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프트 오리지널(왼쪽)과 엄브로(오른쪽) 광고 모델을 동시에 맺은 봉태규 씨. 사진=각 사 광고 캡처
일요신문은 봉태규 씨, 그의 아내 하시시박 씨(본명 박원지)와 기프트오리지널 사이에 맺은 계약서를 확인했다. 2019년 양측이 맺은 계약서에 계약기간은 2019년 11월 1일부터 2020년 10월 31일까지 1년 동안이었다. 계약서에는 ‘부부는 이 기간 동안 기프트오리지널의 동종업종인 의류 광고모델로 활동하거나 기타 행사에 출연할 수 없다’고 적혀 있다.
업체는 계약기간 봉 씨와 박 씨에게 두 번의 제품 사진 촬영을 요구할 수 있었다. 촬영한 광고물은 모든 곳에 사용할 수 있었다. 또한 광고물의 사용 기간은 계약기간 만료 후 30일까지 연장할 수 있었다.
기프트오리지널은 중소기업이고 업력도 오래되지 않았다. 이 업체 규모를 감안했을 때 봉 씨 부부를 모델로 쓰는 건 무리라는 게 주변의 판단이었다. 봉 씨 부부와의 계약은 모델료만 2억 원이 넘었고 광고 촬영 때마다 거액의 비용(스태프 비용과 촬영비 등)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업체 측에서는 ‘일종의 승부수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기프트오리지널에 근무했던 직원은 “사장이 어느 날 도박하는 심정으로 계약을 해버렸다. 계약금도 비싸 계약을 무를 수도 없었다. 광고비만큼 팔지 못해 회사 사정도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런데 업체는 한 번 남은 광고 촬영 기회마저 날릴 위기에 처했다. 기프트오리지널은 자금 문제로 사장도 교체됐다. 한 번 남은 광고 촬영 기회를 살리기 위해 투자를 받아야 해 법인화를 진행했다.
이렇게 지난 8월 말 업체의 마지막 광고 촬영이 시작됐다. 기프트오리지널 대표는 “FW(가을 겨울) 시즌에 회사 명운을 걸었다. 추가 투자까지 받아서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 잘 안되면 회사 문을 닫을 생각이었다”라고 말했다.
기프트오리지널은 무신사라는 인터넷 쇼핑몰에 독점으로 입점해 있다. 업체는 1주에 하나씩 순차적으로 의상을 공개해나가는 콘셉트를 정했다. 그렇게 3주 정도 지났을 때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다. 봉 씨가 엄브로 의상을 입고 무신사 광고에 뜬 것이다.
봉태규 씨 측은 엄브로(오른쪽)는 기프트 오리지널(왼쪽)과 다른 카테고리라고 하지만 큰 차이점은 없어 보인다. 사진=각 사 광고 캡처
업체는 당장 항의했지만 봉 씨 측은 “기프트오리지널은 캐주얼 브랜드고 엄브로는 스포츠 브랜드다. 엄연히 카테고리가 다르다”며 내용증명을 보냈다. 기프트오리지널 측은 “계약서에는 캐주얼인지 스포츠인지 분류를 해놓지 않고 ‘동종업종 의류 광고 모델로 활동하거나 출연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아뒀는데 무슨 얘긴지 모르겠다”며 “특히 이번에 입고 나온 옷은 우리 콘셉트나 분위기와 너무 닮아있다”고 항변했다.
실제로 봉 씨가 입고 나온 엄브로 옷은 기존 기프트오리지널 제품과 크게 다르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둘 사진을 놓고 비교했을 때 큰 차이점을 느끼기 어려웠다. 봉 씨 측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닮았다고 말하는 건 모순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의류업계 전문가는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엄브로는 보도자료에 엄브로만의 트렌디한 모습을 어필하겠다고 하거나 크레이티브 디렉터가 나서서 ‘스포츠+캐주얼’을 통해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말했다. 그런데 불리한 상황에서는 스포츠 의류라고 규정 짓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본다”면서 “각 사의 이번 광고 사진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각 사는 봉태규에게 유사한 스타일의 파카를 입혔다. 퀄팅을 기초로 한 봄버와 소위 ‘깔깔이’도 거의 유사했다. 이를 두고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하지 않다고 하면 의류업계가 다 비웃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기프트오리지널 측은 봉태규 씨가 엄브로 광고 모델로 출연하면서 쇼핑몰 메인에 걸리는 일도 확연히 줄고, 물건 판매에 큰 지장을 입은 상태다. 현재 기프트오리지널은 민사 소송을 검토 중이다.
기프트오리지널 측은 “계약대로라면 다른 업체 행사에도 참여해선 안 되는데 혹시 다음 광고 촬영에서 불편해질까봐 행사 참여까지는 다 참았다. 그런데 이제는 아예 다른 업체 광고에 출연하니 우리 측 피해가 막심하다”라고 말했다. 봉 씨 측 관계자는 “우리 측 의견을 담은 내용증명을 보낸 상태고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이기 때문에 의견을 내기 어렵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최강용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엄브로라는 브랜드가 스포츠 의류 전문이지만 캐주얼 제품도 생산하기 때문에 기프트오리지널과 동종업종, 경쟁업종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봉 씨가 보수를 지급 받지 않고 의류협찬만 받은 것이 아니라 보수를 받고 모델 광고 활동을 한 것이라면 이는 경업금지의무 위반이며, 계약에 따라 위약금을 지급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광고 모델 건을 두고 무신사와 엄브로는 봉태규 측에서 계약상 문제가 없다는 확답을 받고 진행했다고 전해진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