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따르면 이 씨 자매의 사기행각은 2006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은 금 선물거래에 투자하면 보름 단위로 투자금의 15%의 수익금을 지급하겠다는 거짓말로 사람들을 모은 뒤 투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아냈다.
보름마다 15%의 수익금을 준다는 말에 솔깃한 사람들은 돈을 건넸고, 자매들은 투자자들로부터 300여억 원의 돈을 챙겼다. 하지만 자매의 사기행각은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이들은 “금괴 10만 개를 반입하려는데 통관비가 만만찮다. 통관비 90억 원을 빌려주면 한국에서 금 거래소 사업을 할 수 있게 해 주겠다” “우리와 동업을 하도록 편의를 봐 주겠다”고 속여 투자를 종용했다. 또 “송파구의 한 고급아파트를 시행해 1조 원을 벌었다. 이 돈을 카자흐스탄 유전 매입에 쓸 것인데 전망이 대단히 밝다”고 속인 뒤 현지 출장 비용 등의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겼다.
이런 다양한 수법으로 이들 자매가 2010년 1월까지 뜯어낸 돈은 확인된 금액만 무려 860억 원이 넘었고, 자매의 말에 속아 투자금은 건넨 사람들은 100여 명에 달했다. 그간 자매는 겉으로 수익이 확실해 보이는 다양한 사업을 빌미로 남의 돈을 빌린 뒤 다른 사람의 돈을 갚는 돌려막기 식으로 아슬아슬하게 사기행각을 무마해왔다.
그렇다면 이처럼 엄청난 사기행각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경찰 조사결과 100여 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은 자매의 화려한 거짓 프로필에 감쪽같이 속아 넘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자들에게 자신들을 미국에서 대규모 금거래 사업을 하다 2년 전 귀국한 사업가로 소개한 이들 자매는 송파구의 한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상당한 재력과 정보력을 가지고 있는 능력 있는 사업가 행세를 해왔다.
하지만 조사결과 자매의 말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거짓으로 밝혀졌다. 자매는 미국에서 금 선물거래는 물론 아파트 시행사업에 참여한 사실조차 없는 전형적인 사기꾼이었다. 이들 자매는 애초 약속한 수익금을 받지 못한 투자자들을 매번 그럴싸한 거짓말로 속여왔다. 자매는 수익금을 받지 못한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모조 다이아몬드를 200억 원 상당의 25캐럿 다이아몬드라고 속여 담보로 맡기기도 했는데 마치 자신들이 미국 보석감정연구소(GIA) 감정사 자격증이 있는 것처럼 속여 피해자들을 안심시키고 위조 감정서까지 제시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한 피해자는 8억 5000만 원짜리 다이아몬드라는 말에 속아 돈을 건넸다가 어이없이 돈을 떼이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꼼꼼하게 포장해 시중의 한 은행 대여금고에 보관해 뒀던 고가의 다이아몬드가 수천원짜리 공업용 큐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고 망연자실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씨 자매가 내세운 비장의 카드는 유전매입이었다. 자매는 유전매입 사업이 진행되면 천문학적인 수익이 보장된다는 말로 투자자들의 항의를 잠재우고 안심시켜온 것으로 드러났다. “카자흐스탄 정부가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유전 등 국가재산을 매각한다는 정보를 들었다”는 그럴싸한 거짓말을 흘리기도 했다. 특히 이들은 쉽게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고 의심을 피하기 위해 장관 등 고위 공직자와 오래전부터 두터운 친분이 있는 양 행세해왔는데, 자매의 치밀하고도 능청스런 연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속아 넘어갔다.
이들은 투자자들로부터 가로챈 860억 원 중 약 60억 원은 또 다른 사기행각을 벌이는 데 사용하거나 금괴와 금붙이 등을 구입하는 데 사용해 왔다. 경찰은 약 800억 원을 1㎏짜리 금괴 565개(320억 원 상당)와 금 거북이 등의 금붙이 1000여 개를 사는 데 썼다고 진술함에 따라 은닉한 장소를 추적하고 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