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무조정실, 국무총리비서실,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 일반증인으로 박현종 BHC 회장이 출석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2년 전부터 시작됐던 BHC 발 BBQ 고발은 맞고발로 번지며 ‘법적 갈등’으로 비화됐다. 한때 한 회사였던,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를 대표하는 두 회사의 갈등은 드라마에 비견될 수준이었다.
치킨 프랜차이즈 BBQ 윤홍근 회장의 횡령 사건이 2018년 11월 한 언론에 보도됐는데, 사실 이 보도는 BHC가 관련 공익제보자를 특정 언론과 연결시켜 준 덕분이었다. 윤홍근 BBQ 회장이 회사 돈으로 자녀 해외 유학비를 댔다는 내용이었지만, 검찰은 수사 시작 2년여 만에 일부 혐의는 불기소(무혐의), 일부 혐의는 공익제보를 한 참고인 주 아무개 씨의 진술을 들어야 한다는 이유와 함께 참고인 중지 결정이 내려졌다. 사실상 ‘무혐의’로 끝난 셈이다.
그리고 2년 뒤, 당시 보도와 공익제보 과정의 구체적인 정황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국일보는 BHC가 박현종 회장의 구체적인 지시로 공익제보자 주 씨를 사주해, 조직적 BBQ 죽이기를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주 씨 역시 최근 “당초 진술은 BHC에서 컨설팅 비용을 받기 위해 한 거짓말이었다”며 BHC로부터 제보 및 수사 협조 대가로 컨설팅 계약을 맺고 매달 1000만 원과 항공편을 받았다고 밝히는 등 입장을 바꿨다.
BHC를 둘러싼 논란은 국정감사에서 더 확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0월 22일 국정감사 때 박현종 회장을 증인으로 불렀고 여러 이슈로 박 회장을 질타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다른 의혹들도 잇따라 제기됐다.
그중 예민한 이슈는 단연 가맹점주 대상 갑질 의혹. 2년 전에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박 회장은 닭고기 가격 인하를 포함해 보복성 가맹계약 해지 등에 대해 가맹점주들과 상생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는 게 국정감사 때 밝혀졌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BHC 점주협의회로부터 받은 메신저 대화 내용에 따르면 BHC 본사 직원이 폐업한 뒤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기 위해 연락한 가맹점주에게 “배달 앱 프로모션과 관련한 미수금 4만 4000원을 정산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욕설 섞인 막말을 퍼부었다.
박현종 BHC 회장이 10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질문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이에 대해 박 회장은 “2018년 당시 신선육 가격 인하를 포함해 상생 협의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이후 수차례 협의를 했으나 수용할 수가 없는 엄청난 금액이어서 진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 인하만 상생이 아니고 결국에는 점주들의 수익이 많아지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투자하면서 최종적으로 국감 이후 2년 동안 가맹점 매출이 60% 올랐다”고 해명했다.
추가로 탈세 의혹도 제기됐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보 받은 자료 등을 토대로 BHC가 2015년 총 800억 원이 넘는 부가가치세를 탈루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2015년 BHC는 가맹점에 공급하는 육계에 대한 면세 인정을 받기 위해 해당 염장 공정 변경이 부가세법상 1차 가공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국세청에 질의했고, 면세대상에 해당된다는 회신을 받았는데 해당 공정은 실질적으로 양념 및 숙성 공정이기 때문에 면세를 받을 수 없었다는 게 기동민 의원의 지적이었다. 단순 보존성 향상을 위한 1차 가공이었다는 것인데 기 의원은 김대지 국세청장을 상대로 한 국감에서 “국세청이 구체적 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악용해 국가기관을 기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BBQ 죽이기 논란도 단연 정무위 국감 핫이슈였다. 전재수 의원은 BBQ 전 직원 주 아무개 씨를 사주해 거짓 제보로 BBQ를 흠집 내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 BHC 홍보팀장과 주 씨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등을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박현종 회장이 깊숙하게 관여했느냐”고 추궁하자 박 회장은 “관여했다는 게 어느 수준인지 모르겠다. 그게(방송사 인터뷰 연결이) 가장 중요한 것이고 중간 중간 (윤홍근 회장 횡령 의혹을 제보한 주 씨가) 도움을 요청한다든지, 질문한다든지 하면 커뮤니케이션을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 과정에서 박 회장이 △BBQ 근무 당시 BHC의 매각 총괄을 하지 않았다고 하거나 △주 씨에게 변호사를 선임해준 적이 없다고 발언한 것이 위증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전재수 의원은 국회 측에 박현종 회장을 위증 혐의로 고발조치할 것을 요청했고 국회 역시 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동민 의원은 제보 받은 자료 등을 토대로 BHC가 2015년 총 800억 원이 넘는 부가가치세를 탈루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BBQ 죽이기 논란에 대해 그동안 BHC는 “주 씨에게 허위사실을 만들어 제보하라고 압력을 가하거나 그 행위에 대해 금전적인 지원을 하지 않았다”며 허위사실 유포(명예훼손) 혐의로, 언론사에도 법적 대응을 시사해 왔다.
하지만 국정감사를 계기로 물밑에서 벌어지던 BHC를 향한 검찰 수사가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미 BBQ는 수년 전부터 BHC를 향한 고소·고발전을 벌여왔다. 보도가 나오기 전부터 BBQ는 BHC를 영업비밀·정보통신망법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하는 한편 민사 소송도 벌여왔다. 이 가운데 형사 사건에 대해서는 서울동부지검에서 한 차례 수사한 뒤 무혐의 처분이 나왔지만, 일부 사건에 대해서는 서울고검에서 ‘다시 수사하라’는 재기수사명령이 나온 상태다.
보복성 가맹계약 해지 등 가맹점 관련 갑질 논란도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0월 초 BHC가 가맹사업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위반 내용을 소위원회에 회부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BHC 관련 질문에 “법 위반 인정 시 엄중 제재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2018년 9월에는 공정위는 BHC 가맹본부가 프랜차이즈 정보 공개서에 ‘상품광고비를 본사가 부담한다’고 기재해 놓고, 가맹점주로부터 광고비를 편취한 혐의에 대해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BHC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점주들로부터 광고비 명목으로 204억 원을 넘게 받았지만 정작 17억 원만 광고비로 썼을 뿐”이라며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BHC 본사 경영진을 사기·횡령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 수사 결과 무혐의로 끝났지만 잇따르고 있는 고소·고발전은 그만큼 ‘잡음’이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설명이다.
관련 사안에 정통한 법조계 관계자는 “그동안 동부지검, 공정위 등에 나뉘어 있던 이슈가 이번 국정감사를 계기로 하나로 모여서 한꺼번에 수사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커진 분위기”라며 “BHC도 그동안 국내 굴지의 로펌을 써서 사정기관들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변론을 하며 이슈가 커지는 것을 막았지만 올해 국정감사에서 나온 내용들은 사실관계에 기초한 것이 많아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도 이상하지 않은 시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