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제25회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철저한 방역 속 열흘 간의 ‘영화인의 축제’를 진행한다. 사진=BIFF 제공
매년 평균 300여 편의 영화를 상영해 왔던 이전과 비교한다면 대폭 축소된 규모이기도 하다. 그러나 주최 측은 상영작은 줄었으나 초청 작품의 질은 이제까지 부산국제영화제 그 이상일 것으로 자부했다. 앞서 열린 베를린, 베니스영화제의 수상작과 초청작은 물론, 취소된 칸 국제영화제의 선정작 56편 가운데 23편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번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개막작인 ‘칠중주: 홍콩 이야기’, 가와세 나오미의 ‘트루 마더스’, 디즈니와 픽사의 새 애니메이션 ‘소울’, 프랑수아 오종의 ‘썸머 85’ 등이 상영된다. 또 폐막작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비롯해 ‘미나리’ ‘스파이의 아내’ 등 기대작들도 영화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상영은 영화의전당 6개관, 남포동 롯데시네마 6개관 등에서 이뤄지며 상영 횟수는 편당 1회로 제한돼 한바탕 ‘티켓팅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개폐막작을 비롯한 상영장 티켓은 20일 오전 10시를 기준으로 총 티켓의 88%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을 축하하며 한국의 이창동,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중국 지아장커 감독 등 거장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창동 감독은 “우리 영화인들은 서로 연대하고, 함께 용기를 나눠 가져야 한다”며 아시아 젊은 영화인들을 응원했다. 지아장커 감독도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도 영화로 교류하는 우리의 열정을 막을 수 없다”고 했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결코 이렇게 단절된 상태로 끝날 리 없다. 어떤 형태로든 연결될 거라 믿는다”며 코로나19 속 영화계의 강한 극복 의지를 보였다.
코로나19 위험 속에서도 영화 팬들은 치열한 티켓팅으로 영화에 대한 열정을 보여줬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현장. 사진=연합뉴스
박찬욱 감독은 “영화의 역사는 언제나 커다란 도전과 시련을 극복해온 역사”라며 함께 용기를 내 난관을 극복해 나갈 것을 힘주어 강조했으며, 봉준호 감독은 “올해도 변함없이 관객 여러분들과 만나게 된 부산국제영화제가 더욱 소중하고 자랑스럽게 느껴진다”며 응원의 한 마디를 전했다.
칸, 베를린, 베니스 세계 3대 영화제 집행위원장과 프로그래머들도 부산국제영화제와 영화인들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스물다섯, 아직 청춘인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적으로 축복받은 땅이자 영화의 나라인 한국에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부산영화제에 대한 긍정과 애정을 아낌 없이 표현했다.
또 카를로 차트리안 베를린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여러분의 아름다운 도시, 감독들과의 대화와 현지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보는 설렘이 그리울 것”이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한편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코로나19 속 정부 방침보다 강력한 방역 시스템으로 무장해 관객들의 안전한 영화 관람을 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감염내과 전문의와 부산 시민 방역추진단장 등이 포함된 방역 자문단을 구성해 20여 명의 TF관계자가 하루 3차례 공동 상황실에서 방역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객들은 영화의전당 등 건물 입장시 1차로 모바일 QR코드 등록과 체온 측정, 손 소독 등을 받으며, 영화관 게이트에서 2차 체온 측정 등 철저한 방역 관리가 이뤄진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