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그의 딸, 아들이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빈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4일간 가족장으로, 28일 발인 예정
10월 25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례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50인 미만이 집합하는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4일장으로 28일 발인 예정이다. 이 회장의 빈소는 이날 오후 5시께 삼성서울병원 지하 2층 17호, 18호, 19호, 세 개 방을 합쳐서 마련됐다.
이건희 회장은 25일 새벽 3시 59분 향년 78세로 별세했다. 고인은 2014년 5월 10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켜 병원에서 심폐소생술(CPR)까지 받고 소생해 치료를 이어왔다. 이후 자가호흡을 하며 재활치료를 받아왔으나 끝내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했다.
이날 오후 4시 57분께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은 아들·딸과 함께 빈소에 도착했다. 검은색 정장에 마스크를 착용한 이 부회장과 자녀들은 조용히 장례식장 안으로 들어섰다. 고인의 유족으로는 부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사위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이 있다.
장례식장에는 이날 오전부터 취재진이 속속히 모여들면서 안팎이 북적였다. 삼성 관계자와 경호원 등은 장례식장부터 지하주차장 입구까지 삼엄하게 통제했다. 조화를 들고 주차장으로 향하던 배달원이 경호원에게 저지당하며 한때 소란이 일기도 했다. 취재진과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된다는 내용의 안내문도 부착됐다. 장례식장 1층 출입구에 방문객 안전 등을 고려해 포토라인이 설치됐고, 그 뒤로 방송 카메라와 사진기자들이 대기했다.
정세균 국무총리의 근조화환이 25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삼성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겨지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 이재현 “자랑스러운 작은아버지”
재계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47분께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과 정몽규 HDC 회장이 빈소를 찾았다. 정몽윤 회장은 “이 회장이 우리나라 재계의 큰 거목이셨다”며 “그게 가장 정확한 표현 같다”고 말했다. 정몽규 회장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오후 7시 25분께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호승 경제수석이 조문을 왔다.
앞서 오후 3시 40분께 이재현 CJ그룹 회장 가족이 장례식장을 찾았다. 부인 김희재 씨와 자녀인 이경후 상무, 이선호 부장 내외도 함께였다. 이재현 회장은 이재용 부회장 등 유족을 만나 위로의 말을 전하는 등 1시간 30분가량 빈소에 머물다 돌아갔다. CJ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은 “국가 경제에 큰 업적을 남기신 위대한 분입니다. 가족을 무척 사랑하셨고 큰 집안을 잘 이끌어주신 저에게는 자랑스러운 작은아버지입니다. 일찍 영면에 드셔 황망하고, 너무 슬프고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시길 기도합니다”라고 애도했다.
삼성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은 온라인을 통해 이건희 회장을 추모하고 있다. 삼성에 따르면 삼성 내부시스템에는 현재 온라인 추모관이 마련됐다. 삼성 사장단은 26일 오전 10시 직접 조문할 예정이다.
애도의 뜻을 담은 조화 행렬도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빈소에 조화를 보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병석 국회의장,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주요 정치권 인사들도 조화를 보냈다. 재계에서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 천신일 세중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정몽진 KCC 대표이사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의 조화가 잇따라 도착했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병원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앞서 삼성은 “이건희 회장께서 2020년 10월 25일 별세하셨기에 삼가 알려드립니다”며 “장례는 고인과 유가족의 뜻에 따라 간소하게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했으니 조화와 조문은 정중히 사양함을 양해바랍니다”라고 부고 문자를 보냈다. 삼성은 장례위원회를 구성해 장례 전반적인 사안에 대해 대응할 계획이다.
한편 26일 이재용 부회장 국정농단 뇌물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이 다시 열린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법관 기피 신청을 하면서 재판이 멈춰선 지 9개월 만이다. 재판은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는 준비 절차이지만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이 부회장에게 출석하라는 소환장을 보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의 장례로 인해서 출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