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진행된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인터넷진흥원 등에 대한 영상 국정감사 전경. 사진=박은숙 기자
국정감사는 ‘야당의 시간’으로 불린다. 정부기관 감사를 통해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9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내에 열린 ‘국정감사 종합상황실’ 현판식에서 주호영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은 어느 한구석 성한 데가 없다”고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하지만 국감 1주차는 ‘맹탕 국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절대 과반 의석과 상임위원장 전석 차지를 앞세워 핵심증인 채택을 거부하고, 상임위 일방 진행 등으로 행정부 견제를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실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복무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에서 법사위 국방위 등 상임위에서 수십 명의 증인을 신청했으나, 민주당이 거부해 불발됐다. 북한의 연평도 실종 공무원 피격 사망사건과 관련해서도 유가족 관련자 등 증인도 부르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10월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들한테 시원한 사이다의 개념을 좀 넘겨주고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줘야 한다. 그런데 핵심적인 증인 참고인들이 다 빠져버려 어렵다”며 “피감기관에서 중요한 자료 요청에 대해 개인정보 보호라든지 이런 이유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 끝까지 버티면 사실상 지금으로서는 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야당의 공세가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맹탕 국감이 맞다. 야당의 정보력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에 한 방이 없는 것 같다”며 “어떤 사안에 접근할 때 국민의힘이 팀워크가 잘 안 되는 것 같다. 하나에 집중해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 원내 지도부의 전략에 대한 문제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0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이 국정감사에 임하는 모습을 보면 추미애 장관 자녀 이야기로 시작해서 이제는 옵티머스 이야기뿐”이라며 “너무 준비를 안 하신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은 국민 혈세가 낭비되는 곳은 없는지, 조세정책의 약한 고리가 무엇인지 묻고 개선책을 찾아내는 등 정책에 방점을 찍은 질의로 국회의원 의무를 충실히 다하고 있다”며 “국민의힘 역시 정쟁과 공세만 전념할 것이 아니라 민생 전반을 살피는 국감으로 복귀하라”고 당부했다.
민주당 한 다선 의원은 “민주당이 야당일 때도 여당의 반대로 핵심증인 채택 못하고, 자료 도움도 제대로 못 받았다. 이를 발로 뛰고 확인하며 극복하는 것이 당과 의원들의 역량이다”라며 “현재 국민의힘에서는 가만히 앉아 이미 언론에 나온 내용만 반복하고 있다. 더 확인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증인 채택 안 돼서 국감이 맹탕이라고 불만의 말만 내놓는 건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지적은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의 말이다.
10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초반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는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사진=박은숙 기자
“우리가 봐도 이번 국감은 재미가 없다. 의원들이 정권과 싸우려는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 최근 한 상임위에서는 야당 간사가 먼저 나나서 국감 일찍 마무리하자고 제안했다. ‘저녁 먹지 말고 끝내자’고 말했다는 것이다. 또 같은 당 의원이 질의하려고 하면 간사가 나서서 그만하라고 눈치 줬다고 하더라. 야당에서는 피감기관 감사에 시간 더 달라고 해도 부족한데 말이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과거에는 국감에서 한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면, 동료 의원들이 찾아와 어떤 내용인지 묻고 더 나아갈 내용이나 방향이 있는지 확인했다”며 “이번 국감에서는 그런 서로 협조하는 모습이 전혀 없다. 그러다보니 이미 나온 내용을 확인하고 끝나는 수준”이라고 답답해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확 달라진 국감의 풍경도 큰 이슈가 불거지지 않는 데 한몫한다는 분석이다. 이번 국감은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국감장 내부 인원을 50인 이하로 제한했다. 위원 보좌진은 물론 피감기관 관계자들도 인원을 최소화해 배치했다. 일부 상임위는 피감기관 현장 방문이 아닌 화상으로 국감을 진행하기도 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질책할 관련자 출석 숫자가 확연히 줄었다. 일부는 화상으로 진행해 화면을 보며 질의를 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과장된 목소리나 제스처가 줄었다”며 “취재와 촬영인원도 제한을 두면서 언론 미디어 노출도 한계가 있다 보니 더 이슈가 안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신율 교수는 “과거에는 의원들이 어떻게든 튀어보려고 특이한 옷을 입거나, 희한한 물건을 가지고 나왔는데 이번 국감에서는 그런 모습은 없다. 비교적 차분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는 칭찬할 만한 현상이다”라고 평가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