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 본 서울 아파트단지 전경. 사진=최준필 기자
국토연구원은 지난 10월 27일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안’을 공개했다. 현실화율 도달 목표를 80%, 90%, 100% 등 3개 안으로 도달 방안을 제시했다. 90%안의 채택이 확실시된다. 이에 따르면 공동주택의 경우 시세 9억 원 미만 아파트는 현재 평균 68.1%에서 2023년 70%, 2030년 90%로 일괄 조정된다. 9억∼15억 원 아파트는 2027년, 15억 원 이상 아파트는 2025년에 각각 90%로 맞춘다.
단독주택은 시세 9억 원 미만이 현재 평균 52.4%인데 2035년 90%에 맞춰진다. 9억∼15억 원 주택은 현재 53.5%에서 2030년 90%에 도달한다. 15억 원 이상은 현재 58.4%에서 2027년 90%가 된다.
5년에서 7년의 시간이 걸려 큰 충격은 없을 듯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주택분 재산세는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60%)을 곱해 과세표준을 구한다. 과표 3억 원까지는 0.10~0.25%, 3억 원 초과분은 0.40%의 세율이 적용된다. 과표에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현재 90%인데 매년 5%포인트(p)씩 인상돼 2022년 공시가격의 100%로 맞춰진다. 2022년까지 사실상 3~4%씩 과표가 상승하는 효과다.
현재 시세 9억 원 미만 평균 공시가격 비중이 68.1%지만, 실제 이보다 낮은 곳들이 수두룩하다. 최근 지어졌거나 가격이 급등한 곳들이다. 신한은행 우병탁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이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시나리오에 따라 1주택자 보유세 부담 예상 추이를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보자.
시세가 10억 5000만 원 수준인 서울 마포구 도화현대홈타운 전용 84㎡(25평)는 올해는 재산세만 128만 5061원을 낸다. 현실화율 제고에 따라 오는 2024년부터는 종부세를 납부해야 한다. 현실화율 90%를 달성하는 2027년에는 종부세 70만 9445원을 포함해 보유세로 391만 2357원을 내게 된다. 2030년에는 443만 6074원까지 증가한다.
시세가 14억 3000만 원인 서울 성동구 텐즈힐 전용 84㎡도 보유세가 올해 255만 1973원에서 2027년 760만 7434원, 2030년 871만 6402원으로 올라간다.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시세 17억 원)은 올해 324만 9360원에서 2027년 1153만 4954원, 2030년 1314만 2212원까지 치솟는다.
15억 원 이상 고가주택이나 다주택자의 세 부담 증가폭은 엄청난 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부자’들뿐 아니라 평범한 중산층들의 타격도 상당하다. 특히 1주택자인 은퇴 세대에게 치명적이다. 일정한 수익이 없어 체감 세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지역건강보험료 부담도 공시가격이 오르면 덩달아 오른다. 건강보험요율은 소득과 재산에 따라 결정된다. 과표를 기준으로 한 등급별 점수에 198.5원을 곱한 금액이다. 소득과 차량이 없다면 과표 7억 원대(시가 10억 원)가 36등급 921점으로 월 18만 원이다. 과표가 9억 원이 되면 38등급으로 19만 6000원이 된다. 연 20만 원을 추가로 부담하는 셈이다.
정부는 2022년 7월부터 건보료 재산평가에 대한 공제가 5000만 원까지 확대되고, 차량평가 최소 기준이 4000만 원 이상으로 높아져 공시가 인상에 따른 과표 상승에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현재 3400만 원 이하인 피부양자 소득기준이 2000만 원 미만으로 낮춰진다. 재산기준도 더 낮춰진다. 피부양자로 등록돼 보험료를 내지 않던 가족이 건보료를 납부해야 할 수도 있다.
집을 팔려면 높은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고, 집을 사려 해도 대출규제 등으로 여의치 않다. 최근 전세 대란으로 집을 팔아 전세로 바꾸려 해도 여의치가 않다. 극단적으로 병원비 아껴 세금을 내거나, 세금 내려고 다시 빚을 내야 할 수도 있다. 주택연금에 가입해 받는 연금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상황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고가 주택자나 다주택자들을 타깃으로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1주택자와 중산층 서민을 위한 보완책도 예고했다. 결국 정부와 여당도 공시가격 인상이 세금폭탄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보완책 대상은 6억~9억 원 사이가 유력한데, 세율 인하나 세 감면 등의 점쳐진다. 9억 원으로 결정되면 혜택 대상이 더 늘어나겠지만,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이를 체감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KB국민은행 조사결과를 보면 9월 말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이미 10억 원을 돌파했다.
최열희 언론인