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10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국민의힘 관계자 등에 따르면 경준위는 최근 서울시장 경선에 참여할 잠재적 후보군 11명을 추렸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이름을 올렸으며 김선동 김용태 나경원 오신환 이혜훈 지상욱 전 의원 6명이 포함됐다. 현직으론 권영세 박진 윤희숙 의원이 거론됐다. 조은희 서초구청장도 ‘막차’를 탔다고 한다.
이 명단이 알려지자 당 내부에서는 비토가 시작됐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패배한 전직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에 나온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이 가장 먼저 나왔다. 한 당직자는 이렇게 말했다.
“총선에서 패배한 사람은 더 긴 반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전략 공천 등 원래 자기 지역구가 아닌 곳에 공천돼 떨어진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자기 텃밭에 출마해 자기 지역구를 지키지 못한 전직 의원이 정당의 힘에 기대 서울시장을 노린다는 건 당을 망하게 할 심산이 아니라면 도무지 해선 안 될 행동이다.”
김선동 나경원 오신환 지상욱 전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를 민주당에 넘겨줬다. 김용태 이혜훈 전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가 아닌 곳에 출마했지만 패배했다.
특히 김선동 전 의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꾸려지며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그는 경준위 부위원장이 됐다가 최근 사표를 냈다. 김 전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 준비를 이미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퍼진 까닭이었다. 비대위 사무총장이 당 기반을 닦는 일보다 선거에 관심을 두는 건 옳지 않다는 여론이 우선 일었다. 여기에 김 전 의원이 사무총장직을 넘어 경준위 부위원장 자리까지 꿰차자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역시 김 전 의원의 이런 행보를 두고 “비대위 구성원이 선거에 나가는 건 맞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세훈 전 시장을 두고도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결자해지론이 먼저 등장한다. 오 전 시장이 스스로 그만둬 고 박원순 전 시장이 패권을 차지하게 됐기에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오 전 시장은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자신의 시장직을 걸었다가 스스로 내려왔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에 대해 “바보 같은 짓이었다”고 했고 오 전 시장 역시 이를 인정한 바 있었다.
반대로 오세훈 전 시장으로 서울시장 탈환이 가능하냐는 의문부호도 달린다. 오 전 시장 역시 직전 총선에서 고민정 의원에게 패배한 게 뼈아프다. 더군다나 광진구와 성동구가 분구(分區) 되기 전 기준으로 광진구 자양동 인근에서 태어나 10년 전부터 다시 광진구에 계속 거주했기에 이번 총선 패배는 더욱 아팠다.
오세훈 전 시장은 대선 욕심을 대외적으로 드러냈다가 고민정 의원에게 핀잔을 듣기도 했다. 10월 22일 야권 전·현직 의원 모임인 ‘더 좋은 세상으로’에 참석한 오 전 시장은 “무너진 대한민국을 정상화하기 위해 국민의힘이 집권해야 하고 저 오세훈이 가장 적임자”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 의원은 “여전히 환상 속에 빠져 계신 것 같다”며 저격했다.
2019년 국정감사 때 답변하는 한동훈 검사장. 그는 최근 야권 원로 사이에서 서울시장 잠재 후보로 꼽히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현직 의원으로 권영세 박진 윤희숙 의원이 거론됐다. 조은희 서초구청장도 올랐다. 하지만 당 내부에선 이들이 과연 민주당 후보와의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비관론이 우세한 상황이다. 윤 의원과 조 구청장의 경우 최근 주목을 받고 있긴 하지만 인지도가 밀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 외곽 원로들 사이에선 전략적 공천 포기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천을 포기하고 완전 국민참여형 경선을 거쳐 후보를 낸 뒤, 국민의힘이 그 후보를 돕는다는 시나리오다.
김무성 전 대표는 10월 20일 ‘폴리뉴스’ 인터뷰에서 “내 정치철학은 모든 결정을 국민에게 넘겨줘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당 대표 출마했을 당시 제시한 게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용태 전 의원도 이와 같은 방식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해진다. 김 전 대표는 이를 완전국민경선이라고 불렀다.
완전국민경선 이야기가 나오자 보수진영에선 벌써부터 여러 후보들이 오르내린다. 한동훈 검사장도 그중 한 명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 검사장은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임명 후 여러 차례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에 연루되기도 했다. 보수진영에서 정치권 영입설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다.
한 야당 인사는 “지금 국민이 원하는 건 민주당이 쌓아놓은 업보를 깨끗이 ‘청소’할 인물이다. 한 검사장은 좋은 청소부감이지만 혼자 청소하기엔 그 크기가 너무 크다. 함께 청소할 선수를 잘 구성한 뒤 서울시장이 자신의 마지막 커리어라고 선언하면 민심은 반드시 움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