 수 있는 사업이라면 공유재산법상 기부채납으로 볼 수 있다. 당연히 무상사용 및 수익허가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기부자가 공공기관 부지에 건물을 지어 기부하면 공공기관은 기부자에게 무상사용 기간 동안 수익을 허가한다. 무상사용 기간이 지나 공공기관이 이 건물을 다른 업체에 다시 임대하거나 공공기관의 공익적 목적에 맞춰 다른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거대 새장 같은 특수시설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거대 새장은 장기적으로도 전문성을 요하는 등 기관이 따로 관리하기 어렵다.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도 운영권과 관리권 모두를 오산시가 아닌 제3자가 관리·감독할 수밖에 없기에 문제 있는 기부채납일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행정안전부는 오산시의 이번 사업 관련 위법성 여부를 따져보고 있다. 이번 사건이 ‘범위를 넘어선 혜택’이란 판단으로 무게추가 기울고 있다고 전해졌다.
이런 비슷한 일은 다른 지자체에서도 있었다. 2012년 5월 경상북도 경주시는 ‘화조원 조성 민간투자시설사업 사업자 모집 공고’를 냈다. 근거는 공유재산법이었다. 경주시는 2013년 70억 원을 투입해 경주 동궁원 내 버드파크를 건립한 뒤 기부채납 조건으로 20년간 관리운영권을 달라고 요구한 경주버드파크에 이와 같은 혜택을 줬다가 낭패를 봤다.
이는 경주시가 공유재산법을 오해하고 기부채납된 시설물은 무상으로 사용, 수익화할 수 있다고 이해한 데에서 비롯됐다. 행정안전부는 이에 대해 “기부된 시설의 ‘일부’를 사용하는 건 최대 20년까지 가능하지만 시설 전체를 사용 및 수익화하는 건 최대가 5년”이란 유권 해석을 내렸었다. 오산시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현재 이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경주버드파크 전경. 사진=경주시 제공
오산시 일각에서는 오산버드파크 기획자가 과거 경주시 사례를 감안해 ‘꼼수’를 동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오산시와 오산버드파크 기부채납 이행각서와 양해각서, 우리은행과의 금융협약서 그 어디에도 무상사용 및 수익허가 기간이 제대로 명시돼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계약서 필수 조건인 ‘기한’이 계약서 3부 그 어느 곳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기간이 특정되면 특정 기한을 염두에 둔 조건부 기부라는 게 드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앞서 언급했듯 경주시는 경주버드파크에 관리운영권 20년을 줬다가 행정안전부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오산버드파크와 경주버드파크 사업자는 같다. 황성춘 경주버드파크 대표 겸 오산버드파크 대표는 “문제가 될 부분이 있다면 고발 시 수사기관에서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