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0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대법원, 감사원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4일 만에 대응한 추미애 장관
10월 26일 열린 국회 법사위 종합 국정감사에서 대검찰청은 종합 국감 대상이 아니어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참석하지 않는 가운데, 추미애 장관은 법무부 장관 자격으로 참석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10월 22일 나온 윤 총장의 ‘작심 발언’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거나 “(수사지휘권 발동은) 위법적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윤 총장의 발언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추 장관은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을 받는 자리”라고 말한 뒤 “민망하게 생각한다. 대신 사과드린다”며 본인이 윤 총장보다 상급자임을 분명히 했다.
22일 열린 윤 총장 국감 진행 도중에도 ‘윤 총장에 대해 감찰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언론에 알리며 대대적인 압박 카드를 꺼내들었던 추미애 장관은 “저도 국감장의 여러 발언들을 언론 보도를 통해 봤는데,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될 검찰총장으로서는 선을 넘는 발언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여당 정치인에 대해서는 대검 반부패부를 통해서 보고가 됐는데 (야권 인사에 대해서는) 사전 보고뿐 아니라 사후 보고조차 없었던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라임 사건 관련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자필 폭로문 및 관련 진술에 대해서도 “사실로 확인됐다”며 윤 총장을 배제하는 수사지휘권 발동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사들 비위 관련) 상당히 의심스러운 점이 많기 때문에 당연히 법무부 장관으로서 법에 의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은 적법하다”고 말했고, “검찰을 중립적으로 이끌어야 할 수장으로서 내일 당장 정치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 자리에서만큼은 ‘저는 정치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어야 한다”고 덧붙이며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는 윤 총장의 임기 후 계획에 대해 반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윤 총장이 지난 4·15 총선 이후 ‘임기를 지키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메신저를 통해 들었다는 것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이 절대로 정식보고 라인을 생략한 채 비선을 통해서 메시지나 의사를 전달하실 성품은 아니”라며 윤 총장의 거취를 압박했다.
#언론사주와 만남 사실이라면…
하지만 윤석열 총장을 진짜 예리하게 파고든 것은 이 같은 발언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날선 발언들 속에 윤 총장 관련 감찰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이 가장 뼈아팠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추미애 장관은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때 보수매체 언론사 사주들을 만났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 “검사윤리강령에 어긋날 여지가 있는 부분이 있다. 현재 감찰이 진행 중이고 결과가 나온다면 보고 드리겠다”고 밝혔다.
10월 22일 국정감사 때 윤 총장은 ‘중앙일보 사주와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상대방도 있기 때문에 확인해드릴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26일 국감을 앞두고 조선일보 사주와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만났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는데 이에 대해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중앙홀딩스 홍석현 회장을) 만났다고 봐야 된다. (윤 총장) 본인이 시인한 거나 다름없다”며 “당시 조선일보와 관련된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에서 5건인가 6건인가 수사 중이었다. 검사윤리강령에 어긋나기 때문에 해임도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밖에도 법무부는 윤 총장이 중앙지검장에 재직하던 때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전파진흥원)의 옵티머스자산운용 수사 의뢰 사건이 무혐의 처분된 데 대한 감찰 가능성도 시사했다. 추후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 간 충돌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을 잘 아는 법조인은 “언론사주가 직접적으로 기사 작성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언론사 관련 고발이 많이 들어온 상황에서, 서울중앙지검장의 자리에서 만남을 했다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 윤 총장이 확인을 해줘야 할 수도 있는데, 만난 게 사실이라면 가장 난처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0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하지만 국정감사 과정에서 ‘수사지휘권 발동은 적절했다’는 추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는 검찰 내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의 ‘옵티머스 관련 사건 무혐의 처분’ 사건을 당시 형사7부장으로 이끌었던 김유철 춘천지검 원주지청장(사법연수원 29기)은 10월 26일 내부망에 글을 직접 올리고 “부실수사나 축소수사가 아니다. 윤 총장에게 전화하거나 (전관 변호사를) 접견하거나 통화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서울고검, 검언유착 사건 관련 추미애 라인 검사 기소
한편, 서울고검은 ‘채널A 검언유착 사건’ 관련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 검사장을 폭행한 혐의로 수사 및 감찰을 벌인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를 특가법상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검사로 사건을 이끌던 정진웅 차장검사는 7월 29일 한 검사장이 있는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을 찾아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USIM) 카드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한 검사장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추미애 장관은 정 차장검사를 승진시켰지만, 서울고검은 이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한 셈이 돼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고검 감찰 당시 정 차장검사는 ‘한 검사장 등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 등을 대며 감찰에 불응했고, 추미애 장관 라인으로 분류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역시 당시 김영대 서울고검장을 찾아와 ‘감찰 연기’를 요구하는 등 법무부 대 검찰 간 입장 차가 있었던 사안이기 때문이다. 앞선 검찰 관계자는 “밖에서 검찰이 어떤 불신어린 시선을 받는지 알지만, 검찰 내에서는 검언유착 사건 흐름도 ‘지나치게 과하다’는 게 다수의 의견”이라고 조심스레 언급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