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회장이 보유한 주식 평가액은 현재 약 18조 2000억 원이다. 평가액 20% 할증에 세율 50%를 곱하고, 자진 신고에 따른 3% 공제를 받으면, 이 부회장 등 오너 3세들이 내야 할 상속세는 10조 6000억 원으로 계산된다. 상장 주식의 경우 상속가액은 사망 전후 두 달간의 평균 주가로 산출한다. 정확한 금액은 오는 12월 말 결정되는 만큼 그 사이 주가 변동에 따라 상속세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오너일가가 삼성SDS 개인 지분을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재계와 증권가에선 삼성 오너 일가가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부담하게 되더라도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을 것으로 관측한다. 삼성의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오너 일가 지배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우회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비금융계열사, 삼성생명은 금융계열사를 각각 지배하고 있는데,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은 각각 0.7%, 0.06%다.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4.2%)과 삼성생명 지분(20.8%)을 받으면 현재 수준보다 지배력이 높아진다.
문제는 삼성 오너일가들의 상속세 재원 마련 방안이다. 10조 6000억 원은 올해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편성했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11조여 원에 육박한다. 전 가구에 최대 100만 원 현금을 지급할 만한 규모다.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하면 연이자 1.8%를 적용해 첫해에 6분의 1 금액을 낸 뒤 나머지 상속세를 5년 동안 분할 납부할 수 있지만, 나눠 내도 매년 2조 원 씩은 납부해야 한다.
당장 오너일가가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은 그동안 받은 배당금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오너 일가가 상장사들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총 2조 7716억 원이다.
다만 이건희 회장이 받은 배당금이 1조 7988억 원으로, 여기서도 상속세를 낸다. 상속가액 30억 원 이상은 최고 세율 50%가 적용돼 오너 일가가 받게 되는 돈은 9000억 원가량이다. 같은 기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받은 배당금은 5041억 원이다. 2017년부터 보수를 받지 않고 있는 이 부회장의 수입은 배당금뿐이다. 결국 이 부회장 개인이 활용할 수 있는 배당금은 1조 원 수준이다. 전체 상속세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재계와 증권가에선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이 가진 계열사의 지분 일부를 매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회장이 가장 많은 지분(20.76%)을 가진 삼성생명이 주요 매각 대상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삼성생명 지분 매각은 변수가 많다.
이 부회장 입장에선 삼성생명 지분을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8.5%를 가진 만큼 지배력을 감안하면 지분 확보는 필수적이다. 물론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보유하고 있어 상속 주식을 매각해도 삼성물산을 통해 우회적으로 삼성전자 등에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편법’ 지배는 수십 년간 삼성 오너일가가 받은 비판의 핵심이라는 점은 또 다른 부담이다.
이와 별개로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고리가 끊어진다는 점도 변수다. 이재용 부회장이 현재 지배구조 상 금용계열사 지배력 확보를 위해 본격적으로 삼성생명 지분 확보에 나설 경우 뒤따를 주가 변동도 무시하기 어렵다. 주가가 오르면 그만큼 상속세 부담도 커진다.
서울 송파구 삼성SDS 본사. 사진=박정훈 기자
이 때문에 재계와 증권가의 시선은 삼성생명이 아닌 다른 계열사로 향하고 있다. 삼성의 IT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시스템 통합 계열사 삼성SDS다. 현재 이 분야 업계 1위다.
삼성SDS는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 다음으로 많은 지분(9.2%)을 갖고 있는 계열사다. 이 때문에 과거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되기도 했다. IT부문과 물류부문을 분할,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에 각각 합병해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이는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시장 반발이 컸고, 정부의 대기업 내부거래 규제도 겹쳐 분할 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여기에 지난 5월 이 부회장이 4세 승계 포기를 공식화하면서 더 이상 언급되지 않고 있었다.
삼성SDS는 현재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하단에 있다. 여기에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각각 17.1%, 22.6%씩 지분을 가지고 있어 회사에 대한 지배력도 탄탄한 만큼 이 부회장의 개인 지분 활용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이 부회장이 이미 삼성SDS 지분을 활용한 전례도 있다. 2016년 삼성SDS 보유 지분 2.05%를 매각해 3000억 원 규모의 삼성물산 주식 및 삼성엔지니어링 자사주를 취득했다.
삼성SDS의 주가 향방도 긍정적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삼성SDS로선 기업가치를 높여야 한다. 그런데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로부터 ‘A1’ 등급을 받았다. 국내 민간기업 가운데 삼성전자 다음으로 높은 등급이다.
지난 10월 27일 삼성SDS는 올해 3분기 매출액 2조 9682억 원, 영업이익 2198억 원을 기록해 역대 최고 분기 매출액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선 코로나19 이후 정부의 ‘디지털 뉴딜’ 등의 정책과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는 만큼 삼성SDS의 성장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삼성SDS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이 부회장은 물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3.9%),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3.9%)이 개인 지분을 모두 팔더라도 전체 상속세에는 크게 못 미칠 것이라는 것이 증권가 분석이다.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활용도가 높은 유력한 시나리오가 있더라도 한 가지 방법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상속세”라며 “주식담보대출, 계열사 배당 강화, 주식 일부 처분, 재단 출연 등의 방식을 동시에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