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를 이송 중이던 구급차를 가로막으며 고의 사고를 낸 혐의로 구속기소된 택시기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택시기사 최 아무개 씨가 7월 24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이유영 판사는 21일 특수폭행과 특수재물손괴, 업무방해, 사기,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공갈미수 등 6개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최 아무개 씨(31)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다년간 운전업에 종사하면서 고의 사고를 일으키거나 단순 접촉사고에 입원 및 통원 치료가 필요한 것처럼 하면서 보험금과 합의금을 갈취했다”며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올해 6월 발생한 사고의 경우 피고인의 범행과 구급차 탑승 환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을 바탕으로 기소가 이뤄지지는 않았다”며 “그 점은 양형에 참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 씨는 지난 6월 8일 서울 강동구 지하철 5호선 고덕역 인근 한 도로에서 응급환자를 이송 중이던 구급차를 상대로 일부러 접촉사고를 낸 뒤, 사고 처리부터 하라며 10여 분간 구급차 앞을 막아선 혐의를 받는다.
환자 유족 측에 따르면 최 씨의 이송 방해로 구급차에 타고 있던 79세의 폐암 4기 환자가 음압격리병실에 입원할 기회를 놓쳐 상태가 악화해 숨졌다.
이 사건은 숨진 환자의 아들이 지난 7월 택시기사를 처벌해 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리면서 대중에 알려졌다. 최 씨는 그달 24일 구속됐다.
최 씨는 이전에도 상습적으로 고의 사고를 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 씨는 2017년 7월 용산구 이촌동 부근에서도 한 사설 구급차를 일부러 들이받고 “응급환자도 없는데 사이렌을 켜고 운행했으니 50만 원을 주지 않으면 민원을 넣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또 전세버스와 법인택시, 트럭 등 여러 운전 업무에 종사하면서 2015∼2019년 총 6차례에 걸쳐 가벼운 접촉사고를 내고, 2000여만 원의 합의금과 치료비 등을 챙긴 혐의도 받는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