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 4세들이 지주사 지분 매입과 신사업 발굴에 한창이다. GS그룹 주요 인물 지분 구조.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
(주)GS 공시에 따르면 보통주 기준 특별관계자 지분율이 직전 보고일인 지난 6일 기준 51.94%에서 19일 52.07%로 0.13%포인트(p) 늘었다. GS그룹 4세 허준홍 삼양통상 사장이 지난 14일과 15일 각각 5만 주씩 총 10만 주의 주식을 장내매수한 영향이 컸다. 이로써 허준홍 사장의 GS 지분율은 기존 2.58%에서 2.69%로 확대됐다.
4세의 지분 매입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진행돼왔다. 허정구 일가의 허준홍 삼양통상 사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허서홍 GS 전무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최근 공시일인 올 10월 19일까지 GS 지분율 변화를 보면, 허준홍 사장(2.13%→2.69%), 허세홍 사장(1.54%→2.37%), 허서홍 전무(1.62%→2.00%)가 많이 매입했다. 허윤홍 GS건설 사장은 GS 지분(0.53%)은 그대로지만 GS건설 지분은 작년 11월 0.24%에서 올 10월 0.43%로 늘었다.
이들의 행보는 3세에서 4세로 세대교체에 따른 입지 강화로 풀이된다. GS그룹 장손 허준홍은 올해 초 GS칼텍스 부사장에서 물러나 부친이 회장으로 있는 삼양통상 사장으로 올라섰다. 같은 허정구 일가의 허세홍은 GS글로벌 사장에서 2019년 GS칼텍스 사장직에 올랐고, 그해 말에는 허준구 일가의 허윤홍이 GS건설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최근 허정구 일가의 허서홍은 GS에너지 전무에서 올 9월 30일 (주)GS 비등기 임원으로 신규 선임돼 자리를 옮겼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취임 후 이뤄진 첫 인사로 대규모 임원 인사가 아닌 ‘핀셋’ 인사란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허서홍 전무도 본격적인 실적 쌓기에 돌입한 것으로, GS그룹 4세 경쟁 체제가 본격화했다는 의견이 많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GS그룹은 허창수 체제에서 허태수 체제로 3세간 수평 이동한 상황으로, 최근 허서홍 전무의 지주사 편입은 4세들에 대한 경영평가의 일환”이라며 “실무적으로 허서홍 전무의 경력은 에너지 쪽에 특화된 만큼 GS그룹 내에서 에너지 비중이 가장 높은 상황에서 지주사 근무를 통해 시너지를 찾기 위함이 아니겠느냐”고 봤다.
허서홍 전무는 2009년 미국 에너지기업 셰브런에서 애널리스트로 에너지 관련 업무 맡기 시작했고, 2012년 GS에너지에 합류해 LNG와 전력 및 집단에너지 사업 등을 담당했다.
앞의 관계자는 “다른 4세들에게도 각 계열사에 교차해서 경영성과를 검증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더 있을 것”이라며 “당초 GS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4세로 넘어간다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 사전에 지주사 GS 지분에 대한 정리 작업이 진행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더 일찍 사장직에 오른 허준홍 사장과 허세홍 사장, 허윤홍 사장의 뒤를 이어 허서홍 전무도 경영 능력 시험대에 올랐다”며 “허서홍 전무도 실적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인데, GS에너지는 자회사 GS칼텍스의 매출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보다 성과가 뚜렷하게 드러날 수 있는 지주사 신사업부문으로 옮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 대표는 이어 “GS그룹은 이미 집안마다 가져갈 계열사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에 4세들의 지주사 매입은 경영권 분쟁을 위한 차원이 아니다”며 “주가가 낮은 지금 저가에 매입해 승계 비용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확보한 지분은 부문별로 계열사를 분리할 때 실탄으로 쓸 것”이라고 관측했다.
허준홍 사장과 허서홍 전무는 부친들을 뒤따라 각각 삼양통상과 삼양인터내셔날을 이을 가능성이 언급된다. 허준홍 사장은 이미 삼양통상 최대주주다. 허서홍 전무는 삼양인터내셔날 보유 지분이 33.33%로 2대 주주지만, 아버지인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6.00%)의 보유 지분과 합하면 39.33%다. 다른 3~4세 부자간 보유 지분을 합친 것보다 많은 수치다.
허세홍 사장은 부친을 따라 GS칼텍스를 맡았지만, GS칼텍스는 미국 칼텍스사와 지분을 절반씩 나눠 가진 합작사로 GS그룹에서 컨트롤할 수 없다. 승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에 일각에서는 허세홍 사장과 부친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이 그룹 계열사 중 하나를 맡거나 다른 사업을 찾아 독립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즉, 지분 매입 목적은 집안마다 계열사를 나눠 독립하는 과정에서 더 유리한 카드를 쥐고 향후 가져갈 계열사 지분과 교환하기 위해서란 해석이다. 같은 맥락에서 허윤홍 사장이 GS건설 지분만 늘리는 이유는 부친을 따라 GS건설을 잇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GS그룹 오너들의 지주사 및 계열사별 지분구조는 개인이 아니라 일가 전체 지분을 보고 따져야 한다”며 “허윤홍 사장은 GS건설 후계자로서 건설 지분을 늘리는 것으로, 지주사 지분은 허창수 회장이 많이 보유했기에 물려받으면 된다”고 봤다.
GS그룹 오너 일가 4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하면서 향후 승계구도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 GS건설 본사. 사진=연합뉴스
4세들의 지분 및 실적 경쟁이 한창이지만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적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삼성·LG와 동업하던 시기부터 LG에서 분리돼 GS그룹으로 자리 잡은 지금까지 형제경영이 이어진 가풍 덕분이다. 오너 일가 개인의 지주사 지분율이 누구 하나 크지 않다는 점도 이 같은 의견에 힘을 싣는다.
박주근 대표는 “GS그룹 4세는 허준홍, 허세홍, 허윤홍, 허서홍 등 4명이 경영 전면에 나서 이끄는 체제로 갈 것”이라며 “추후 경영권 분쟁 없이 저마다 맡은 계열사를 이끄는 동시에 번갈아가며 그룹 회장직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허창수 회장의 뒤를 허태수 회장이 이으며 형제경영해온 선례를 따를 것”이라고 했다.
이견도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가족 경영이 무한대로 확장하면 일부의 불만이나 이견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결속력 약화에 따른 분쟁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주식시장의 움직임이 분쟁을 알리는 선제적 바로미터다. 조짐이 감지되면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등 시장이 먼저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