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현지에서는 메이저리그에서 김하성의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부쩍 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어느 해보다 많은 KBO리그 핵심 선수들의 해외 진출 도전에 팬들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과연 이들은 내년 시즌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뛸 수 있을까.
얼마 전 미국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의 필진인 통계 전문가 댄 짐보르스키는 김하성의 2021~2025년 예상 성적을 산출한 뒤 좋은 유격수가 없는 팀은 김하성 영입을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짐보르스키는 KBO리그를 메이저리그(MLB)나 일본프로야구(NPB)보다 리그 수준이 떨어지고, 더블A와 트리플A 사이 정도로 판단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KBO리그 최고의 선수들이 더블A나 트리플A급 재능에 불과하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만약 김하성이 19세 때 더블A 유격수로서 타율 0.290, 출루율 0.362, 장타율 0.489를 기록했다면 울트라 엘리트 유망주로 평가받았을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김하성은 스카우팅 관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많지 않고 오히려 젊은 나이에 미국에 진출할 수 있다는 확실한 장점을 부각시켰다.
짐보르스키는 김하성의 몸값으로 “일반적인 경우 1억 달러(약 1149억 원) 이상의 계약을 따낼 수 있다”고 언급했고, “만약 김하성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5000만 달러(약 574억 원) 미만을 보장받는다면 계약한 팀한테 엄청난 계약이 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MLB닷컴은 김하성을 전 동료 선수였던 강정호와 비교했다. 히어로즈에서 유격수로 활약한 강정호보다 김하성은 콘택트와 수비 그리고 운동 능력이 더 뛰어나다면서 텍사스 레인저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LA 에인절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카고 컵스가 팀 사정에 따라 김하성 영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김하성은 올해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133경기에 출전해(10월 15일 현재) 30홈런에 OPS(출루율+장타율) 0.940을 기록 중이고 개인 첫 한 시즌 30홈런-100타점을 달성했다.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진출 관련해서 그의 한국 내 매니지먼트사인 에이스펙코퍼레이션의 한 관계자는 일찌감치 미국 에이전트와 손을 잡고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김하성이 계약한 미국 에이전트사는 저스틴 벌랜더(휴스턴 애스트로스), 안드렐턴 시몬스(LA 에인절스), 패트릭 코빈(워싱턴 내셔널스) 등이 속해 있는 ISE 월드와이드다. 에이스펙코퍼레이션 관계자는 “미국 현지와 이틀에 한 번씩 화상회의를 통해 새로운 내용을 업데이트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 에이전트사에서는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 일정을 조정하자고 말했다. KBO리그 시즌이 끝나는 11월이 아니라 메이저리그 단장들이 모이는 윈터미팅 전에 포스팅시스템을 신청하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있어 시즌 마치면 키움 구단과 일정을 조정해볼 계획이다.”
그는 또 김하성에 관심을 두고 있는 팀으로 미국 에이전트사를 통해 들은 내용이라고 밝히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을 꼽았다.
나성범은 이미 1년 전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린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나성범은 2019년 시즌을 마치고 포스팅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 문을 노크하려 했다가 무릎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한 해 미뤄졌다. 그런 나성범을 두고 ‘CBS스포츠’는 이런 분석을 내놓았다.
‘나성범은 2019년 무릎을 다치기 전까지 KBO리그 최고 타자 가운데 한 명으로 뽑혔다. 올해 나성범은 타율 0.318, 출루율 0.387, 장타율 0.600, 31홈런을 기록하며 컨디션을 회복했다. 그러나 그는 나이와 제한된 수비 능력으로 (메이저리그) 시장에 한정된 부분이 있다.’
나성범은 지난 시즌 경기 도중 무릎 전방십자인대와 연골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수술 후 소속팀인 NC 트레이닝 파트와 함께 무릎 관절 주변부 근육의 근력 회복을 위한 근력 강화 운동과 무릎 안정화를 위한 균형 감각 운동에 집중했던 그는 9월 중순 미국으로 출국해 LA 보라스 스포츠 트레이닝 인스티튜트(BSTI)에서 4명의 트레이너들과 함께 재활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이건 나성범이 보라스코퍼레이션과 에이전트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성범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BSTI에서는 내가 미국 도착하기 전부터 NC 트레이닝 파트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이메일로 내 몸 상태, 진행된 재활 프로그램 내용을 전달 받아 나의 훈련 스케줄을 미리 준비해놓고 기다렸다. 나로서는 장소만 바뀌었을 뿐 한국에서 해온 프로그램을 BSTI에서도 이어갔고, 이후 내가 한국으로 돌아갈 때 BSTI에서는 그곳에서 진행한 자료들을 모두 NC 트레이닝 파트에 넘겨준 덕분에 큰 도움을 받았다. 지금 내가 치고 달릴 수 있는 배경에는 NC와 BSTI에서 재활을 도운 트레이너분들의 노력 때문이다.”
나성범한테는 든든한 지원군들이 있다. 같은 보라스코퍼레이션 소속의 추신수, 류현진이다. 추신수는 오래 전부터 나성범의 롤모델이자 개인적인 친분으로 스프링캠프지인 애리조나에서 만나 식사도 같이 하는 등 친분을 이어가고 있고. 류현진과는 재활 치료를 위해 LA에 머물렀던 지난해 9월, 다저스 경기도 보고 같이 저녁 식사 자리를 갖는 등 친분을 쌓았다. 메이저리그에서 커리어를 쌓은 베테랑 선배들의 조언과 존재는 미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나성범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보라스코퍼레이션 한 관계자는 나성범의 미국 진출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설명을 곁들였다.
“올 시즌 ESPN을 통해 KBO리그 경기가 중계됐고, 덕분에 나성범의 플레이도 메이저리그 팀 관계자들이 관심을 갖고 체크해볼 수 있었다. 몇몇 구단에서는 나성범이 뛰고 있는 NC 경기를 중계해주지 말라고 부탁했을 정도다. 다른 팀에서 관심을 나타내는 게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였다. 나성범은 오래 전부터 꾸준히 관심을 나타낸 구단들이 있다. 선수를 직접 만날 수 없기 때문에 회사를 통해 관심을 표명하는 수준인데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미국 진출 의사가 공식 발표된다면 서너 팀들은 적극적으로 오퍼해올 것으로 보인다.”
김하성을 비롯해 나성범도 정규시즌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고, 포스트시즌을 준비하는 상황이라 시즌 종료 전에는 해외 진출 관련해서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그들을 돕는 에이전트들은 미국 현지에서 물밑 작업이 한창이란 게 팩트다.
양현종은 나이에 대한 부담에 대해 자신이 이겨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KBO리그 역대 5번째로 7년 연속 10승을 기록한 양현종은 최근 경향신문 인터뷰를 통해 “시즌 뒤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 새로운 무대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양현종은 지난 시즌 기자와 인터뷰에서도 해외 진출 관련해 2020시즌 이후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다. 단 시기가 문제다. 2019시즌은 이닝 수도 많고, 막내가 너무 어려 가족들과 함께 외국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제일 좋은 시기는 내년 시즌(2020시즌) 마치고 정식 FA(자유계약)를 신청해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것이다.”
1988년생인 양현종에게 2020시즌을 마치면 33세가 되는데 나이에 대한 부담이 없는지 물었다. 양현종은 자신이 이겨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아프지 않고 꾸준히 마운드에 선다면 괜찮을 것이다. (류)현진이 형이 메이저리그 진출 후 부상과 수술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올 시즌(2019시즌) 멋지게 재기했다. 현진이 형의 경기를 챙겨 볼 때마다 마음이 울렁거렸다. KT의 이대은이나 서재응 코치님한테 미국 야구에 대해 많이 물어봤는데 서 코치님도 기회가 되면 무조건 도전하라고 조언해주시더라. 야구에 새로운 눈을 뜨게 될 기회가 될 거라면서 말이다.”
양현종은 메이저리그 진출 관련해서 포기할 수 없는 조건으로 ‘선발 보장’을 꼽았다. 꾸준히 선발로 뛸 수 있는 팀인지 아닌지가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양현종의 매니지먼트사인 해피라이징 한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지난해 말 이미 미국 내 에이전트를 선임해 양현종의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강정호와 김현수가 미국 진출할 때 도움을 준 ISE 월드와이드의 아시아 담당인 조시 퍼셀과 계약을 맺었다. 조시 퍼셀이 이번에 개인 회사를 차리고 독립했는데 그 회사에서 양현종 해외 진출을 도울 것이다. 양현종은 FA 신분이라 자유로운 입장이다. 이미 조시 퍼셀이 양현종 관련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다 만들어 놓는 등 만반의 준비를 다 했다. 양현종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무대는 메이저리그지만 일본도 배제하지 않고 협의할 계획이다.”
양현종은 2014시즌 후 포스팅시스템에 나섰다가 KIA 구단이 양현종을 영입하겠다고 적어낸 메이저리그 구단의 최고 응찰액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실패로 끝난 바 있다. 2016시즌 후 FA를 통해 다시 해외 리그를 타진했다가 일본 요코하마 구단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냈지만 가족과 상의 끝에 KIA 잔류를 선택한 바 있다.
양현종은 과연 2021시즌 어느 팀 유니폼을 입게 될까. 그는 더 이상 KBO리그에서 이룰 기록과 목표가 없는 상태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