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펀드 최대 판매사다. 2019년 6월 처음 펀드를 설정하고 지난 7월 기준 총 46개 펀드 가운데 35개를 팔았다. 판매금액은 약 4327억 원이다. 옵티머스 펀드는 공공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라며 투자금을 모았지만 실제로는 부실한 비상장사 사모사채로 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올해 6월 환매 중단 사태 이후 NH투자증권은 금융권과 법조계로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어처구니 없는 펀드’를 대규모로 판매한 경위가 석연치 않다는 것이었다. 실제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 펀드를 판매하기 시작한 시점엔 이미 라임 펀드 사태가 금융권을 덮친 상황이었다. 여기에 이미 2~3년 전부터 펀드 관리 체계를 새롭게 구축하고 판매 실적을 성과지표에서 제외해 무리한 펀드 판매 경쟁을 사전에 차단하는 등 업계 내부적인 움직임도 있었다. 이 때문에 NH투자증권의 석연치 않은 펀드 판매가 단순히 옵티머스자산운용에 속았다거나, 실수라기보다는 ‘모종의 이유’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
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번지면서 주요 펀드 판매사인 NH투자증권도 진땀을 빼고 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사진=이종현 기자
그런데 최근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 등 내부 관계자들이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이 일부 드러나면서 이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들의 진술 속에 옵티머스 펀드를 초기 설정 과정부터 NH투자증권의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김재현 대표가 2019년 6월 NH투자증권을 찾아가 상품을 설명한 지 단 이틀 만에 펀드 판매가 시작됐고, 이보다 앞서 이뤄졌던 최초 투자 제안도 이례적으로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이 운용사인 옵티머스자산운용에 ‘역제안’을 했다는 진술 등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NH투자증권에서 판매가 시작된 이후 옵티머스 펀드 수탁액은 2018년 2000억 원대에서 2019년 말 4700억 원 수준까지 가파르게 늘었다.
펀드 설정 과정에서 ‘윗선 개입’이 있었다는 진술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관계 로비를 담당한 것으로 지목되는 정영제 전 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가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를 먼저 만났고, 이후 김재현 대표와 NH투자증권이 연결됐다는 내용이다. 정영제 전 대표는 옵티머스 펀드 검찰 수사 시작과 동시에 잠적해 현재까지도 신병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
NH투자증권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 국정감사와 입장문 등을 통해 관련 의혹들이 모두 사실과 완전히 다르거나 와전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NH투자증권 측은 펀드 판매가 졸속으로 빠르게 이뤄졌다는 의혹에 대해 “옵티머스펀드가 이미 3년 전부터 다른 증권사 등을 통해 9000억 원 이상 판매되고 정상적으로 환매되는 등 트랙레코드가 안정적이라 검증이 됐다고 판단했다”며 “2019년 4월 첫 미팅 이후 내부 절차를 걸쳐 6월 판매됐다. ‘초고속 승인’은 김 대표의 진술에만 의존한 의혹”이라고 밝혔다.
이례적인 ‘역제안’에 대해서도 “판매사가 운용사에 펀드 판매 소개를 요청한 게 일반적이지 않다고는 할 수 없다”며 “일부 투자자들로부터 ‘왜 NH투자증권에선 안 파느냐’는 문의를 받아오면서 관심을 갖고 있었다. 먼저 제안하는 것이 이상한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의 펀드 판매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구조적으로 경영진이 펀드 판매에 관여할 수 없고, 정 대표가 김재현 대표를 만났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펀드 판매를 시작한 시점이라 로비와 연관 짓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정 대표가 김 대표를 만난 건 2019년 6월 26일 대학 동기와의 점심 식사 자리였는데, 김 대표는 당초 예정된 참석자가 아니었으며 다른 일행이 있어 펀드 관련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고 했다. 정영제 전 대표의 경우 2019년 4월 한 차례 만났으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상품 관련 문의를 해와 담당 부서장을 연결해준 것이 전부라고 했다.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 사무실이 간판이 없는 채로 비어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최근 NH투자증권은 정영채 대표와 실무진 등이 직접 나서 각종 의혹을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지만, 당분간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옵티머스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부터 장기화될 전망이다.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밝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대검찰청은 법무부에 검사 파견 지원 승인을 요청했다. 검찰근무규칙에 따르면 1개월 이상 검사를 파견 보낼 때는 법무부 장관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대검이 법무부에 파견 승인을 한 만큼 수사가 한 달 이상 이뤄질 것이라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사기 펀드의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 입장에선 집중포화를 받는 시간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의혹 해소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도 산적해 있다. 보상 문제가 먼저다. 현재 옵티머스자산운용으로부터 자금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옵티머스자산운용에 대한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가 이르면 오는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 NH투자증권에 전달될 예정이다. 업계에선 투자처 자체가 기존 투자설명서와 명세서 등과 전혀 다른 만큼 회수할 수 있는 자금이 없다고 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복수의 옵티머스 관련 회사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하는 방법으로 피해 금액 보존 작업을 하고 있다. 다만 운용사가 사실상 증발해버린 만큼 판매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있고, 그 책임을 NH투자증권이 모두 떠안을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라임 펀드의 경우 가교운용사인 웰브릿지자산운용이 출범해 6년 동안 회수 작업을 하기로 했지만 옵티머스 펀드는 상황이 다르다. 라임은 부실 투자는 했으나 허위로 투자를 하지 않았다. 정상 펀드가 일부 남아있기도 했고, 사태가 불거진 이후에도 일부 인력이 남아 펀드를 관리하기도 했다. 판매사도 20곳에 달해 개별 회사마다 출자금 출혈도 큰 편은 아니다. 그러나 옵티머스 펀드의 경우 대부분 NH투자증권에 집중돼 있다. 운용사 책임자들은 환매 중단 사태가 시작된 이후 모두 회사를 떠났다. 홀로 책임을 떠안게 된 NH투자증권은 하나은행과 한국예탁결제원 등 수탁사와 사무관리사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양측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투자자들에 대해 30~70% 유동성 지급을 우선 결정하고 추가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긴급 대출 형식의 보상안인 데다, 다른 판매사인 한국투자증권이 90% 선보상을 결정한 것과 비교되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일부 법인 투자자들과의 소송전도 감당해야 한다. 최근엔 NH투자증권을 통해 사내근로복지기금 30억 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농어촌공사가 “소송을 통해 회수하겠다”는 입장을 새롭게 밝히기도 했다.
추후 이뤄질 금융감독원 제재도 부담이다. 금감원은 최근 라임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현재로선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 펀드와 관련한 금감원 제재를 피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융권에선 선례가 될 라임 펀드 관련 징계 영향을 받을 경우,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도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