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를로스 테베스. 연합뉴스 |
따라서 축구 선수들이 하는 골뒤풀이의 정확한 영어 표현은 ‘골 셀러브레이션(goal celebration)’ 혹은 그냥 ‘셀러브레이션(celebration)’이 맞다.
축구의 역사와 함께하는 골뒤풀이. 하지만 골뒤풀이에 대한 규정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엄격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FIFA는 규정에 어긋나는 과도한 골뒤풀이를 할 경우 주심의 경고를 받을 수 있는 다소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으며, 이런 까닭인지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는 그다지 인상적인 골뒤풀이가 나오지 않고 있다.
FIFA 규정 가운데 반칙과 불법행위에 대한 규정을 보면 ‘적절한 수준의 골뒤풀이는 허용되지만 경기시간을 지연시키는 과도하게 연출된 동작은 주심의 제지를 받을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이밖에도 국제축구협회가 금지하고 있는 골뒤풀이 금지항목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유니폼 상의를 벗어젖혀 상반신을 노출하거나 상의를 뒤집어서 머리를 가리는 행위, 가면 등 금지된 물품으로 머리나 얼굴을 가리는 행위, 경기장 기물을 파손하는 행위, 경기장 내 기물의 위치를 조정하는 행위, 관중석으로 뛰어 들어가거나 펜스 위에 올라가는 등 경기장을 이탈하는 행위, 종교적, 정치적, 상업적 의미가 있는 문구를 보이는 행위, 상대팀 선수나 관중을 조롱 또는 자극하거나 선동하는 행위, 의도적으로 시간을 끄는 행위 등이다.
이 가운데 상의를 벗는 행위가 금지된 것은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옐로카드를 감수하고서라도 일부러 상의를 벗는 용감한 선수들도 더러 있다.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도 이런 경우가 있었는데 F조의 뉴질랜드와 슬로바키아 경기에서 동점골을 터뜨렸던 뉴질랜드의 윈스턴 리드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뉴질랜드의 ‘월드컵 사상 첫 골’을 터뜨린 후 화끈한 골뒤풀이를 선보인 그는 옐로카드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상의를 벗은 채 경기장을 질주했다. 그리고 골뒤풀이가 끝난 후에는 얌전히(?) 경기장으로 돌아가서 순순히 옐로카드를 받았다.
하지만 이미 옐로카드를 받은 상태라면 경고 누적으로 자칫 퇴장당하는 불미스런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말하자면 골을 넣자마자 퇴장 당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
아르헨티나의 카를로스 테베스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아르헨티나의 ‘보카 유니오르스’에서 뛰던 지난 2004년, 남미의 챔피언스리그인 ‘코파 리베르타도레스’에서 만난 숙적 ‘리베르 플라테’전에서 골을 넣었던 테베스는 흥분한 나머지 유니폼 상의를 벗어 던진 채 양팔을 구부려 파닥거리는 일명 ‘꼬꼬닭 골뒤풀이’를 선보였다. 이 행위는 누가 봐도 상대팀 관중들을 비웃는 동작이었으며, 주심은 테베스에게 옐로카드도 아닌 레드카드를 꺼내들어 바로 퇴장시키고 말았다.
현 맨체스터시티 소속인 토고의 에마누엘 아데바요르 역시 비슷한 이유로 골뒤풀이를 하다가 경고를 받았다. 지난 2009년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전에서 헤딩슛을 터뜨렸던 그는 무서운 속도로 경기장을 가로질러 달려가서는 아스널 팬들 앞에서 골뒤풀이를 펼쳤다. 관중들을 비웃는 듯한 아데바요르의 모습에 광분한 아스널 팬들은 경기장으로 물병 등 온갖 쓰레기들을 집어 던졌고, 결국 주심은 지나친 골뒤풀이였다는 이유로 아데바요르에게 경고를 줬다.
당시 아데바요르가 아스널 팬들을 자극했던 데에는 나름의 숨겨진 이유가 있었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그해 여름 아스널에서 맨시티로 이적했던 아데바요르가 아스널을 떠나면서 불쾌한 일을 겪었고, 그에 대한 복수극이 아니었나 하는 것이다.
2008년 이른바 ‘수갑 골뒤풀이’로 경고를 받은 선수도 있었다.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입스위치 타운의 데이비드 노리스는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감옥에 수감 중인 친구이자 전 플리머스 골키퍼였던 루크 맥코믹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수갑 차는 흉내를 내는 골뒤풀이를 했다가 경고를 받았다.
맥코믹은 노리스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말았다. 당시 피해 차량에 탑승하고 있었던 8세, 10세 소년은 그 자리에서 사망했고, 소년들의 아버지는 평생 불구 신세가 됐다. 당시 사고로 맥코믹은 7년 4개월 실형을 선고 받으면서 사실상 선수 생활의 종지부를 찍었다.
사정이 이러니 노리스의 ‘수갑 골뒤풀이’가 피해자 가족들은 물론, 잉글랜드 축구팬들에게 불쾌하게 느껴졌던 것은 당연한 일. 이 골뒤풀이로 노리스는 경고는 물론, 2만 5000파운드(약 4400만 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 파비안 에스핀돌라 |
첼시에서 뛰고 있는 코트디부아르의 살로몬 칼루도 2009년 미들즈브러와의 경기에서 두 골을 뽑아낸 후 ‘수갑 골뒤풀이’를 선보였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칼루의 골뒤풀이에 대해 언론들은 코트디부아르에서 수감 중인 정치인 안토이네 아살티에모코를 지지하는 의미라는 등 추측성 보도를 쏟아냈다.
하지만 칼루는 자신의 골뒤풀이에 대해서 “나는 안토이네가 누군지도 모른다. 내가 왜 그를 위해서 골뒤풀이를 한단 말인가?”라고 말하면서 “나는 프로레슬링 보는 것을 좋아한다. WWE 선수인 존 시나의 광팬으로서 그가 승리를 자축하면서 얼굴 앞에서 양팔을 교차하는 행위를 따라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1994년 잉글랜드 로비 파울러의 코카인 흡입 흉내 역시 도마 위에 올랐던 대표적인 골뒤풀이다. 에버턴전에서 페널티킥을 성공한 파울러는 터치라인으로 달려가서 무릎을 꿇고 흰색 라인 위에 코를 박고 코카인을 흡입하는 모습을 흉내냈다. 그의 이런 행위는 에버턴 팬들이 그를 ‘마약 중독자’라고 비난하는 데 대한 일종의 비아냥이었다. 하지만 이 과도한 골뒤풀이는 곧 소속팀인 리버풀과 영국축구협회로부터 4경기 출장정지 및 3만 2000파운드(약 5600만 원)의 벌금 징계를 받고 말았다.
이밖에도 관중을 향해 정치적인 혹은 기타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유니폼 안에 입고 있다가 보이는 행위도 경고감이긴 마찬가지다. 로비 파울러는 리버풀 항만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의류 브랜드인 ‘캘빈 클라인’의 약자인 ‘CK’와 항만 노동자란 뜻의 ‘docker’를 합성한 ‘doCKer’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관중들에게 보였다가 벌금을 물었다.
비록 경고는 받지 않았지만 지나치게 오버하다가 몸까지 다친 최악의 골뒤풀이도 있었다. 아르헨티나의 파비안 에스핀돌라가 대표적인 경우다. 2008년 LA 갤럭시를 상대로 골을 넣은 후 광분했던 그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뒤로 공중제비돌기를 하는 골뒤풀이를 선보였다. 하지만 어설프게 돌다가 그만 발목으로 착지한 그는 발목이 부러지는 전치 8주의 중상을 입었다. 더욱 황당했던 것은 이 골이 오프사이드로 인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발목은 부러지고, 골은 인정 안 된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던 것.
티에리 앙리도 골뒤풀이를 하다가 다소 우스꽝스럽게 부상을 당했던 적이 있다. 2000년 첼시와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후 기쁨에 한 그는 경기장 코너로 달려가서 코너 깃발에 의지해 사진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해주는 자신만의 골뒤풀이를 선보였다. 하지만 결국 튕겨진 코너 깃발에 얼굴을 맞고는 부상을 당하는 창피를 당하고 말았다.
2004년 스위스 1부리그 세르베트에서 뛰던 파울로 디오고는 세 번째 골을 넣은 후 팬들이 있는 펜스를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점프를 해서 펜스를 넘던 도중 왼손에 끼고 있던 결혼반지가 펜스에 걸려 손가락이 잘리는 중상을 입었으며, 결국 경고까지 받고 말았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체스테인 ‘탄탄한 복근’ 스타덤…장신의 크라우치 ‘로봇춤’ 폭소
▲ 1999년 여자 월드컵에서 미국의 브랜디 체스테인은 승부차기 골을 성공시킨 후 상의를 벗어던지고 포효하는 인상적인 골뒤풀이로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로이터/뉴시스 |
1982년 스페인월드컵에서 월드컵 역사상 가장 감동적이라는 골뒤풀이를 선보였다. 당시 서독과의 결승전에서 두 번째 골을 터뜨린 후 감정이 북받쳤던 타르델리는 눈물을 쏟으면서 양 팔을 벌린 채 경기장을 질주했고, 머리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면서 ‘골’을 외치면서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 골뒤풀이는 타르델리의 감동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에 ‘타르델리의 외침’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그리고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는 이탈리아의 파비오 그로소가 독일과의 준결승전에서 타르델리의 골뒤풀이를 흉내 내서 다시 한 번 화제가 되기도 했다.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
1994년 미국월드컵 조별예선 첫 경기였던 그리스전에서 일명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은 골뒤풀이’로 세계 축구팬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골을 넣은 후 광분했던 마라도나는 경기장 사이드라인의 중계 카메라 안으로 빨려 들어갈 듯 얼굴을 들이민 채 눈을 크게 뜨고 포효했다. 괴성을 질러대는 그의 모습을 본 시청자들은 순간 ‘헉’하며 깜짝 놀랐던 동시에 혹시 그가 마약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도무지 저렇게 흥분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경기 후 실시된 도핑테스트에서 마라도나는 양성 반응이 나와 출전을 정지당했다.
▲피니디 조지(나이지리아)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선보인 일명 ‘용변 보는 강아지 골뒤풀이’로 시선을 끌었다. 골을 넣은 후 코너 깃발 가까이 네 발로 기어가서는 강아지가 한 쪽 다리를 들고 소변을 보는 자세를 취해 폭소를 자아냈다.
▲ 베베토(브라질)
1994년 미국월드컵 네덜란드와의 8강전에서 두 번째 골을 터뜨린 후 동료 선수들과 함께 일명 ‘아이 어르기 골뒤풀이’를 선보여 훈훈함을 자아냈다. 양 팔에 아기를 안고 달래는 듯한 이 자세는 월드컵 직전 태어난 셋째 아들과 아내를 위한 골뒤풀이였다.
▲ 브라이언 라우드럽(덴마크)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상대로 동점골을 터뜨렸던 라우드럽의 여유로운 골뒤풀이도 인상적이었다. 골을 넣은 후 사이드라인 가까이 달려가서는 팔꿈치를 귀에 대고 옆으로 드러눕는 인상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당시 해변에 놀러온 듯한 모습을 흉내 냈다거나 슈퍼모델 포즈라는 등 많은 뒷얘기를 남겼다.
▲ 브랜디 체스테인(미국)
1999년 여자 월드컵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마지막 승부차기 골을 성공시킨 후 상의를 벗어던지고 포효하는 인상적인 골뒤풀이로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당시 그녀의 탄탄한 복근과 스포츠 브라는 순식간에 ‘핫 아이템’이 됐으며, <타임> <뉴스위크> <피플> 등의 표지에 실리면서 한동안 화제가 됐다.
▲ 팀 케이힐(호주)
코너 깃발에 대고 스파링하는 동작을 취하는 ‘복싱 골뒤풀이’로 유명하다. 2006년 독일월드컵을 통해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알려지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 이반 카비에데스(에콰도르)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선보인 일명 ‘스파이더맨 골뒤풀이’로 화제가 됐다. 조별 리그 코스타리카전에서 골을 넣은 후 스파이더맨 가면을 쓰고 질주하는 골뒤풀이를 선보였던 것. 하지만 이 골뒤풀이에는 사실 슬픈 사연이 있었다. 월드컵 한 달 전, 스파이더맨 가면을 쓰고 골뒤풀이를 하던 동료 선수 테노리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데 대한 추모였던 것이다.
▲ 알베르토 질라르디노(이탈리아)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선보인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바이올린 골뒤풀이’는 거친 축구와 정반대되는 부드러운 골뒤풀이로 유명하다. 한쪽 무릎을 꿇고 손으로는 바이올린을 켜는 흉내를 낸다.
▲ 피터 크라우치(잉글랜드)
2m가 넘는 장신으로 ‘로봇춤 골뒤풀이’를 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폭소를 자아낸다. 크라우치가 로봇춤을 골뒤풀이로 선택한 것은 2006년 월드컵 직전 베컴의 집에서 열린 파티에서 로봇춤을 선보인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얻자 이 춤을 골뒤풀이로 하기로 마음먹었던 것. 그 후 헝가리 및 자메이카 친선경기에서 골을 넣은 후 선보이기 시작해 ‘로보 크라우치’라는 별명까지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