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상고심에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 원, 추징금 57억 8000만여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진=박정훈 기자
대법원이 이 전 대통령 측이나 검사 측 상고 내용을 받아들여 파기환송했을 경우 다시 파기환송심을 거치고 자칫 재상고심까지 가서 형이 확정될 수도 있었지만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면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다스의 실소유주가 사실상 이 전 대통령이라는 점이 사법부를 통해 확정되면서 10년 넘게 끌어온 논란도 종지부를 찍었다.
이 전 대통령 측이 법원의 보석취소 결정에 불복해 재항고한 사건도 기각되면서 기결수 신분으로 수감될 예정이다. 다시 수감되는 부분이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오지만 형이 확정되면서 사면도 가능해졌다. 형을 선고받은 특정인을 대상으로 그 형의 집행을 면제해주는 특별사면 대상이 되는데 이 경우 국회 동의 없이 대통령령만으로 가능하다.
정치권에선 전직 대통령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함께 그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바라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이 전 대통령은 형이 확정돼 사면이 가능해졌지만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은 박 전 대통령의 형이 확정될 때까지는 실질적인 사면정국이 조성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10일 ‘국정농단’ 사건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 원, 추징금 35억 원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검찰이 직권남용 혐의의 무죄 선고가 잘못됐다는 취지로 재상고했다.
이제 언제쯤 대법원이 재상고에 대한 판결을 내놓을지에 집중되고 있다.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 사건을 파기환송하며 핵심 쟁점들에 대한 판단을 내렸고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맞춰 선고를 했다. 따라서 대법원이 재상고를 기각해 형을 확정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그 시점이 언제쯤이냐’인데 법조계에선 연말이나 내년 초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7월 10일 ‘국정농단’ 사건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 원, 추징금 35억 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검찰이 재상고한 상태다. 사진=임준선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까지 확정돼 두 전직 대통령이 모두 특별사면 요건을 갖추게 되면 본격적인 사면정국이 시작될 전망이다. 형이 확정되지 않아 특별사면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줄기차게 국민의힘과 보수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사면 요구가 이어져 왔다. 이런 요구에 청와대와 여당은 “형이 확정되지 않아 특별사면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으로 일관해 왔다. 이 전 대통령에 이어 박 전 대통령까지 형이 확정돼 이들에 대한 사면 요구가 거세질 경우 정부 여당 역시 보다 명확한 입장 표명이 필요해 보인다.
전직 대통령이 징역형의 실형을 받은 사례는 노태우 씨와 전두환 씨가 1997년 4월 각각 징역 12년과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것이다. 이들 역시 1997년 12월에 함께 특별사면됐다.
한편 정치권에선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상황이 조금 다르다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이 전 대통령 사건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 수사가 진행돼 재판이 이뤄졌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에 사면하는 정치적인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전두환 씨와 노태우 씨 사건 역시 김영삼 정부에서 시작됐고 결국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임기 말에 특별사면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정권 출범 전에 수사가 시작됐다. 촛불민심이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하는 것은 자칫 정부 출범의 원동력이 된 촛불민심에 역행하는 정치적 결단이 될 수 있다. 그만큼 청와대 입장에선 이 전 대통령 사면보다 박 전 대통령 사면이 훨씬 더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까닭에 문재인 정부에서 수사와 구속, 유죄 확정이 이뤄진 이 전 대통령만 특별사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정치권 일각의 시선이다.
결국 어떤 결정을 내리건 정치적인 부담이 남는다. 두 전직 대통령을 모두 특별사면하거나 모두 사면하지 않는 결정은 물론이고 이 전 대통령만 사면하는 결정도 상당한 정치적 파장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2021년 4월 재보궐 선거와 2022년 3월 대통령선거 등 본격적인 선거철이 임박해 있다. 사면에 따른 정치적인 부담이 선거 결과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터라 사면정국은 선거 판세와 맞물려 급박하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