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대표는 여권 실세들과의 친분으로 주목을 받았고, 이 때문에 옵티머스 사태 배후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이번 사건을 이헌재 전 부총리 등 모피아(경제관료)와 법률기술자, 사기꾼들의 합작품이라고 반박했다. 일요신문은 10월 19일 미국에 거주 중인 이 전 대표로부터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1대 대표인 이혁진 전 대표. 사진=본인 제공
―미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있다. 이곳에서 김치를 보급하기 위해 판매, 배달을 하고 있다. 가족 부양하면서 먹고 살기 위해 바쁘다. 아내가 학원을 운영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으로 학생들이 안 와 학원도 망해서 짐을 다 뺐다.”
―일부에서는 미국행을 도피라고 표현한다.
“황당하다. 그때(옵티머스 사건이 알려졌을 때) 당시부터 나는 미국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려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집이 미국에 있었다. 당연히 귀가를 한 것뿐이다.”
―옵티머스 사태가 불거지고 본인 이름이 다시 거론됐을 때 어떤 심정이었나.
“내가 몇 년 동안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검찰 경찰 등에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수상한 운용과 그 배후 의혹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해왔다. 그때는 다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이제 와서 정치쟁점화하고 나를 연루시키는 게 정말 화가 난다.”
―김재현 대표가 작성한 ‘펀드 하자치유 문건’을 통해 이번 사태 배후설이 제기됐다.
“미국에서 열심히 김치 배달하고 있는데 무슨 재주로 3년 동안 관여를 하느냐.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 그 문건을 누가 만들었느냐. 김재현 대표 및 이번 사태를 유발한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에게 작성 경유를 물어야 한다. 이러한 문건은 자신들의 사기 행각을 감추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술책이다. 내가 정부 및 여당인사들에게 억울하다고 탄원을 넣었는데, 그들이 나를 돕기는커녕 펀드 설정과 운용에 참여했다는 게 앞뒤가 맞느냐.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을 계속하는 게 사기의 특성 아닌가.”
―김재현 대표와 어떻게 만났고, 왜 경영권 분쟁을 벌이게 됐나.
“내가 자산운용사를 운영하고 있던 중 고등학교 후배 소개로 김재현 대표를 만났다. 처음에는 김재현 대표와 각자대표를 해서 같이 잘해볼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바로 틀어져버렸고, 경영권 분쟁이 생긴 것이다. 이후 완전히 사기 형태를 보였다.”
―민주당 후보 총선 출마, 문재인 대선후보 특보 경력 등이 알려지며 특혜설이 제기됐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내가 회사에서 쫓겨난 게 2017년이고, 김재현 대표에 항의하다 주총장에서 끌려나간 게 2018년 3월이다. 정치권과 연루됐으면, 이런 사태를 겪고 미국에서 김치 나르고 있겠느냐. 나의 단편적인 면만 가지고 정치적 프레임으로 본질을 호도하려는 사기꾼들의 술책이라고 본다.”
―2018년 3월 문재인 대통령 베트남 국빈 순방길에 동행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장관들이 베트남을 방문한다는 뉴스를 보고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바로 비행기표를 사서 무작정 따라간 거다. 주총장에서 조폭들에 끌려나간 게 2018년 3월 21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은 다음 날인 3월 22일이다. 내가 무슨 수로 전날 연락을 해 대통령 전용기를 탈 수 있겠느냐.”
―베트남에서 누굴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옆에 배석한 국장을 만났다. 이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니, ‘알았다. 알아보겠다’고만 답했다. 이후 과기정통부 국장에게 이메일 등으로 연락이 왔다. 과기부 감사관이 조사를 했는데 ‘사실무근’이라고 결과를 내놨다는 것이다. 완전 허위보고였다. 하지만 국장은 내가 무고를 한 줄 알고 오해를 한 듯했다. 내가 다시 억울함을 말하자, 담당 감사관의 번호를 넘겨줬다. 그래서 감사관에 전화를 시도했지만 통화가 안 됐다.”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제출한 옵티머스 사건 관련 자료. 사진=이종현 기자
―국민의힘에선 이 전 대표를 사건의 몸통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7월 옵티머스 사건이 터졌을 때 내가 처음으로 녹취파일을 터뜨렸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을 비롯해 자료를 요청하는 기관에 자료를 보냈다. 내가 배후고, 연루됐다면 자료를 제공했겠느냐. 안철수 대표나 조수진 의원 등은 내가 보낸 자료는 보고 공세를 펴셨는지 모르겠다. 안철수 대표는 의사나 계속하고, 조수진 의원은 동아일보로 돌아가 소설을 썼으면 좋겠다.”
―이 사건의 본질은 뭐라고 보나.
“나는 처음부터 ‘법금유착’이고, 모피아와 법률기술자들이 사기꾼(현 옵티머스 경영진)과 만났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최근 박범계 의원이 옵티머스 펀드의 전파진흥원 투자 관련 횡령·배임 등 혐의 고발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지적했다. 내가 고소·고발했던 수십 건 중 하나다. 경제 관료나 법률기술자들이 내가 2018년에 낸 진정서나 고발장을 제대로 들여다봤다면, 이들의 사기가 가능했겠느냐. 핵심 인물은 내가 아니라 김재현 대표와 양호 전 나라은행장,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이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수사 협조 요청이 온다면 도와줄 의향은 물론 있다. 옵티머스 사태에 대해서는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많은 자료를 확보하고 있고, 지금도 받고 있다. 옵티머스 사태는 피고인석이 100명 자리가 필요할 거라고 본다. 누가 앉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옵티머스자산운용과 관계된 수십 개 법인이 등장한다. 이 회사와 거래했던 모든 법률자문사나 회계법인을 조사해봐야 한다. 프로젝트 자료들을 보면 관계된 사람들은 다 처벌 받을 수밖에 없다. 금융위나 금감원도 자격이 없는 이들이 사기를 벌이고 있는데 방관했다.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한편 일요신문은 이혁진 전 대표 주장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지난 22일 오후 이헌재 전 부총리 사무실에 연락을 취했다. 이 전 부총리 측 관계자는 “이 전 부총리가 현재 출타 중이다. 입장이 있는지, 말씀을 하실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보고를 드리고 다시 연락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3일 오전 연락은 없었고 사무실 전화도 받지 않았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