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전 회장이 일부 현직 검사들 실명을 언급하면서 전·현직 검사들에 대한 수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법조계에서는 조심스레 전관 변호사에 대한 규제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법무부에서는 1년이었던 전관 변호사 사건 수임 규제를 3년으로 늘리는 방안이 나왔던 상황이다. 전관 변호사와 현직 검사 간 ‘거래’가 실체로 드러날 경우 규제 강화는 불가피하다는 추론이다.
#전관 이어 현직 검사들까지 폭로
법무부는 검사 접대 의혹 등이 폭로된 10월 16일부터 사흘 연속해서 김봉현 전 회장을 직접 조사했고, 이 과정에서 현직 검사들의 신원이 일부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언론에 공개한 입장문에서는 “지난해 7월 현직 검사 3명을 접대했다. 이 가운데 1명은 라임 수사팀이었다”고 주장하면서도 실명은 밝히지 않았는데, 이를 법무부에는 공개한 것이다. 법무부는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김 씨가 지목한 검사들에 대해 뇌물수수와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수사 의뢰했고, 해당 검사들은 사건에서 배제됐다.
술자리를 만든 전관 변호사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하다.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김 전 회장과 검사 3명의 술자리를 만들었다고 지목된 특수통 출신의 A 변호사를 고발한 상황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팀에 있던 그는 2018년 옷을 벗고 나온 뒤 특수통 경력을 내세워 금융범죄 사건을 여러 차례 변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봉현 전 회장은 입장문에서 A 변호사를 콕 집은 뒤 “라임 수사팀에 들어간 현직 검사들과의 술자리 등을 주선해 1000만 원가량의 접대를 했다”거나 “검찰이 수사 거래로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원했다”며 검찰과의 ‘거래’에 A 변호사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현직 검사장에 대한 로비도 폭로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이른바 수원여객 횡령 사건과 관련해 현직 검사장을 상대로 로비했다고 주장했다. 지목된 이는 윤석열 총장의 최측근 가운데 한 명인 B 검사장인데, 김 전 회장은 전직 수사관을 통해 B 검사장에게 5000만 원을 건넸다고 털어놨다. 덕분에 그 결과 경찰 영장 청구가 미뤄졌고 라임 사건과 관련해 추후에 영장이 청구될 수 있었다는 게 김 전 회장의 설명이다.
#사실 관계 확인 필요
다만 사실 관계를 놓고 보면 김 전 회장의 발언이 모두 맞는 것은 아니다. 일단 B 검사장 로비 당시 사건은 김 전 회장의 발언과 다르게 흘러갔다. 경찰은 검찰에 김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반려 없이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 역시 영장을 발부했으나 김 전 회장이 도주하면서 올해 4월 신병이 확보될 수 있었다.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B 검사장은 “김봉현 전 회장의 변호인이 누군지도 몰랐고, 김봉현 전 회장도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룸살롱에서 검사들에게 술 접대를 했다는 주장 역시 당사자 가운데 한 명인 A 변호사가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는 “술자리가 있었지만 당시 현직 검사들이 아니라 전관 출신 변호사들이었다”는 입장이다. 또 “라임 수사팀 관계자를 만나거나 김 전 회장에게 윤 총장을 언급한 일도 없다”고 언론을 통해 반박했다.
하지만 전관 변호사들로 불똥은 확산되고 있다. 당장 국정감사에서는 로비 대상으로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윤 전 고검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고 김봉현 전 회장 측도 ‘윤갑근 전 고검장은 아니’라고 확인한 상태다. 그 외에도 채동욱 전 검찰총장(법무법인 서평) 등의 이름도 나온다. 특히 정권과 가깝고, 윤석열 총장과도 가깝다는 평과 함께 업계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채 전 총장의 경우 옵티머스와 라임 사건 모두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참고인 등으로의 소환 가능성도 점쳐진다. 특히 A 변호사는 물론, 술자리에 참여했다는 검사 혹은 검찰 출신 변호사들 역시 검찰 소환 수사가 불가피하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법무법인 서평)의 경우 옵티머스와 라임 사건 모두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참고인 등으로의 소환 가능성도 점쳐진다. 법무법인 서평 사무실 개소식 당시의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진=임준선 기자
#“일부 때문에 전체가 욕먹는 꼴”
전관 변호사들은 하나같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일부 변호사들이 사건 수임 과정에서 너무 무리하던 것들이 문제로 곪아 터진 게 아니겠느냐”고 우려한다.
검찰 출신 변호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금융범죄 세력’들은 전관이라고 하면 일단 찾아온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가 운영하는 소형 로펌에는 올해 초 김봉현 전 회장 측이 “자기를 보석해 줄 수 있겠느냐”고 요청해 왔다. 쉽지 않다고 판단한 로펌 측은 “어렵다”며 거절했다. 이처럼 전관들이 사무실을 개업하면 가장 먼저 찾아와 어디까지 검찰과 ‘거래’를 할 수 있는지 가늠해보고 가는 게 금융범죄 세력들의 공통된 특징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2년 사이 옷을 벗고 나온 전관 출신 변호사 역시 “이들은 영화 속에 나오는 검사들과의 술자리 등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일부 변호사들이 그 장단에 맞춰서 ‘해결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치다 보니 이번 A 변호사 같은 사건이 발생한 게 아닌가 싶다”며 “전관이라는 이유로 정당하게 하는 변론들이 ‘거래’가 되는 것 같기도 해 속상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옵티머스 관련 핵심 인물로부터 변론 제안을 받았다는 그는 “금융범죄 세력들은 검사장 이상급, 차·부장검사급까지 변호사 라인업을 꾸려 대응한다. 옵티머스 관련 변호 의뢰도 ‘검찰에 맞춰 급별 전관 라인을 다 꾸렸다’며 철회하는데 기가 차더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번 김봉현 전 회장의 폭로로 인해, 전관들에 대한 전반적인 규제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봉현 전 회장이 폭로하기 한참 전부터 법무부는 이미 고위 전관 변호사의 사건 수임 제한을 최대 3년까지로 늘리는 등 법조계 전관 특혜 근절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항시 이런 법조 로비 수사의 끝은 ‘규제 강화’였던 터라 이번에도 비슷하게 흘러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국회에서는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관 변호사의 수임 제한 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무부가 올해 3월 발표한 ‘법조계 전관특혜 근절 방안’의 내용과 동일한데 고법 부장판사, 검사장 이상을 지내고 나온 전관 변호사들이 퇴직 전 3년 동안 근무했던 법원과 검찰청 사건을 퇴직 후 3년 동안 맡지 못하도록 하는 안이다.
현행 변호사법의 ‘전관 수임 제한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것인데, 당장 서초동에서는 “일찍 나온 전관이 훌륭한 선택을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2019년 옷을 벗고 나온 검사 출신 변호사 역시 “나와 보니 왜 더 일찍 나오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상황이 매년 악화되고 있다”며 “이번 수사 결과에 따라 일부라도 ‘전관’을 낀 거래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규제 강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