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민재는 최근 종영한 SBS 월화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피아니스트 박준영 역을 맡아 감성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사진=냠냠엔터테인먼트 제공
“준영이도 피아노를 치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힘들어져서 ‘피아노를 그만둘까’ ‘저 그만둘게요’ 하는 순간들이 있었듯이 저라는 사람에게도 그런 순간들이 분명 존재했던 것 같아요. 한편으론 또 어떤 계기로 인해서 저도 이 일을 계속 하게 되고 더 사랑하게 되는 순간들도 있었겠죠. 저와 준영이가 어떤 면에서 구체적으로 비슷하다고 정확하겐 말씀 못 드리겠지만 아마 그런 순간들이 제게도 다 존재하지 않았나 싶어요. 준영이가 성장해 온 과정들을 보면 저랑 되게 비슷했거든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잔잔한 로맨스 속 복잡한 인간관계를 보여주면서 대중들에게 “재능은 축복인가”라는 질문을 함께 던졌다. 재능이 전부인 세계에서 동기들에 비해 다소 처지는 실력을 인정하면서도 결코 꿈을 놓지 않는 송아에게 극중 준영은 “재능이 있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는 말로 그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재능을 밑천 삼아 스스로 일어서야 하는 연기자의 세계로 들어선 배우 김민재에게, 재능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저도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재능이 없었어요. 그런데 정말 많이 연습하고, 또 노력했던 것 같아요. 이 작품에서 준영이를 맡다 보니 그 아이에게 이입을 많이 했지만 송아가 하는 말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했던 부분도 많았어요. 사실 지금도 극복해 나가는 중이거든요. 뭐가 맞는 건지, 어떻게 하는 게 좋은 건지, 뭐가 재능인 건지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항상 ‘더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이번 작품이 제게 있어서 더욱 중요했어요. 저에게 용기를 준 작품이거든요. ‘(앞으로) 이렇게 연기하면 되나’라고 생각할 만큼 정말 많은 용기와 자신감이 생겼던 것 같아요(웃음).”
상대역을 맡았던 박은빈에 대해 김민재는 “단단한 사람”이라며 끊임없는 칭찬을 이어나갔다. 사진=냠냠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실 연주에 대한 부담감이 진짜 많았어요(웃음). 그냥 피아노를 치는 것만 해도 어려운데, 콩쿠르에서 입상한 피아니스트를 연기한다는 게 제게 큰 부담이었죠. 레슨을 받았다고 해도 제가 피아노를 단계적으로 배운 게 아니라 (드라마에 나오는) 곡들을 제가 배우고, 외워서 치다 보니 실력이 잘 늘진 않은 것 같아요(웃음). 기억에 남는 곡이요? 라흐마니노프랑 월광이 기억에 남고, 트로이메라이는 잊을 수가 없죠. 너무 많이 쳐 가지고(웃음). 가장 오래 연습한 곡이기도 해요.”
전작인 ‘낭만닥터 김사부’에 비교해 이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는 또래 연기자들과 더욱 자주 마주할 수 있었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연상연하가 자리 잡은 로맨스 장르에서 또래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배우의 입장에서도 큰 메리트였을 터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김민재의 상대역이었던 박은빈(28)의 경우 실제 나이차는 네 살이었지만, 연기경력으로 따진다면 박은빈이 까마득한 대선배라는 점이다.
“제가 태어난 연도에 데뷔를 하셨더라고요, 우리 송아 씨가(웃음). 그 경력이 부담스럽다기보다는 제가 많이 의지했던 것 같아요. 외유내강이라고 할까요, 정말 단단한 사람이더라고요. 그 깊이감, 일에 대한 진중함 이런 게 정말 너무 좋았어요. 선배로서, 동료로서, 파트너로서 많이 의지하고 촬영을 하는 게 정말 좋은 순간들로 남은 것 같아요. 제가 정말 되게 많이 물어봤거든요(웃음). ‘이런 신에서 내가 되게 힘들고 부담이 있는데 어떻게 헤쳐 나가면 돼? 어떤 방법이 있어?’ 그런 질문을 많이 했는데, 그럴 때마다 정말 좋은 답변을 제게 해줬어요.”
여우처럼 ‘끼’를 부린다는 의미를 담아 ‘준폭스’라는 별명이 생긴 김민재는 “여우 짓이 아니라 진심이었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사진=냠냠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런 박은빈과의 멜로 신을 찍으며 김민재는 ‘준폭스’(박준영+여우를 뜻하는 영어단어 fox)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애정 표현을 아낌없이 하며 들이대는 모습이 여우같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란다. 김민재에 앞서 인터뷰를 진행했던 박은빈은 이런 준영의 모습을 보고 “끼를 부린다고 생각했다”며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정작 김민재는 “진심이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저는 준영이가 폭스라고 생각하지 않아요(웃음). 사실 폭스의 의미가 정확하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제 입장에선 여우같은 행동을 하지 않은 것 같거든요. 끼를 부린 게 아니라 정말 진심을 담아서 한 거였는데…. 그런데 보시는 분들 입장에선 그렇게 보셨을 수도 있겠다 싶어요. 시청자 분들 반응 중에서 ‘준폭스’를 너무 많이 봐서 제 기억에도 남았거든요. 그리고 ‘이게 친구면 나는 친구가 없다’라는 반응도 진짜 많이 봤어요(웃음).”
휴먼 드라마에서 잔잔한 정통 로맨스에 이르기까지 ‘진심’을 담아 연기한 김민재는 어느덧 차세대 남배우를 꼽을 때마다 언급되는 배우가 됐다. 데뷔 연도가 2015년이란 점을 본다면 고작 4~5년 사이 이뤄진 그의 성장은 비슷한 또래들에 비해 다소 급격한 편이기도 하다. 배우 본인도 그 점을 누구보다 객관적으로 보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만하거나 안주하지 않고, 구설 없는 미래를 그려나가겠다는 말로 팬들을 안심시켰다.
“차세대 남배우에 제 이름이 언급되는 게 사실 어색하고, 뭔가 제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화제가 된다는 건 좋은 의미니까 좋기도 하고(웃음). 그런 만큼 조용히 잘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요. 차기작을 선택하는 것도 제게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 되겠지만, 지금의 반응을 잘 유지하고 가져가야 되지 않을까…. 하지만 한편으론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하자’는 생각도 들어요. 이 상황이 저에게 와서 제가 변하는 것보다는 원래 그냥 저 자신인 것처럼 잘 지내자 라고. 데뷔 초부터 제가 늘 하는 이야기지만 저는 제가 많은 사람들이 믿고 보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김민재가 나오는 작품은 봐야지’라고 할 만큼 굉장히 좋은 감정을 주는 배우, 그런 배우로 남고 싶어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