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운영하는 배달통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배달업계에서는 배달통의 하락이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의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 승인을 위한 의도된 전략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요기요 배달 차량. 사진=최준필 기자
배달의민족-요기요(DH코리아)-배달통 ‘3강’이 이어오던 배달 시장의 구도가 깨졌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간 배달 앱 월간 순 이용자 수(MAU)는 배달의민족(약 1317만 명), 요기요(약 661만 명), 쿠팡이츠(약 150만 명), 위메프오(약 50만 명), 배달통(약 26만 명) 순서다. 지난해 같은 달 65만 명의 이용자를 보유하며 3위를 차지했던 배달통이 5위로 밀려났다.
의아한 점은 배달서비스 시장이 날로 확대됨에도 배달통의 이용자 수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의 ‘2020년 8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배달(음식서비스)에 대한 거래액은 지난해 동월 대비 83% 증가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외부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배달 전성시대’가 찾아왔음에도 유독 배달통 이용자 수만 급격히 줄어들었다.
정지현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지금도 공격적으로 가맹점주를 모집하고 있는데 배달통은 그렇지 않다”며 “가맹점주들 역시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에 대한 언급은 많이 하지만 배달통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시장에서 존재감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달업계에서는 배달통의 실사용자 수 하락이 DH코리아의 전략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배달통은 타사의 배달 앱보다 먼저 만들어져 입지도 견고했는데 후발주자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시장점유율이 떨어진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배달통의 시장점유율 하락이 DH코리아의 의도적인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고객 확보를 위해 프로모션 쿠폰도 대량 발행해왔고 유명인들을 이용해 광고도 해왔는데 이 같은 일이 언제부턴가 뚝 끊긴 것도 이상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배달통의 온라인 채널은 오랫동안 관리되지 못한 상태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 게시된 글은 지난해 9월이 마지막이다. 잦은 주기로 게시글이 올라오는 요기요의 SNS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배달통 앱도 지난 3월 이후 업데이트되지 않고 있다.
만약 DH코리아가 배달통의 시장점유율을 의도적으로 떨어뜨렸다면, 이는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를 의식한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앞의 배달업계 관계자는 “공정위로부터 독과점 압박을 피하고자 체급이 비교적 작은 배달통의 시장점유율을 포기하고 효율성이 좋은 다른 채널을 키우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DH코리아는 지난해 우아한형제들 인수합병을 발표했다. DH코리아와 우아한형제들이 합병하면 이들의 배달 앱 시장독과점 우려가 있어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심사 내용 가운데 ‘신규 진입 가능성’ 항목을 충족하기 위해 배달통의 시장점유율을 후발주자들에 내주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대목.
이러한 이유에서 배달통은 이번 국회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올랐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8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신봉 DH코리아 대표를 향해 “배달통이 시장점유율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려 시장을 조작했다”며 “그러한 기업이 합병해서 시장을 완전히 장악해버리면 누가 (독점기업의) 갑질을 막겠느냐”고 질의했다.
요기요 운영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강신봉 대표(왼쪽)와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김범준 대표가 지난 10월 8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증인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기업결합 승인 이후다. 이동주 의원실 관계자는 “만약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으면, 이후 DH코리아는 배달통의 점유율을 고의적으로 낮췄던 것처럼 배달의민족 사용자 수를 줄이고 요기요 사용자를 늘릴 수 있다”며 “결국 자영업자들은 요기요의 높은 수수료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요기요의 중개수수료는 건당 최대 12.5%로 배달통(건당 2.5%) 대비 높은 편이다. 배달의민족은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고 그 대신 유료 광고상품으로 수익을 얻는다.
한국외식업중앙회 한 관계자는 “공정위의 기업결합이 승인되면 외식업체 업주에게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며 “현재는 외식업체 업주가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가운데 선택할 수 있지만, 나중에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같은 회사가 된 후 배달통이 없어지면 그때는 보이콧도 불가능하다. 요기요의 수수료가 굉장히 높아서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DH코리아 측은 “시장점유율을 의도적으로 조정한 것이 아니라 배달통의 현상유지 전략을 취해온 것”이라며 “요기요와 배달통 두 사업 운영을 위해서는 충분한 역량이 필요한데, 두 곳에 똑같이 투자하기가 어려웠던 환경이었다. 좀 더 성장세가 높은 요기요에 힘을 실어 치열한 시장경쟁 속에서 경쟁력을 갖춰나가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달통의 향후 운영 계획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투자가 진행되지 않을 것이고 현상유지 전략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