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라임 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한 질의가 이어졌다. 사진=박은숙 기자
지난 16일 김 전 회장의 입장문에 따르면 그는 라임 사태가 터진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의 한 룸살롱에서 전관 변호사 A 씨와 함께 검사 3명에게 1000만 원 상당의 술 접대를 했다. 김 전 회장은 “회식 참석 당시 추후 라임 수사팀에 합류할 검사들이라고 소개를 받았는데, 실제 1명은 수사팀에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이어 “검거 직후 A 변호사가 첫 접견 당시 ‘라임 사건에 윤 총장의 운명이 걸려 있다’면서 ‘당신이 살려면 기동민도 좋지만 강기정 수석 정도는 잡으라고 햇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협조하면 직접 윤 총장에게 보고해 보석으로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줄 것”이라고 약속했다고도 밝혔다.
A 변호사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 담당 주임 검사로 ‘우병우 사단’의 실세라는 게 김 전 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그러면서 협조하지 않으면 공소 금액을 키워 중형을 구형하겠다는 협박도 있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에서는 특정 방향으로 진술을 유도하는 이른바 ‘짜맞추기 수사’가 이뤄졌다고도 밝혔다. 그는 “지난 5월 청와대 행정관 뇌물공여와 관련된 첫 검찰 조사 때부터 담당 검사가 나(김 전 회장)는 인정만 하면 된다면서 수사 책임자가 원하는 대로 진술 내용을 수정하고 내게 인정하도록 하는 식이었다”며 “검사와 다른 의견으로 진술했더니 반말하며 소리를 지르고 뛰쳐나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또 검찰 단계에서 우리은행 행장과 부행장, 야당 유력 정치인 등을 상대로도 로비했다고 밝혔지만 이에 대해서는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검사장 출신 야당 유력 정치인과 변호사에게 수억원을 제공하고, 라임 펀드 관련 청탁을 했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로비 사실을) 검찰에 이야기 했으나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며 “오직 여당 유력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만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폭탄 발언이 이어지면서 정치권에서는 앞다퉈 라임 관련 의혹이나 김 전 회장과의 관련성을 전면 부인했다. 특히 사건의 조명이 야당 쪽으로 옮겨지면서 여당 측은 이 기회를 타 역공에 나서기도 했다.
17일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으로 “라임·옵티머스 사기사건에 대해 연일 ‘권력형 게이트’라 외치던 국민의힘이 야당 인사와 검사에 대한 로비 폭로설 등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자 침묵에 들어갔다”고 지적하며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기관의 투자 경위를 철저히 살펴보라 지시하며 ‘문제가 있더라도 국민 앞에 투명하게 밝히겠다’는 원칙을 확인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역시 라임사태 연루가 의심되는 검사에 대해 감찰을 지시하며 ‘제 식구 감싸기 식’ 수사를 차단하고 나섰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의 수사는 더 넓은 과녁을 향해 더 날카로워져야 할 것이다. 스스로에게도 예외는 아니다”라며 “석 달째 텅 빈 공수처 사무실이 안타깝다. 국민의힘이 방치하고 있는 것은 단지 한 사무실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의임을 상기시켜 드린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역으로 김 전 회장의 ‘태세 전환’을 지적하며 반격했다. 윤희석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청와대 정무수석 로비’를 폭로했던 김봉현 전 회장이 돌연 ‘윤석열 사단’, ‘검찰 개혁’을 운운하며 입장문을 공개한 이유부터가 석연치 않다”며 “난데없이 야당을 끌고 들어가는 까닭이 무엇인지 혼란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용의 진실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옥중 서신 자체가 공개된 만큼 이제 검찰의 수사를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렵게 됐다. 그렇다면 독립적인 특검에 수사를 맡기는 것이 가장 현명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라·스 사태’의 진상이 철저히 규명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여당도 진상 규명과 관련자 처벌에 함께 나서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편 법무부는 김 전 회장의 폭로를 기반으로 로비 의혹이 제기된 검사와 수사팀에 대한 직접 감찰에 착수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